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굴 문화재 보존처리 과정 필수
소요기간 서너달서 1년까지 다양
모든 과정 수작업…몸은 파김치
연자도 금동불상 등 복원 흐뭇
“문화재 보존은 자연+인문과학
관람시 제 손길 유심히 봐주길”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에서 큐레이터 및 문화재 보존원들이 한국의 수많은 직업에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됐다.
‘우아한 백조’처럼 보이지만 사실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인 큐레이터 관련직의 직무 만족도가 높은 요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전문성이 높고 사회적 평판이 좋으며 일에서 얻는 성취도가 높다는 점”이라고 분석한다.
울산박물관에서 유물 보존처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황선혜 학예사(34)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모든 유물 보존처리 과정 거쳐…
청동향로에 현미경을 갖다 댄다. 눈은 현미경을 향하고 의료용 매스를 들고 있는 손은 향로표면을 향한다. 미세한 녹을 제거한다. 잠시 숨을 참아야 한다. 한 눈을 팔면 땅속에서 천년 가까이 풍상을 견뎌 온 청동향로에 흠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울산박물관 유물조사관리팀 황선혜 학예사는 요즘 울주군 청량면 영축사지 발굴현장에서 수습한 유물들을 보존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황학예사가 하는 일은 전시 유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오래된 문화재의 생명을 더욱 연장시키는 ‘특별한’ 일이다. 출근하면 급한 행정업무 처리 후 바로 보존처리실로 향해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작업대에 앉는다. 모든 유물은 발굴 돼 수습돼 오면 보존실 처리과정을 거친다. 한 유물을 작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서너 달에서 많게는 1년.
“온종일 작업대 앉아서 현미경이나 유물만 쳐다보는 때도 많고, X-ray만 찍을 때도 있어요.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니 눈, 어깨, 팔이 아픈 건 기본이죠”.
보존처리과정은 반드시 화학약품 처리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보존처리실에 가면 약품 냄새가 배어 있어 업무환경이 좋지만은 않다.
◆ 연자도 유적 ‘매병’ 완형 복원 전시 앞둬
보존처리 학예사는 일반적으로 역사 관련학과를 전공한다. 황 씨는 국내대학에서 개설된 곳이 많지 않은 ‘문화재 보존학’을 공부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갈 시절엔 졸업생이 거의 배출되지 않아 많이 생소한 전공이었어요. 우연히 신문기사로 접했고,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했기에 쉽게 결정했죠”.
황학예사는 대학졸업 후 국립 진주박물관에서 6년간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2009년 말 울산박물관 추진단 멤버로 울산에 첫 발을 내디뎠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2011년 울주군 온산읍 당월리 연자도 유적에서 발견된 금동불상과 청자베개 등 복원해낸 것. 몸체의 3분의 2가 없어 서있지 못했던 매병을 원래 형태로 복원 처리해 냈고, 현재 교체전시를 기다리고 있어 흐뭇하다.
◆ 문화재서 없어선 안 될 분야 ‘큰 보람‘
황 학예사는 관련 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문화재 보존과학은 단순한 수리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접목한 종합학문이어서 다양한 공부를 해야해 힘들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한 분야로 자리 잡은 만큼 큰 보람을 가져다주는 학문’이라고 소개했다.
유적·유물에 대한 역사적 지식, 손재주가 필요하며, 문화재수리기술자 및 기능자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최근 들어 문화재 보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관련자가 많이 늘었지만 울산에는 울산박물관과 문화재 발굴기관 등을 합치면 3명밖에 안된다. 학예사로는 황선혜씨가 유일하다.
“유물과 관람객 사이 30cm 거리에서 봤을 때, 보존처리 흔적이 보여야 한다는 게 보존처리 원칙입니다. 전시유물을 관람하실 때 스쳐 지나가지 말고 제 손길이 닿았나, 안 닿았나 눈여겨 봐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