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익현 한국지진공학회 부회장(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이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역사문헌에 울산지역 11차례 큰 지진
1643년 인조때 지진해일 동반 대지진

일반건축물 내진 2층이상 500㎡로 확대
내진설계 ‘인명보호’·‘붕괴방지’ 목표

원전 지반가속도 0.2g ‘안전정지’ 설계
신고리 3·4호기 0.3g ‘안전정지’ 성능

시설물 내진평가·보강 반드시 선행
홍보·대응훈련·조기경보체제 구축해야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우리나라에서 유례 없는 지진으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경주 및 울주군 지역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반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더욱이 울산은 원전과 석유화학공단이 있어 지진이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진에 대한 안전장치를 더 굳건히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진 발생에 따른 시민들의 발빠른 대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홍보, 교육, 훈련이 절대 필요한 실정이다.

김익현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한국지진공학회 부회장)를 만나 한반도의 지진, 원전의 안전 등 지진관련 전반에 대해 알아본다. 

-9월 12일, 규모 5.8의 유래 없는 지진을 경험했는데,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가?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지진이 별로 없어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생각을 많이 해 왔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각판 경계에서 떨어져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지진의 빈도나 세기가 작지만 삼국사기를 비롯한 많은 역사문헌의 기록을 살펴보면 지진이 많이 발생했다.

A.D 2년부터 지진계측이 시작되기 전인 1904년까지 살펴보면 사람이 느끼는 유감지진이 1,800회 정도 기록됐다. 이 중 진도 V(5) 이상이 389회, 진도 VI(6) 이상이 168회 기록됐다.

또 인명과 재산피해를 일으킨 지진도 약 45회로 평균 50년에 한번 정도 피해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부터 기상청에서 본격적으로 지진을 계측했는데, 지금까지 규모 4.0이상 지진이 48회이고 건물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진 규모 5.0이상의 지진도 8회 발생해 평균 4.8년에 1회씩 발생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판경계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이 적을 뿐이지 한반도가 절대로 지진의 안전지역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규모와 진도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어떻게 다른가?

▲지진의 크기를 나타낼 때 일반적으로 ‘규모’와 ‘진도’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규모’란 지진발생시 방출되는 에너지 크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절대적인 값이며 지진파형이 있어야 산정 가능하다.

반면 ‘진도’는 어떤 장소에 나타난 지진동의 세기를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의 물체 또는 구조물의 흔들림 정도를 수치로 표현한 것으로 상대적인 값이다.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진원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는 진도가 작아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12단계의 진도 값(MMI 진도)을 사용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규모’는 소수 한자리의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하고 ‘진도’는 정수단위의 로마자로 표시한다. 이와 별도로 내진공학에서는 땅의 흔들림을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지반가속도를 사용한다.

지진이 나면 땅이 좌우로 흔들리게 되는데, 이 때 땅이 움직이는 속도의 변화량이 지반가속도이다. 이들 ‘규모’, ‘진도’ 및 ‘지반가속도’ 사이에는 이론적인 관계식이 없다. 다만, 그 간의 경험으로 경험적인 관계식을 제시하고 있으나 지역에 따라 다르다.

-울산지역의 지진환경은 어떤가?

▲역사문헌 기록을 보면 규모 5.0 이상으로 추정(‘규모’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지진파형이 있어야 하므로 역사지진의 규모는 산정할 수 없음.

다만, 피해수준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음.)되는 지진이 울산지역에 11차례 정도 발생했다. 이 중 1643년 조선 인조 때 발생한 지진은 지진해일까지 동반한 큰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

이 지진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발생한 지진 중 두번째로 큰 지진으로 평가되고 있으며(가장 큰 지진은 1681년 양양에서 발생한 지진), 지진학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규모 7.0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행정자치부 국립방재연구소 자료, 1999년).

계기지진기록을 보면 1994년 울산 남동쪽 먼 해역에서 규모 4.6과 4.5의 지진이 두차례 발생했고, 올해 7월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에 발생한 규모 5.8 지진의 진앙도 경주 남남서쪽 8km지역으로 울산과 매우 가까운 위치이다. 따라서 울산 근역에서 큰 지진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 김익현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비해 내진설계는 잘 하고 있는가?

