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최한돈 부장판사 "의혹 해소 안 된 제도개선은 사상누각"

 

 

8년 만에 열린 '전국법관회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의 추가조사를 거부한 데 항의해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 현안 조사 소위원장인 인천지법 최한돈(52·사법연수원 28기) 부장판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20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소속 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께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판사직에서 물러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6월 28일 대법원장님은 종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이유를 내세워 추가조사를 거부했다"며 "이것은 대법원장님이 우리 사법부의 마지막 자정 의지와 노력을 꺾어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재직 당시 있었던 부당한 재판 개입에 대해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던 모습을 지켜봤다"며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오늘 우리 사법부는 사법행정권이라는 미명 아래 더욱더 조직화한 형태로 법관들의 자유로운 연구 활동까지 감시하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최 부장판사는 "사법부 내에서 공개되지 않고 은밀히 이뤄지는 법관에 대한 동향파악은 그 어떤 이유를 내세워 변명하더라도 명백히 법관독립에 대한 침해"라며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의 제도개선은 한낱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법원행정처 기조실이 대법원장이나 사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판사의 명단과 정보를 만들어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최 부장판사는 이 의혹 등의 해명을 요구하며 전국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모인 지난달 1차 판사회의에서 현안 조사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당시 판사회의는 ▲ 블랙리스트 등 의혹 추가조사 권한 위임 ▲ 사법행정권 남용 책임자 문책 ▲ 판사회의 상설화를 요구했다.

이에 양 대법원장은 판사회의 상설화 요구를 전격 수용하고 책임자 문책과 관련해서는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추가조사에 대해서는 '교각살우'라며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혔다.

최 부장판사는 "저에게 마지막 남은 노력을 다하고자 어제 법원장님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이는 오로지 저의 충정을 통해 대법원장 님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는 한 가닥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지 다른 어떤 의도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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