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6월, 만나면 차 한 잔으로, 책과 예술, 건축, 여행이 수다거리였던 단짝 친구에게 ‘영호남 미술교류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빨간 바탕에 ‘나눔 나눔 나눔’이란 제목만 쓰인 책을 선물 받았다. 책 표지가 정말 예쁘다. 10대부터 책표지가 예쁜 책을 먼저 고르는 편이라, 받자마자 만족이었다.
 

책 앞장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책 속에 소개 되어진 사람들처럼 나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되도록 우리 노력하자”며 단짝 친구의 메시지가 담긴 이 책은 20년이 지나서도 나에겐 아직 큰 울림이 되는 특별한 책이다.

지난 2016년 7월 말에 의미를 잔뜩 버무릴 작정으로 일본 미나마타에 다녀왔다. 여행 짐을 꾸리는데 항상 여권보다 책 한 권을 먼저 넣는 허세가 있다. 막상 여행길에서는 가이드북이나 스마트폰 보는 여유가 딱 인데도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하며 당장에 서점에 달려간다. 어김없이 먼저 미술 코너를 지나 신간 코너에서 서성인다. ‘기쁨의 정원’ 내가 좋아하는 단어가 다 들어 있네. 책 표지 디자인과 함께 책의 제목은 저 무수한 책 중에서 한 권을 집어 들어야 하는 고민을 덜어 주는데 한 몫을 한다. 나의 취향 저격! 행복이란 말보다 기쁨이란 낱말을, 공원보다는 정원이란 낱말을 쓰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김근숙 G&갤러리 관장

저자명이 ‘조병준’이었다. “남들 다 내는 책, 이 분도 내는 군, 그래도 제목을 잘 짓는 군”하며 내심 막말대잔치를 하고 있었다. 2016년 1월에 울산 중구 대안공간 42에서 ‘신들의 정원, 사람의 마을’이라는 사진을 가졌던 분으로 수줍음이 너무 많고 앞에 나서길 꺼려했던 인상이 남아 있어 지인 양 했던 것이다. 

일단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 프로필을 읽어 내려가는데, 아니! 나의 20대를, 나의 예술관을 흔들어 놓았던 ‘나눔 나눔 나눔’의 저자였던 조병준이 바로 이 분이었던 것이다. 

너무나 반갑고 설레는 마음으로 당장에 집어 들었다.

기쁨의 정원은 저자가 키운 옥상 정원의 꽃에서부터 세계 여러 나라 여행을 하면서 만난 꽃과 나무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담고 있다. 옥상 정원이라고 해서 유리온실에 대리석상이 놓여 있거나 고가의 정원수로 꾸며 놓은 게 아니다. 평범한 양옥집 콘크리트 옥상에 눈에 띄지 않는 시시한 꽃들과 시장에서 몇 천원이면 살 채소들을 가꾸면서 그동안에 겪었던 느꼈던 거대한 인생이야기를 편안하게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잔소리가 아닌 혼잣말로, 꾸밈이 없는 듯 예의 바르고 소박한 한데 격이 있는 이야기를 근사하게 하고 있다.

아주 가까운 이야기도 있다. ‘꽃 기르는 사내 꽃 그리는 사내’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 울산의 한국화가 이상열 님의 이야기도 등장하는 것이다. 결국은 다들 이렇게 한 자리에서 만나는구나! 괜히 우쭐해진다.

나의 20대에 만난 ‘나눔 나눔 나눔’은 인생의 지침서라고나 할까. 조병준 작가는 그때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이라 생각했었고 ‘참 잘했어요’하는 칭찬을 받고 싶은 분이었다. 한 참 만에 다시 만난 ‘기쁨의 정원’의 조병준 작가는 이웃집 시인 같고 삼겹살 사주는 삼촌 같은 편안함으로 미술활동가로 잘 버텨온 나의 40대를 토닥거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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