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 ubc울산방송 창사 20주년 다큐 ‘내 인생의 스탑오버’ 공동연출 이동건·김장희PD

 이동건PD
 낯선 여행지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생활 담아
 배경음악 5곡 자체 제작… 영상미에도 공들여
‘스탑오버’ 필요한 워킹맘·청년사업가 등 출연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여행 콘셉트 반응 좋아

 김장희PD
 낯선 사람도 흔쾌히 초대하는 남미의 친근감
“나도 언젠가 꼭 가리라” 게시판 글 보며 뿌듯
 소설 ‘설국’의 日 니가타현 여행 많은 관심 부탁
‘내 인생 스탑오버’로는 칠레 이스터 섬 꼽아

‘인생의 스탑오버’를 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북돋우고자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라고 공동연출을 맡은 김장희PD(왼쪽)와 이동건PD는 말한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욜로 라이프’의 유행 때문일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대출을 받아 해외를 나간다고 할 정도다. ubc울산방송이 창사 20주년을 맞아 제작한 여행 다큐멘터리 ‘내 인생의 스탑오버’가 지난 9월9일 첫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행선지와 다음 목적지 사이에서 잠시 머무른다는 의미의 ‘스탑오버’. 인생의 스탑오버를 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북돋우고자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라고 제작진들은 말한다.

20년차 워킹맘의 스위스 브리겐츠 호숫가 마을에서의 여행이야기와 청년사업가의 모로코여행 등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10분 각기 다른 사연의 시청자가 각기 다른 나라에서 그들의 ‘스탑오버’를 펼쳐 보인다. 프로그램을 공동 연출한 ubc울산방송 이동건, 김장희 피디에게 제작의도와 촬영에피소드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각 방송사마다 다양한 여행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 (이동건PD) 많은 사람들이 긴 여행을 꿈꾼다. 그래서 요즘 티비를 켜면 다양한 여행프로들이 나온다. 대부분의 여행프로그램은 그 여행지가 어떤 곳인지를 소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 프로그램은 관광지 위주의 장소 소개보다는 낯선 곳에서 주인공이 무엇을 느끼는지에 주안점을 뒀다. 한 곳에 보름 이상 머물며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인생 여행이다.

모로코 에사우이라 해변에서 출연자 오세기 씨를 비롯한 제작진과 함께 대서양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이동건PD. ubc울산방송 제공

- 배경음악, 영상미, 촬영구도에 공을 많이 들인 듯한데.

▲ (이동건PD) 영상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 저런 곳에서 나도 한번쯤은 저런 생각을 해보고 싶다”라는 느낌을 시청자들이 느끼길 원했기 때문이다. 또 배경음악에 심혈을 기울여 5곡정도를 자체제작을 했다. 해외 판매 저작권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만의 음악을 제작해 타 여행 프로그램과는 다른 기획의도를 전달하고 싶기도 했다. 

- 200명 가까이 되는 시청자들이 출연진 공모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 어떤 출연자들이 선정됐나? 

▲ (이동건PD) 선정기준은 한마디로 지금 인생의 ‘스탑오버’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일반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이 갈 만한 사연을 가진 분들을 뽑았다. 열심히 살아온 워킹맘, 4년차 위기의 청년창업가, 늦깎이 대학생, 깜찍발랄한 소녀로 돌아간 마흔 살 엄마, 이 시대의 가장, 서른을 맞은 여자 아나운서. 다들 제각기 사연이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연들이라고 봐진다.

- 촬영 중 재미있었던 일화가 있었다면? 

▲ (김장희PD) 페루 촬영 중 퍼레이드를 같이 구경하던 현지인과 주인공이 말문을 텄다.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놀러가도 되냐고 물었는데 흔쾌히 허락을 했다. 그런데 촬영본을 번역하다 “우리 집에서 자도 되냐는 거 같은데?”, “어디서 자? 침대도 없는걸”, “옷 덮고 자면 되잖아”하며 현지인들끼리 귀여운 대화를 나눴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낯선 사람과도 금방 친구가 되는 남미 사람들에게 친근감이 저절로 느껴졌다. 

- 여행(촬영) 후 출연진들의 반응은 어땠나? 

▲(이동건PD) 인생에서, 그리고 여행에서 용기를 얻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페루 출연자의 경우 남미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먼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세계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또 이번 프로그램의 제작의도처럼 관광지 위주가 아닌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 콘셉트를 개인적으로도 계속 이어가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 스위스, 모로코, 칠레 등 3개국 촬영분이 전파를 탔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 (김장희PD)  첫 방송인 스위스 편의 반응이 뜨거워 너무 감사했다. 특히 “나도 언젠가 그런 시간을 가져보리라” 결심했다는 홈페이지 게시판 속 시청자의 글은 제작진이 가장 바라던 일이었고,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였기에 뿌듯했다. 

김장희PD가 페루 인티 라이미(태양제) 전야제에서 전통 복장을 하고 퍼레이드에 참가한 페루인을 인터뷰하고 있다. ubc울산방송 제공

- 이어서 방영될  페루, 핀란드, 일본 촬영분에서는 어떤 사람들의 어떤 ‘스탑오버’가 펼쳐지나?
 
▲ (김장희PD) 페루는 ‘소녀가 된 엄마’, 핀란드는 ‘아빠, 호수로 풍덩!’, 일본은 공모에 선정된 주인공의 갑작스런 개인사정으로 함께할 수 없어 울산방송 아나운서인 박지혜씨가 함께 했다. 소설 ‘설국’을 따라 일본 니가타현의 풍경과 축제를 담았다.

- 스위스, 모로코, 칠레, 페루, 핀란드, 일본 등의 촬영지 중 개인적으로 ‘인생의 스탑오버’를 즐기고 싶은 곳은?

▲ (김장희PD) 칠레의 이스터 섬이다. 이스터 섬은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데, 석상 자체는 하루만 보면 충분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모두가 서로를 잘 아는 작은 공동체인 그곳 원주민들(라파누이)들의 삶이다. 칠레 편은 수도 산티아고가 중심이라 이스터 섬에는 며칠 머무르지 못했는데 내 인생에서 스탑오버가 주어진다면 아름다운 태평양을 터전으로 사는 그들과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동건PD) 열심히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는 큰 선물 같은 여행이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러나 긴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또 7개국 패키지가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짧은 휴가동안 1개국만 본다는 게 손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쯤은 딱 한 나라에서 그 곳 사람처럼 낯설게 살아보는 게 어떨까. 분명 여행 후의 당신은 달라질 것이라고 소심하게 장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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