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하고 싶은 울산… 노동자 현주소  3. 언어·문화의 장벽, 외국인노동자

울산지역 1,500여개 사업장 5,639명
취업전용자격 절반 이상이 제조업 종사

인권유린·폭력 줄었지만 차별은 여전
업무관련 의견 제시해도 무시하기 일쑤

월급 100만원 남짓… 대다수 최저임금
고향에 보내고 남은 돈으로 어렵게 생활

작년 임금체불 1,520건… 생존권 위협
사업주 배려·한국 적응 노력 필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미나리 재배 단지에서 미나리를 수확하는 모습. (울산매일 포토뱅크)

국내 외국인 노동자가 올해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3년 처음 전체 취업자의 3%를 넘어 지난해 3.6%까지 증가했다. 분야도 개인 사업을 하거나 공공서비스, 서비스업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는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고, 제조업의 도시 울산에도 5,600여명이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졌을까. 아직도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모욕감을 감내하기도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쩔쩔매는 경우도 허다하다.

◆외국인 노동자 100만 시대… 울산 1,500여개 사업장·5,639명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외국인 취업자 구성 변화와 특징 분석’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외국인 노동자는 96만2,000여명이다. 2013년 같은달 76만명이던 외국인 노동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증가폭은 조금씩 둔화되는 양상이지만 올해 그 수는 100만명에 이를 것이라 예상한다. 이미 외국인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 대비 3.6%, 임금근로자 대비 4.9%를 차지한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자격, 즉 비자 유형은 다양하다. 유학생과 재외동포, 결혼이민자 등 취업전용 자격이 아닌 경우에도 2명 중 1명이 취업 상태(51.2%)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비전문취업(E-9)이나 방문취업(H-2) 등 취업전용 자격 체류 상태다. 

특히 취업전용 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절반 이상(56.6%)이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전용 자격이 아닌 경우 사업(26.7%)이나 서비스업(25.4%), 제조업(31.8%) 등에 고루 종사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석유화학이나 조선업 등 제조업 사업장이 다수 모인 울산에도 상당 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 울산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울산지역 비전문취업(E-9) 외국인 노동자는 5,639명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고용예정인 사업장은 1,500여곳에 달한다.

◆“화상 입고 보니 ‘조심하라’는 말이었구나 싶어…”

우리 노동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 인권유린과 폭력 등은 옛말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낯선 환경에서 차별받고 있다.

네팔 출신의 A(32)씨는 한국, 정확하게 울산에 온지 올해로 8년차다. 중간에 몇달 고향에 다녀온 걸 빼면 수년째 타향살이 중이다. 그는 남구의 한 제조업 공장에서 근무한다. 네팔에서 그는 소위 ‘화이트칼라’였다. 회사의 노무담당 부서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하루는 신문을 보다가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광고를 발견했어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했죠. 그때만 해도 한국 생활을 아는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어요. 큰 결심으로 한 도전이었어요.”

그는 한국어 시험 등 각종 절차를 거쳐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에 들어왔다. 처음 고층 빌딩을 보면서 흘러나온 감탄사는 공장에 도착해 경악으로 바뀌었다. 어두운 내부에 들어섰을 때 찌릿한 악취가 코를 찔럿다고 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일해야 하나….’

공장에서 첫날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 교육은 10여분. 무엇을 만드는 곳인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시키는 일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보름째 그는 손등 전체에 화상을 입었다. “짧게 교육할 때 저한테 뭐라고 말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위험해요’, ‘조심해요’라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병원에서도 그는 피부이식 수술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뒤로 그는 근무시간 틈틈이 한국어 공부에 매달렸고, 지금은 유창한 한국어 실력자가 됐다.

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했다. “일을 하다가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게 있어요.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니가 뭘 알아’, ‘외국에서 돈벌러 왔으면 돈이나 벌어’라며 짓밟이죠. 길거리를 다니다가도 괜한 시비 때문에 곤란하기도 해요.”

◆임금체불 등 진정사건 매년 증가세… “이해·배려 필요”

A씨와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 대다수는 최저임금을 받는다. A씨는 한달 꼬박 일하고 1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받는다. 그 중 절반 넘는 돈을 고향 가족들에게 보내고 나머지로 빠듯하게 생활한다. 화장실이 딸린 방 한칸에 5~6명이 함께 쓰는 기숙사지만 매달 5만원씩 내야 한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제외하고 꼬박 1~2끼의 식비와 휴대전화 같은 기본적인 생활비를 지출하면 한달 한달이 빠듯하다.

임금체불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것은 모든 노동자에게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지역 상담가 등은 폭행 등은 과거보다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임금체불 등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한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울산지역 외국인 노동자가 접수한 진정사건은 지난 한해 1,520건이다. 2014년 678건, 2015년 937건 등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 사건 대다수가 임금체불 문제다. 휴가 사용 등과 같은 사항을 위반한 사례가 있지만 대다수 사업장이 임금체불 건에 대해 조사를 받다 추가로 적발되는 경우였다.

외국인 지원 상담가들은 외국인 노동자와 그를 고용한 사업주 모두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상담가는 “대부분의 사업장은 저임금으로 필요에 의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며 “그들이 필요에 의해 사용되고 버려지는 부품이 아니듯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에 대해서도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는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부경찰서 외사계 최현석 경장

“언어·문화적 차이… 산업현장 고충 심각”
 외국인 노동자 전문지원시설 필요

 

최현석 경장

“외국인노동자는 국내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소외받고 있습니다. 대다수 외국인 지원 사업이 결혼 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정에 맞춰있으니까요. 이들은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아요.”

울산 남부경찰서 외사계 최현석(40·사진) 경장의 말이다.

남부서 외사계는 2주에 한번 외국인노동자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남구 야음장생포동 일대에 합동순찰을 벌이는 것. 야음장생포동은 울산의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남부서 외사계는 2012년 외국인노동자를 중심으로 ‘외국인자율방범대’를 꾸려 5년째 특별방범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진 않습니다. 외국인노동자는 더 그렇죠. 순찰이 이어질수록 지역 주민들도 익숙해지고, 외국인노동자들도 스스로 지역 사회에 기여한다는 뿌듯함을 갖게 되더라구요.”

남부서 외사계는 지역 외국인들의 복합 상담소다. 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담소재를 들고 경찰서를 찾는다. 특히 외국인노동자들이 자주 방문한다. 많은 이들을 만난 그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 지 막막하다고 호소합니다. 외국인노동자는 지역 정착을 위해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과 산업현장에서의 고충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어요. 다문화가정이나 결혼이주여성을 지원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죠. 하지만 현재 국가나 지자체 정책은 다문화가정 등에만 맞춰져 있어요.”

그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민원상담, 산업재해와 같은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전문시설 확충, 상담 서비스를 위한 인력충원 등이 뒷받침돼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남부서 외사계는 외국인노동자 고용업체를 방문해 찾아가는 도움센어, 범죄예방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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