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에 만나는 눈송이 ‘수레나물’. ‘사위질빵’이라고도 불린다.

칡넝쿨처럼 생겼지만 약해
7∼9월 눈송이 같은 꽃
간질·말라리아 등에 효능

이름에 ‘사위’라는 말이 들어간 꽃은 드물다. 울산 울주군 천상저수지 입구를 비롯해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덩굴식물인 ‘수레나물’의 또 다른 이름은 ‘사위질빵’이다. ‘며느리’라는 말이 갖는 의미가 ‘한(恨)’이었다면, ‘사위’는 그 반대다. ‘며느리’는 늘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로 그려진 것과 달리 ‘사위’는 늘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다. ‘사위질빵’에는 ‘사위’에 대한 장모의 애정이 담긴 이야기가 얽혀있다.

‘질빵’은 짐을 어깨에 짊어지기 좋게 연결한 줄을 말한다. 지게에 달린 어깨끈 같은 것이다. 노끈을 쓰기도 하지만 식물의 줄기를 엮어 만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칡넝쿨처럼 질긴 줄기를 쓴다. ‘사위질빵’은 조금만 힘껏 잡아당겨도 쉽게 끊어질 정도로 연약하다. 이름과는 달리 ‘질빵’에는 맞지 않는 식물 줄기다.

가을걷이가 한창이던 때 일손을 도우러 오랜만에 사위가 처가를 찾았다. 선선한 바람도 불지 않는 뙤약볕이었다. 사위를 비롯해 남정네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장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오랜만에 온 사위가 일하느라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은 일하는데 사위만 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 장모는 꾀를 내었다. 장모는 들판에 핀 ‘사위질빵’의 줄기를 엮어 ‘질빵’을 만들었다. 이를 지게에 매달아 사위에게 주었다. 조금만 무거운 짐을 지을라치면 지게는 힘없이 끊어졌다. 지게를 못 쓰니 사위는 쉴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 것만 들고 쉬엄쉬엄 일하라는 장모의 ‘사위사랑’이다.

‘사위질빵’은 7월부터 9월 사이 꽃을 피우는데 그 생김새는 ‘눈’을 닮았다. 한여름에 만나는 눈송이 같다. 긴 덩굴 줄기 끝에 하얀 꽃이 핀다. 끝마다 갈라지는 꽃대가 있다. 암술과 수술이 함께 나오는데, 암술은 10여개, 수술은 3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흰 꽃잎보다 수십개의 꽃술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네장의 꽃잎은 꽃받침처럼 꽃술을 떠받치고 있다. 실제 꽃받침은 녹색으로 4갈래로 갈라져 있다. 겉에 잔털이 난 것이 특징이다.

열매는 좁은 달걀 모양으로 9월께부터 볼 수 있다. 갈색으로 여무는데 길이 1㎝가량의 흰색 또는 갈색 털의 암술대가 붙어있다. 이는 이듬해 봄까지 붙어 있다가 바람에 날려 퍼진다.

약용으로도 쓰이는데, 간질 경련, 말라리아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기를 가을에 채취해 햇볕에 말려서 쓴다고 한다. 다만 약간의 독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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