▲1997년 자연재해대책법을 제정해 20종류의 시설물을 내진설계 법정시설물로 지정했다. 지금은 지진화산재해대책법으로 독립돼 31종류의 시설물을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로 지정하고 있다.

이런 법률로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을 지정하기 전에 원자력시설은 1972년, 건축물은 1988년, 고속철도는 1991년, 도로교는 1992년, 댐은 1993년부터 이미 내진설계를 수행해 왔다.   

우리가 관심을 많이 갖는 일반건축물의 경우 내진설계 대상은 1988년에는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였으며, 1996년에는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만㎡, 2005년에는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 2015년에는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로 점차 확대됐다. 곧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로 확대될 예정이다.  

-내진설계된 건물(시설물)이라면 어느 정도의 지진에 견디는가?

▲많은 사람들이 내진설계가 된 시설물은 어느 정도의 ‘규모’ 또는 ‘진도’에 견디는지 궁금해 하는데 이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다만, 내진설계는 일반적으로 1000년에 한번 발생하는 지진세기(재현주기 1000년 지진)에 대해 ‘인명보호’ 또는 ‘붕괴방지’를 목표로 해 설계를 하고 있다.

이 설계지진의 지반가속도의 크기는 0.154g(중력가속도의 15% 수준)이며 이론적인 관계식은 존재하지 않지만 경험식을 사용해 ‘규모’로 환산한다면 대략 6.5 정도의 수준이고 ‘진도’로는 Ⅸ(9)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내진설계의 목표는 ‘인명보호’ 또는 ‘붕괴방지’이므로 설계지진 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더 큰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이런 경우 건축비용이 크게 증가하므로 적정 세기의 지진에 대해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 수준과 유사하게 재현주기 1000년 지진을 설계지진으로 선정했다.

-울산지역에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피해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지진피해는 지진동 세기와 구조물의 내진성능과 관계있으며 울산지역을 대상으로 지진피해 해석을 수행한 적이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개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1643년(인조)의 울산 외해를 진원으로 하는 규모 7.0(지진학자 평가)의 지진을 가상지진으로 상정한다면 울산지역의 진도는 Ⅷ(8)~Ⅹ(10) 정도로 예상된다. 진도 8이면, 일반건축물에 부분적인 붕괴가 발생하며 부실한 건물에는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는 수준이다.

진도 9는 견고한 건물에 부분적 붕괴가 발생하고, 지표면 균열 및 지하송수관이 파손된다. 진도 10은 대부분의 건축물이 파괴되고 산사태가 발생한다.

내진설계가 잘 된 건물이라면 진도 9에 붕괴되지 않고 충분히 견딜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지 않은 건물은 붕괴와 같은 상당히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지진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의 내진보강이 필요하다. 

-울산주변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많은데 지진에 안전한가?

▲원전의 구조·설비는 지반가속도 0.2g(재현주기로는 약 2000년 지진)에 대해 ‘안전정지’를 목표로 설계된다.

즉, 이 수준의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의 운전을 자동으로 정지하고 시설물의 손상 여부를 조사한 후 운전재개를 결정한다. 따라서 원전시설물의 구조적 손상은 이 보다 훨씬 큰 지진 시에 발생하게 되므로 다른 일반시설물에 비해 내진안전성이 월등히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신고리 3,4호기와 신울진 1,2호기는 강진국가로 수출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0.3g 지진(재현주기 약 5000년)에 대해서도 ‘안전정지’ 성능을 만족하도록 설계됐다. 

-지진에 의한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진에 대한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해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에 맞게 긴급대응 및 복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시설물의 내진설계 및 보강은 지진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기존 시설물에 대한 내진평가 및 보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며 한정적인 재원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지진이 발생하면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므로 지진에 대한 홍보, 교육 및 훈련이 중요하다.

따라서 평상시에 관련 교재의 작성과 교육을 실시하며,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홍보물을 작성하고, 업무 매뉴얼 등을 정비해 이에 맞춰 충분한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지진에 대한 정보를 빨리 전달 받으면 심적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되므로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큰 지진으로 인해 지진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와 우려가 크지만 이번 지진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지진에 대한 여러 미비점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측면에서 효자(?) 지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겨울을 준비해야 하듯이 이번 지진을 계기로 충분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대비책이 충분하다면 더 큰 지진에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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