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스페인 메트로폴 파라솔 등
문화유적과 공존…세계적 명소로 경제 활성화 기여
전문가 “울산초등 부지와 조화 1관 짓고 추후 확장을”
‘큰 미술관’ 아닌 ‘아름답고 찾고 싶은 미술관’으로
도시역사성 회복·중구 원도심 재생 기폭제 역할 해야
부지 이전 보다 프로그램·지역경제 연계성 고민할 때
울산시립미술관 부지와 관련된 문제 해결의 키는 결국 ‘원도심과 미술관이 공존할 수 있을지’여부다. 취재에 응한 많은 전문가들은 “객사를 복원하되 부족한 미술관 공간으로 활용하자”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의 건축기술을 통해 복원된 객사를 전시공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규모’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복원된 객사와 원도심을 활용하면 공립 미술관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화유적이 원도심과 제대로 융화된 공립 미술관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들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에 있는 본관의 접근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지난 2013년 서울 북촌에 서울관을 건립했다.
북촌은 600년간 서울 원도심 역할을 했던 곳으로 문화유적이 곳곳에 산재한 곳이다. 실제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종친부 건물 10곳의 흔적이 나왔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복원과 개발을 놓고 오랜 줄다리기를 벌였다. 결국 건물 2개동만 복원하고 나머지는 기록만 남긴 후 미술관을 지었다.
건물은 주변 역사 문화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지상 3층으로 저층화했고, 대신 지하로 깊게 파고들어가 지하 3층으로 지어졌다.
서울관의 출입문은 북촌 곳곳과 연결돼 있어 관람객들은 쉽게 미술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골목마다 늘어선 갤러리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외국의 사례도 적지 않다. 스페인 세비야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부상한 건축물 ‘메트로폴 파라솔’이 대표적이다.
세비야 시는 1,400만유로(한화 약 173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한 도시재개발 현장에서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지가 발견되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공사는 수년간 중지됐다. 세비야 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유적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았다.
유적지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철골과 콘크리트, 격자 나무로 버섯 모양의 건축물을 만들어냈다. 이 건축물이 바로 세계적 명소가 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메트로폴 파라솔’ 이다.
그리스 아테네의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도 매장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출토유적 위에 누각처럼 건물을 올린 사례다.

울산의 첫 공공미술관인 시립미술관이 들어 설 중구는 울산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동헌, 경상 좌병영성, 왜성, 향교 등 많은 문화재들이 집중되어 있다. 시립미술관을 이 지역에 설립하기로 한 것도 이들 문화유산들과의 조화 속에 원도심을 재생해 도시에 활력을 더하자는 의미였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완벽한 미술관이나 큰 규모를 생각하기보다 주어진 울산초등학교 부지와 조화되는 규모로 1관을 짓고, 주변 여건 변화에 따라 점차 규모를 확장하거나 혹은 2관, 3관으로 확대해서 도시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드는 큰 그림도 그려볼 것을 주문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주 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공공미술관들은 지역문화활성화를 위해 분관을 만들고 있다. 미술관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 언제든지 쉽게 찾을 수 있고, 안식과 함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울산시립미술관이 ‘큰 미술관‘이 아니라 ‘아름다운 미술관‘, ‘찾고 싶은 미술관’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덧붙여 시립미술관이 중구 원도심 재생의 기폭제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빼놓지 않았다.
시립미술관을 기점으로 성남동과 옥교동, 북정동 등 원도심 지역의 문화시설들이 한데 어울려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울산읍성이라는 과거와 시립미술관이라는 현재가 공존해 도시역사성 회복과 도심재생 기폭제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은 지난 2012년 부지선정 이후 3년간 상당히 많은 행정절차가 진행 됐을뿐 아니라 인근 문화의 거리 등에 적지 않은 공공재원이 투입됐고 민간투자도 이뤄졌다. 당초 계획이라면 지금은 설계공모뿐 아니라,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부지보상 등이 이뤄져 공사 착공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더 이상 부지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지금부터는 미술관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관객들에게 어떻게 즐거움을 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이 사업주체인 울산시의 전향적인 자세다. 문화재청도 문화자산 보존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안을 요구한 만큼 울산시가 더 이상 부지이전에 매달리지 말고 ‘울산객사’와 ‘공공미술관’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