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철’의 도시다.
‘철’은 울산에서 지역정체성 측면에서 높은 역사적 가치를 지니며, 대한민국 산업수도의 모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석탈해는 단야족(鍛冶族)이라고 했는데, 단야족은 ‘야철 세력’을 말한다.
석탈해는 울산의 달천철장(達川鐵場)의 철 기술을 바탕으로 서라벌의 왕이 된다. 석탈해로 시작되는 북방의 철기 문화가 바로 울산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온 울산이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선두에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철은 인류가 발전하는 문명의 지렛대로서 고대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쇠를 처음으로 녹여낸 것은 서기전 2050년경. 메소포타미아 우르탑 옆에 쇠를 녹인 가마터와 쇠 찌꺼기가 발견되면서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국립청주박물관에서 발굴 조사한 진천 석장리와 경주 황성동의 고대 철 생산유적을 비롯해 전국에서 많은 제철유적이 조사되고 있다.
특히, 울산은 삼한시대부터 철 생산지가 있어서 주목을 받았다. 울산광역시 북구 달천동 산 20-1 일원이 바로 그곳이다.
철의 원료가 되는 토철이나 철광석을 캐내는 철장은 국가의 큰 재산이었다. 국가의 산업기반을 이룩하는 근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앞선 제련기술을 전수받아 삼국이 경쟁적으로 제련기술을 발전시켜왔다. 특히 신라는 중국의 선진 제련기술을 이용해, 달천철장에서 생산한 철광석으로 철을 생산했다. 즉, 신라가 변변치 않은 변한의 사로국에서 출발해 삼국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도 달천철장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달천철장의 역사는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중국 문헌 ‘후한서’와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한(漢), 예(濊), 왜(倭)가 여기서 철을 가져가며 모든 시장에서 철을 사용하여 매매하는 것이 마치 중국에서 돈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는 내용이 있다. 또 ‘세종실록지리지’에는 1452년 달천에서 생산된 철이 수납됐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달천지역의 철 생산은 그 역사와 유래가 깊다.

달천철장은 일본의 철기문화 형성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 달천철장에서 나온 철과 제철기술자들이 일본에 건너가 일본의 초기 철산업(鐵産業)을 일으켰고 고대국가를 형성시켰다.
사실 일본은 울산의 달천철장에서 생산된 철로 세계 2차 대전을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달천의 철은 품질이 우수했다. 달천의 비소가 함유된 철만이 일본의 총기류 내부강선(內部鋼線)용으로 쓰였다 전한다.
일제강점기는 물론 1960년대까지 달천의 철광석은 일본으로 수출됐고, 이후에는 1990년대까지 포항제철에 공급됐다.
지금도 달천철장 인근 뿐 아니라 울산의 산골짜기 곳곳에는 당시의 쇠부리터와 쇠똥(슬러지)이 널브러져 있음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박기수 울산북구문화원장은 “달천철장은 우리나라의 철기역사를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고 근대화의 원동력으로써 울산이 공업도시로 도약하는데 기반이 됐다”며 “오랜 세월 동안 흥망성쇠를 거듭해온 울산의 철 역사가 지금은 퇴락해 아쉽지만 천 년 가까이 철을 생산한 흔적은 앞으로 교육의 장으로 살아 숨 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시 북구는 내년부터 3억 원을 들여 철기문화 유적지인 ‘달천철장’ 관광자원화 정비사업과 함께 달천철장을 북구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울산과학대 산학협력단에 사업용역을 의뢰해 놓은 상태로, 쇠부리 유물 전시관, 체험시설 개발, 스토리텔링 등 문화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이제 또 하나의 울산 랜드 마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울산, 철을 지배하다’라는 타이틀로 연간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울산지역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는 쇠부리터를 현장 취재하고, 고대 제철기술을 복원하기 위해 중장기 학술 연구를 추진 중인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를 찾아간다. 또 이남규 한국철문화연구회장을 비롯, 김권일 신라문화연구소 연구원 등 국내 철 전문가들을 만나 고대 철 생산기술 복원 및 철 문화 발전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외에도 달천철장 관련 문화콘텐츠 개발 방법을 모색하고 쇠부리 축제의 울산 대표축제 육성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국내와 해외의 선진사례를 특별취재 해 독자들을 만난다.
■이남규 한국철문화연구회 회장(한신대 한국사학과 교수)
“초기 철기문화 연구 부족…쇠부리 문화 부활에 관심을”

한국철문화연구회 이남규 회장(한신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사진)은 “울산쇠부리는 가장 선진적인 우리나라 쇠부리 기술문화”라며 “울산 쇠부리 기술의 명맥은 끊어지고 달천광산은 원형이 거의 남아 있는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제철문화사를 조명하는 축제가 이어지고, 고대 철 생산(야철로) 복원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철 문화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가 기반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철 관련 연구와 보존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철기 및 철 생산기술은 고대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초기철기시대의 철 문화는 한반도 철기 문화의 출현과 맞물려 그 중요도가 큼에도 불구하고 자료의 한계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일본, 유럽의 전통 제철기술 보전사례에 비춰 울산산업사의 뿌리인 달천철장을 중심으로 울산의 쇠부리문화 복원 및 전승·개발 등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꾸준히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규 회장은 북구가 내년 쇠부리축제 기간에 맞춰 추진하는 고대야철로 복원사업에 총괄책임을 맡는다.
그는 이번 사업에 대해 “울산 쇠부리기술 복원을 위한 예비 실험적 성격으로, 고대 원통형 쇠부리 가마를 복원해 재현실험을 실시하는 것이 주 내용”이라며 “명맥 끊긴 울산쇠부리 문화 부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