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래와 공존의 길을 걷다  4.돌고래 쇼장에서 환경을 이야기하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 외곽에 위치
사파리 연상되는 사육시설 ‘눈길’
천장없는 대형 쇼장·주변녹지 등
국내 쇼장서 느낀 측은함 안들어
쇼 중간 바다환경오염 영상 상영
환경보호 중요성 경각심 일깨워
年 50만 방문 1,400만 유로 수입
생태-관광 모두 윈윈비법 배워야 

 

이탈리아 로마 주마린 돌고래쇼장에서 돌고래들의 곡예에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돌고래 쇼에 대한 반대의견과 부정적인 시각이 환경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 까지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은 돌고래의 불법포획, 사육중인 돌고래 폐사 은폐, 뒤늦게 공개한 돌고래 수입 결정 등 각종 이슈들이 곳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선은 국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총 6곳의 돌고래 사육시설을 보유했던 이탈리아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돌고래 쉼터’ 후보지를 물색 중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보호를 부르짖는 독특한 돌고래 쇼장을 이탈리아에서 만났다. 

 

총괄 매니저 닥터 레나또 렌지가 주마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 친환경적 돌고래 쇼장 주마린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의 외곽지역에 위치한 주마린(Zoomarine) 돌고래 쇼장은 일반적인 울산의 고래생태체험관이나 제주도의 퍼시픽랜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3곳 모두 바다 인근에 위치했지만 실내 건물에 사육시설이 있는 국내와는 달리 주마린은 탁 트인 드넓은 부지에 흡사 동물원이나 사파리월드를 연상케 할 만큼의 경치와 자연환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마린 시설 내에는 돌고래 외에도 물개, 홍학, 거북이, 앵무새 등 각종 조류가 살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다니며 둘러보기만 하는데도 30분 정도는 걸렸다. 평소 보기 힘든 동물들이 많이 있어 가족단위의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10월 말 할로윈데이를 앞두고 분장한 아이들의 모습 역시 서로서로에게 볼거리였다. 그래도 역시 메인이벤트는 돌고래 쇼다. 쇼 시작 시간이 돼 갈수록 주마린 내에 있던 방문객들은 한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천장이 없는 대형 야외 쇼장. 눈에 보이는 수족관만 5개, 주변은 녹지로 구성돼 있어 국내 돌고래 쇼장에 있는 돌고래들에게서 느꼈던 측은함은 들지 않았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돌고래들의 움직임도 훨씬 활발하게 보였다. 쇼장에서 만난 한 한국인 박모(24·여)씨도 “한국에서 본 돌고래들과는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며 “사육환경이 좋아서 인지 돌고래들이 더 건강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마 주마린의 돌고래들이 곡예를 펼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 돌고래와 함께 환경운동을 하다 
로마 주마린은 지난 2005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9개국 27개의 대공원, 240마리의 돌고래를 사육하고 쇼장을 운영하는 돌핀디스커버리가 2015년 주마린을 인수하면서 이곳의 운영은 절정기를 맞이했다 현재 주마린에는 8마리의 돌고래가 살고 있다. 

취재진이 쇼장을 찾은 날 1,000여명의 관객들이 관람을 위해 이 곳을 찾았다. 돌고래 쇼가 시작되고 돌고래의 곡예가 이어질 때 마다 관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쇼가 15분 여 정도 지났을 때 쇼장 중앙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바다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드러낸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 때문에 생을 마감하는 해양생물들과, 특히 돌고래가 쓰레기를 먹고 폐사되는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영상이 흘러나온 뒤 한창 곡예를 벌이던 돌고래들이 수족관 안으로 사육사들이 던져놓은 쓰레기들을 수거해 수족관 밖으로 던져냈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본 관객들은 박수보다는 숙연한 침묵의 시간으로 화답했고,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이 모습을 아이에게 각인시키며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선 안 된다’고 교육했다.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는 돌고래사육장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모습은 생소했다. 
이날 쇼장을 찾은 미쉘(38·여)은 “즐거운 돌고래 쇼 관람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에 대한 중요성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오고 싶다”고 말했다.

 

사육사들과 돌고래들이 푸른지구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 쾌적한 사육환경으로 동물학대 문제에 맞서다
주마린의 사육장을 총괄하는 닥터 레나또 렌지는 지난 2012년에 폐쇄된 사육장 등에 대해서 “우리와는 관계 없는 일” 이라고 못 박았다. 주마린의 환경과 사육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특히 최근 주마린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 지난 10월 중순 이쁜 암컷 막내 돌고래가 태어난 것이다. 렌지는 사육 환경이 좋아서 인지 별다른 문제없이 잘 자라고 있으며 쇼장에 얼굴을 비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쇼를 관람한 이날도 새끼 돌고래를 볼 수 있었다.

렌지는 “8마리의 돌고래 중 오래된 친구는 20년 정도 함께하고 있다”며 “최대한 돌고래들과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다른 사육장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마린으로 찾아오는 관광객 수는 연간 50만명이며, 수입은 1,400만 유로(179억 3,694만원)다. 생태관광으로 가지는 가치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또 생태체험교육도 담당하고 있어 무작정 사육장 해체를 논하기엔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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