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교하고 있는 오정현 목사. 연합뉴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원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가족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서울 강남의 대표적 대형 교회인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도 문제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23일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황모 씨의 블로그에 공개된 음성파일을 보면 오 목사는 지난 4월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가주 사랑의교회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미개인 발언'을 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정몽준 의원 아들을 두둔하는 말을 했다.

오 목사는 "여러분 아시지만 한국은요, 이번에 정몽준씨 아들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을 향해) 미개하다고 했잖아요. 그건 사실 잘못된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답지 않은 말을 해 가지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총리에게 물을 뿌리고……인정사정이 없는 거야, 몰아붙이기 시작하는데……"라고 했다.

정 의원의 아들 예선(19)씨는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을 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한다"면서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서 국민의 모든 니즈(요구)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오 목사는 지난해 불거진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문제와 그 과정에서 겪은 고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목사는 지난해 3월 남아프리카 노스웨스트대학(옛 포체스트룸대학)에서 1998년 받은 박사학위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자숙기간에 들어갔다가 여섯 달 만인 9월 복귀했다.

대학 쪽은 같은해 5월 "논문 표절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며 이를 바로잡아 수정본을 제출해야 한다"면서도 학위는 철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 목사가 담임을 맡은 사랑의교회는 한기총 회원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의 대표적 교회 중 하나다.

사랑의교회는 오 목사 발언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을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발언 자체는 부적절했다"면서 "'인정사정 없는 거야' 운운한 부분은 희생자 가족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총 공동부회장 조광작 목사도 지난 20일 긴급임원회의에서 "가난한 집 애들이 설악산이나 경주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가면 될 일이지, 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 흘릴 때 같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은 모두 백정이다"라고 말해 말썽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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