▲ 지금은 자취를 감춘 한국 호랑이가 100여년 전에는 도서 지역에서 발견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서식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은 20세기 초반 전남 진도에서 호랑이를 포획한 기록을 담은 영국 문헌을 발굴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1915년 영국 런던에서 발간된 '아시아와 북미에서의 수렵'이라는 제목의 책에 수록된 것으로, 1903년 전남 진도에서 호랑이 두 마리를 잡은 일화를 기록하고 있다. << 한국범보전기금 >> 연합뉴스 www.yonhapnews.co.kr

지금은 자취를 감춘 한국 호랑이가 100여년 전에는 도서 지역에서 발견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서식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교수)은 20세기 초반 전남 진도에서 호랑이를 포획한 기록을 담은 영국 문헌을 발굴했다고 19일 밝혔다.

범보전기금에 따르면 1915년 영국 런던에서 발간된 '아시아와 북미에서의 수렵'이라는 제목의 책 가운데 '만주호랑이(The Manchurian Tiger)'라는 글에는 저자 포드 바클레이(Ford G. Barclay)가 1903년 전남 진도에서 호랑이 두 마리를 잡은 일화를 기록하고 있다.

바클레이는 진도에 호랑이 네 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하고 성숙한 암ㆍ수 호랑이를 한 마리씩 포획했다고 적었다. 그는 나머지 두 마리를 좇아 열흘 동안 섬을 헤매다가 3주 뒤 진도에서 호랑이 두 마리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는 100년 전만 해도 한반도 전역에 호랑이가 서식했고 기후와 여건이 좋은 일부 지역에서는 서식밀도가 높아 섬까지 호랑이가 진출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범보전기금은 설명했다.

호랑이는 사람이 적고 먹잇감이 많은 섬으로 헤엄쳐 간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진 범보전기금 학술위원장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는 진도나 순천의 섬에 설치된 국영목장에서 발생한 호환에 관한 기록이 있다"며 "호환을 피하려고 국영목장을 섬 지역으로 옮겼지만 호환이 완전히 그치지는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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