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버스여행을 막 결심한 때가 바로 그랬다. 날마다 보는 시내버스인데도 여행자로 떠나는 시내버스는 어색하기만 했다. 먼저 공업탑 로터리 한 카드판매소에서 2,000원짜리 카드를 구입하고 1만원을 충전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울산대교 위를 달린다는 124번 버스를 기다렸다.

124번 꽃바위-울산대교-공업탑
중공업·유화공단 등 전경 한눈에
348번 KTX울산역-대곡박물관
반구대암각화 등 선사문화 체험
715번 태화강역-공업탑-간절곶
한반도서 가장 먼저 해뜨는 명소
시티투어급 나만의 패키지 투어
또다른 낭만과 여유 추억속에

◆ 124번을 타고 울산대교 위를 달리다
남구에서 볼일을 보고 동구의 집으로 돌아간다는 한 모녀, 1401번 좌석버스보다 싸서 124번 버스를 이용한다는 울산과학대 2학년 학생, 며칠 전 계모임 친구들과 울산대교를 구경하고 너무 좋아 남편과 함께 다시 왔다는 어르신.
평일 오전 10시, 124번 버스승객들을 그리 많지 않았다.
권칠구 운전기사의 말에 의하면 ‘메르스’도 ‘메르스’지만 아직 124번 버스노선의 홍보가 덜 된 것 같다고 한다.
“승용차로 대교를 지나려면 1,500원 통행료 내야잖아. 버스타면 1,140원만 내면 되는데 왜 안타는지 이해가 안 돼”.
공업탑 로터리에서 탄 124번 버스가 20여분 만에 ‘현대모비스’정류장을 지나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번 정류장은 한라타워아파트입니다”
이내 124번 버스는 울산대교로 진입했다.
대교 양쪽으로 펼쳐지는 전경은 ‘울산’ 그 자체였다. 울산항, 장생포, 석유화학 공단의 전경을 뒤로 하고 오른쪽에는 배를 만들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울산 산업현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왼쪽에는 수출을 위해 배로 선적. 대기 중인 빽빽한 자동차의 행렬이 장관이었다.
감동도 잠시, 대교를 건너자마자 염포산 터널을 지나 차에서 내렸다.
울산대교 전망대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5분쯤 걸어 동구청 주차장 옆길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입구에는 ‘도보 15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평소 걷기를 즐기지 않는데다 운동을 나온 주부, 어르신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며 여유롭게 걸으니 전망대까지 30분 남짓 걸린 듯 하다.
전망대는 아직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할 수 없이 전망대 마당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렌즈에 담았다.
버스에서 사진을 찍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울산산업현장이 고스란히 렌즈 속으로 들어왔다.
대한민국 산업수도, 현장의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124번 버스는 꽃바위↔현대중공업↔울산대교↔여천오거리↔시외·고속터미널↔공업탑 구간을 22~23분 간격으로 1일 48회 순환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70분이다.
일산진해수욕장과 대왕암도 경유한다.

◆ 348번 타고 울산문화유산 속으로
버스를 타고 국내 유일의 암각화박물관,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와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 대곡박물관으로 울산문화유산 탐방을 떠나보자.
348번 시내버스는 울산의 선사문화 속으로 안내하는 그야말로 ‘타임캡슐’ 버스다.
암각화박물관을 기준으로 대곡천 상류 쪽으로 1.2km정도 떨어진 곳엔 천전리 각석이 있고, 대곡천 하류 쪽으로 1.2km정도 떨어진 곳에 반구대암각화가 있다. 천전리 각석 바로 옆에는 공룡발자국도 있고, 암각화박물관에서 암각화까지 다시 되돌아 천전리 각석으로 가는 선사문화 산책로 주변 경관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특히 선사문화 산책로는 태화강 100리길의 백미로 힐링 걷기 코스이기도 하다.
시내버스 348번은 암각화 박물관 바로 앞까지 데려다 준다.
다른 버스를 이용하면 큰 도로에 내려서 30~40분을 걸어야 하는데 348번은 하루 세 번 암각화 박물관까지 들어왔다 나가니 이 얼마나 ‘고마운’ 서민의 발인가.
348번 버스는 KTX울산역을 기점으로 언양터미널, 언양읍사무소, 반곡, 반구대 입구, 암각화 박물관, 천전마을을 경유해 대곡박물관이 종점이다.
특히 울산 시민의 식수원인 대곡댐을 건설하면서 편입부지에 대한 발굴조사로 추진된 울산 최초의 공립박물관, 대곡박물관은 서부 울산 지역문화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특별전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어 꼭 한번 들러 볼 것을 권한다.
발굴 체험장을 설치, 운영하고 있어 지역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인기다.
KTX울산역 출발시간은 10시, 13시, 16시고, 종점(대곡박물관) 출발시간은 11시, 14시, 17시다.
KTX울산역에서 10시에 출발하면 암각박화물관에 10시 30분~40분쯤 도착하고 종점인 대곡박물관으로 가서 11시에 다시 출발해서 KTX울산역으로 간다.
◆715번 타고 간절곶으로
울산 최고의 관광지는 뭐니 뭐니 해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드는 ‘간절곶’이다.
삐죽 튀어나와 바다와 더 가까운 해안선, 큰 소망우체통, 빨간 지붕의 풍차, MBC드라마 ‘욕망의 불꽃’이 촬영된 유럽식 건물의 낭만이 있는 곳.
도심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져 있다는 게 단점이다.
태화강역에서 울산시외버스터미널- 공업탑 로터리-남창-진하해수욕장을 경유하는 715번 버스는 울산사람들보다 타지 관광객들에게 더 유명하다.
태화강역에서 간절곶까지 한 시간이 족히 걸리니 아침 일찍 출발해 피곤하다면 한숨 자는 것도 허락해준다.
715번 버스는 오전 6시 10분부터 밤 9시 44분까지 42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여행은 ‘편리’가 아니라 ‘추억’이다.
버스여행은 모르는 사람들과 나란히 또는 서서 내가 탈 버스를 기다리는 여유를 안겨줬다.
부담 없이 깔끔하게 모든 고민과 걱정을 덜어주는 맞춤형 여행 ‘시티투어’와는 또 달랐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울산의 풍경과 삶을 천천히 느껴보고, 살짝 창문을 열고 바닷바람도 마셔보았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 가득안고 떠나는 여행길. 자 이제, 승용차를 잠시 세워두고 울산대교, 반구대암각화, 간절곶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