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12월31일 법계사에서 지난 일 년 동안 살면서 지은 죄를 참회하고 잘 한 것이 있으면 그 공덕이 남에게 쓰여지라는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는 새벽 4시 반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줄을 지어 산을 오른다.

체감온도 영하 30도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 어려운 산행을 도전한다는 것에 큰 감동이 밀려온다. 산을 오르는 것은 마음을 닦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게 정상에 올라 한참 동안 일출을 기다렸지만 산 정상에는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녀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수천 명이 일출을 볼 것이라는 기대 속에 도전 했지만 해는 구름사이에 한두 번 수줍은 듯 잠깐 비췄을 뿐!!
 

황산스님(울산 황룡사 주지)

여기저기서 하는 말, 

‘천왕봉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던데 덕이 없나보다‘라는 자책의 말이었다. 

일출을 보지 못해 실망해 상심이 컸다면 그 이후 보이는 것들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구름가득한 일출도 일출의 한가지임을 알기에 그 후로 보이는 눈꽃에 매료돼 죽도록 아름다운 나무 눈꽃을 보며 하산하게 됐다.

‘기브 앤 테이크’란 책이 있다. 미국 와튼 스쿨의 심리학 교수가 저술한 책이다. 

주는 사람을 ‘giver'라고 부르고 그 기버가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헌신적이고 착한 사람을 우리 사회에서는 ‘바보’라고 부른다, 그런 소문과는 다르게 헌신적이고 착한사람이 사업에서도 놀라운 성공을 하고, 운동경기에서도 승리하며, 잠재력을 이끌어내어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좋은 인맥을 쌓으며 매우 행복한 삶을 산다는 이야기다. 

스스로 착해지기 위해 수행했던 지난날들, 그리고 착한 사람이 손해 본다는 말에 늘 ‘그건 아닌데’하며 늘 불편한 마음이었는데 이 책을 보니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삶이 행복뿐만 아니라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다는 말과 그에 따른 예시에 지금까지 가졌던 ‘남을 위한 삶이 최상의 삶이다’ 라는 어렴풋한 믿음이 확신으로 가득 차게 됐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일출을 볼까? 덕을 쌓으면 성공 확률은 높을 것이다. 삼대가 덕을 쌓았어도 도전하지 않으면 도루묵이요, 삼대가 덕을 쌓지 않았어도 내 스스로 계속 덕을 쌓는다면 결국 승리자가 될 것이다. 

‘조상이 덕을 쌓고 쌓지 않고’에 기대지 말고 홀로서서 공덕을 지어야 한다.

선한 마음으로 일출을 보기위해 산행을 하는 것 자체도 공덕을 쌓는 일이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면 어느덧 좋은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영리한 기버는 미리 계산하지 않고 선한 의도로 남들에게도 분명히 의사표현 하며 떳떳하게 선행을 한다.

‘기브 앤 테이크!’ 

주는 자가 될 것인가 받는 자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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