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자살사망자 5개 구·군 중 최다
예방사업 적극 추진 2014년 5위로 하락
경찰, 자살신고자 밤낮 감시·상담요청 효과

대부분 시간·경제적 이유로 입원치료 외면
센터 희망리본본부 요청땐 입원비 지원
아동청소년 대상 연극치료 프로그램 운영

‘생명사랑 생명존중 아파트 만들기’ 사업
생명지킴이 구성 자살 위험군 1대1 매칭 
원예프로그램 병행… 생명 소중함 일깨워

김소영 울주군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자살신고는 단순한 경고가 아닌 ‘살려달라’는 또다른 표현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적극 손을 내밀어 줄 때 ‘살고싶다. 살아볼 만하다’는 의지를 갖게 해줄 것” 이라고 말했다. 안시현 기자 mot_ash@iusm.co.kr

자살순위로만 따질 때, 울주군은 최근 5년간 울산지역 5개 구·군 중에서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한 지자체다.

실제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울주군의 자살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30명이 훌쩍 넘었고, 내리 3년간 자살률 1위라는 기록을 남겼다. 

당시 울산의 평균 자살사망자 수와 비교하면 적게는 5명, 많게는 11명이 많은 수치다.

그런데 웬일인지 2014년에는 그 수치가 완전히 뒤집혔다. 울산 평균(25.4명)보다 무려 7명이나 적었고, 그 결과 5개 구·군 중 자살사망자 순위가 5위로 떨어졌다. 지자체나 보건당국의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반전이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들어서는 5위에서 2위로 또다시 역전했지만, 울산 평균과는 1명이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 

자살예방사업을 펼치고 있는 울주군정신건강증진센터는 울주군의 자살사망자 수가 확 꺽인 지난 2014년의 반전에 주목한다. 과연 그 때 울주군 관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김소영(43·울산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울주군정신건강증진센터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2014년의 자살사망자 수에 의미를 두는 건 성과 때문인가?

▲성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건 단순히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왜, 어떤 작용으로 자살사망자가 줄었나가 중요하다. 

한 가지 짐작되는 게 있다면, 2014년에는 자살신고가 접수됐을 때 경찰이 우리 센터측에 자살신고자와의 상담을 적극 요청해왔다는 점이다.

보통 자살신고가 접수되면 경찰-119구조대-센터 이런 구조로 연계된다. 경찰이 제일 먼저 출동하고 119구조대가 달려가고, 다음날 우리 센터 직원이 방문해서 상담하는 식이다.     

그런데 2014년에는 경찰이 유독 적극적이었건 것으로 기억한다. 자살신고자의 상태에 따라 경찰이 밤새 지키고 선 경우도 많이 봤고, 야간에도 상담직원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수없이 했다.

자살신고자가 병원에 입원해 자살예방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이 여느 해와는 분명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노력들이 귀한 성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울주군정신건강증진센터는 자살예방을 위해 ‘생명사랑 생명존중 아파트만들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월 삼남면 교동주공아파트에서 열린 ‘생명사랑 생명존중 아파트 현판식’.

-자살신고자의 입원치료가 자살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나?

▲자살예방 치료를 시작할 때는 평소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줬던 장소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입원치료를 권유한다. 

실제 1년 동안 “죽고 싶다. 죽겠다”는 신고전화를 무려 220차례나 한 A씨가 있었다. 혼자 생활하는 40대 중반 남성이었는데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데다 상처의 통증도 너무 심해 밤이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것 같다.

그런데 220차례나 신고전화를 하다보니 경찰이나 119나 모두 지쳐있었다. 하지만 본인은 상담도 입원치료도 계속 거부했고, 결국엔 우리 직원이 설득 끝에 외래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한달 정도 약물과 상담을 병행하고 있는데 그사이 자살신고는 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살신고자는 입원치료를 거부하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생활이 어려운 경우에는 우리 센터에서 희망리본본부에 요청해 입원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상태가 심각한데도 당사자가 입원치료를 계속 거부할 때는 보호자를 찾아 설득을 한다. 이때 경찰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약물치료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꽤 많다.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 물질이기도 한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치가 확 떨어진다.   

