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표정 朴-울먹이듯 훌쩍인 崔…서로 인사도 안해
검사, 박 전 대통령 '피고인'으로 지칭…'전직 대통령'으로 표현하기도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는 23일 오전 박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시간 차를 두고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합니다." "피고인들은 모두 나와서 자리에 앉으십시오."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서관 417호 형사대법정. 재판장이 시작을 알리자 피고인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초췌한 얼굴에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띠고 들어섰다. 헌정 사상 3명째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의 재판이 시작했다.

             박근혜-최순실, 외면

박근혜-최순실, 외면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는 23일 오전 박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자리에 앉은 뒤 곧장 '비선 실세' 최순실(61)씨가 법정에 들어섰으나 40년 지기로 알려진 두 사람은 서로 인사도 주고받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자 그의 변호인단뿐 아니라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 등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지만, 정작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서로 인사하지 않았다.

줄곧 앞만 응시하던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짧게 귓속말로 대화할 뿐 최씨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법정 향하는 검사들
법정 향하는 검사들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린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한웅재(왼쪽), 이원석(오른쪽) 부장검사가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재임 때보다 다소 초췌한 모습의 박 전 대통령은 양손을 팔걸이에 얹은 채 회한에 잠긴 듯 목을 젖혀천장을 올려다보거나 방청석을 향해 잠시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목이 타는 듯 변호인이 종이컵에 따라준 물을 한두 차례 들이켰다. 변호인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은 최씨는 연신 무언가를 메모했다.

재판장이 두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시작으로 재판을 진행하자 박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다. 최씨는 감정적으로 흔들린 듯 울먹이는 표정을 짓고 코를 훌쩍였으나 박 전 대통령은 내내 아무런 표정도 띄우지 않았다.

공소유지에 나선 검사와 재판장은 이날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피고인'이라고 지칭했다. 검사는 모두진술에서 박 전 대통령에 관해 '피고인'으로 부르면서 간간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표현도 썼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40분께 법무부 호송차에 타고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9시 10분께 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집게 머리핀으로 머리를 고정해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와 비슷한 형태를 낸 헤어스타일에 남색 코트 차림이었다. 법정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으나 포승줄로 묶이진 않았다. 왼쪽 가슴에 구치소 표식이 달려 있었다.

박근혜 재판 기다리는 시민들
박근혜 재판 기다리는 시민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는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 출입구에 방청권에 당첨된 시민들이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때부터 대리인으로 활동해온 유영하·채명성 변호사를 비롯해 여러 명이 맡았다. 법원 부장판사 출신 이상철 변호사 등도 출석했다.

검찰에서는 특별수사본부의 핵심 실무진이었던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검사 8명이 출석했다.

법원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정 안에 10명이 넘는 방호원과 사복 경찰관들을 배치하는 등 경비 수준을 강화했다. 다행히 재판은 별다른 동요나 소란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확보한 방청객들은 재판 시작 전부터 법정 앞에 줄을 서서 비표를 받은 뒤 일찌감치 150석 규모의 대법정을 가득 채웠다. 몇몇 방청객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쥐거나 미리 준비한 노트에 바쁘게 메모하며 재판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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