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호태 교수

고구려 벽화고분은 삼국시대에 드넓은 영토를 통치했던 고구려의 시대상과 정신세계를 잘 보여주는 유물이다. 하지만 고구려가 멸망한 뒤 1천 년 넘게 잊혔다가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될 즈음 벽화 속의 그림이 알려지면서 비로소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됐다.

국내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의 권위자,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가 고구려 벽화고분의 변화상을 살펴본 저서 ‘고구려 벽화고분’을 펴냈다.

이번 책에서 전 교수는 30년 가까이 연구한 고구려 고분벽화 가운데 시기별, 지역별로 대표할 만한 무덤 10기를 뽑아 소개했다.

고구려 사람들은 본래 시신을 넣은 널 위에 돌을 쌓아올리는 돌무지무덤을 만들었다. 그러다 널을 넣는 방을 따로 마련하는 돌방무덤이 유행하자 비로소 고분 안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 ‘고구려 벽화고분’

4∼5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안악3호분과 덕흥리 벽화분은 초기 벽화고분으로 분류된다. 이 고분들의 벽화는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일상생활을 묘사한 듯한 화풍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무덤 주인이 현재와 큰 차이가 없는 세계에서 내세의 삶을 꾸린다고 믿었던 것과 관련이 깊다”며 “현세보다 내세에서 더 나은 생활을 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인물을 과장되게 표현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고구려의 중기 벽화고분으로는 안악2호분, 수산리 벽화분, 쌍영총, 삼실총, 장천1호분 등이 있다. 전 교수는 이들 벽화의 공통점으로 불교와 전통신앙의 공존을 든다. 

불교의 여래(如來,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자유로운 존재)가 주관하는 정토를 그린 그림이 있는 반면, 음양오행론에 바탕을 둔 사신도(四神圖)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개마총, 진파리1호분, 통구사신총 등 후기 벽화고분은 북쪽의 국내성과 남쪽의 평양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책에는 300여 장의 도판과 함께 지금까지 확인된 고구려 고분의 분포도 등 유용한 정보가 풍성하게 실렸다. 돌베개. 448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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