하지만 약물의 도움을 받을 경우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한 달이면 자신도 느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고, 4개월이면 정상수치로 돌아온다. 단, 약물로 받을 수 있는 도움은 80% 정도다. 나머지 20%는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뭘 해야 행복한지 못찾겠다면 주변에 재미있는 사람,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 곁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것을 권유한다. 실제 상담자 중 한 명은 출산 후 우울증이 정말 심각했는데, 자신의 집에 찾아온 동화책방문판매원이 너무 웃겨서 자신도 그 일을 따라 나섰다가 우울증을 극복한 사례도 있더라.   

최근 울산에서는 아동청소년 자살비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울주군정신건강증진센터는 올해 청소년자살예방을 위한 연극치료 동아리 활동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센터에서는 자살예방을 위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생명사랑 생명존중 아파트만들기’ 사업이 있다. 올들어 시작한 사업인데 청량면 쌍용하나빌리지, 삼남면 교동주공아파트, 범서읍 구영주공아파트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아파트별로 설문조사를 벌여 자살고위험군 주민을 발굴하고, 같은 아파트 주민으로 구성된 생명지킴이를 1대 1로 매칭해 말벗도 해주면서 항상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자살고위험군 주민들에게는 토피어리만들기 등 원예프로그램도 병행해서 꼬물거리며 자라는 생명의 소중함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동청소년 자살비율이 늘고 있어 아이들을 위한 연극치료 동아리 활동 프로그램인 ‘수퍼스타U’도 시작했다.  

실제 통계를 보면, 10세~19세 청소년 10만명당 자살사망자는 울주군이 2010년 3.5명에서 2011년 0명, 2012년 7명, 2013년 3.6명, 2014년 11명이다. 

울산시 전체로도 수치가 늘고 있어서 2010년과 2011년 4명 정도이던 것이 2012년에는 1.8명으로 줄어드나했는데 2013년에는 4.4명, 2014년에는 11.2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이 5.1명~4.5명 선인 것과 비교할 때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울주군 자살사망자가 갖는 공통된 특징이 있나?

▲꽃 피는 봄, 수요일, 정오~오후 6시에 가장 많은 자살자가 발생하고 있다. 울산 전체적으로는 자정~오전 6시에 자살자가 가장 많은데 이와는 분명 다른 양상이다. 

자살장소도 일반적으로는 주택이 가장 많은데 울주군의 경우 비행기나 선박, 기차, 승용차가 전체의 절반(51.3%)을 넘어선다. 그 다음이 주택(38.9%)이다.
 
실제 울주군에서는 KTX가 개통된 2010년 11월 이후 자살자가 늘었고, 상당수가 울산역사 인근 야산이나 바다 등에서 발생했다. 자신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 중에서 역사 주변에 야산이 있는 울주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울주군의 자살취약계층은 노인인가?

▲그렇지않다. 전국적으로는 70대 이상의 노년층 자살비율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울주군은 40~50대 중장년층의 자살비율이 노년층보다 높다. 

2011년~2013년 울주군에서는 50대(24.5%), 30대(20%), 70대(19%), 40대(15%), 60대(11%, 20대(8%), 10대(1.5%) 순을 보였다.     

문제는 중장년층의 경우 자살예방사업을 펼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 경제활동이나 자녀양육, 부부관계 등에 많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엔 시간이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자살은 누구 한 사람의 노력 만으로는 예방하기 어렵다. 자살신고를 한다는 것은 단순한 경고음이 아니라 “살려달라”는 또다른 표현이다. 가족과 이웃, 지자체, 경찰, 119구조대 등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적극 손을 내밀어 줄 때 “살고싶다. 살아볼 만하다”는 의지를 갖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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