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뜨거웠던 1987년 6월, 그 속에 뒹굴고 있던 운동화 한 짝에서 시작된다. 

운동화의 주인공은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청년 이한열. 그는 당시 연세대에서 열린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2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때 그가 신었던 운동화 한짝은 밑창이 100여 조각으로 부서질 만큼 손상됐었다. 지난해 28주기를 맞아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 박사가 그의 운동화를 복원해냈다.

김숨(42) 작가는 이 실화를 토대로 한 신작 「L의 운동화」(도서출판 민음사)에서 이한열의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8번째 장편소설인 이번 작품은 운동화를 통해 시대의 슬픔과 고통을 치밀하게 묘사해냈다. 어느 학생운동가의 유품의 복원 차원을 넘어 역사적인 물건으로 승화되는 것을 서술했다. 

그 과정에서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효순과 미선, 제주4.3사건, 일본군 위안부 사건, 홀로코스트 등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언급되며 우리들의 기억을 뒤흔든다.

김숨 작가는 운동화 복원 소식을 듣고 이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운동화를 복원한 김겸 박사의 연구소를 방문해 복원작업을 지켜본 뒤 소설을 완성했다.

김숨 작가는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나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으로는 「투견」, 「침대」, 「간과 쓸개」, 「국수」, 「바느질하는 여자」 등이 있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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