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맛집] 삼겹살 전문점 ‘벼루’

전북 익산서 공수한 암퇘지 직접 손질
콩나물·김치·미나리도 불판 위 합석
노릇노릇 고기 한점에 입안 가득 육즙
추억의 생삼겹살 맛에 情도 듬뿍
10여년째 한자리서 주민과 소통

생삼겹살 전문점 ‘벼루’는 전북 익산에서 공수된 암퇘지를 주 메뉴로 조현진 사장이 직접 손질하고 썰어 손님상에 내 놓는다. 벼루 모양의 불판위 두툼한 생삼겹살이 노릇 노릇 익어가는 모습에 군침이 돈다. 김상우 기자 naksw201@iusm.co.kr

대한민국 국민들과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메뉴가 있다면 단연코 삼겹살을 꼽을 수 있다. 가족들과 집에서 파티하는 기분을 낼 때,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자리, 각종 행사 및 MT, 지치고 힘들어 한잔 생각이 날 때면 ‘삼겹살’을 찾곤 한다.

그리고 직장에서의 회식메뉴로 단연 1위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처럼 삼겹살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뭔가 특별한 음식이다.

요즘 ‘고기는 사랑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돼지고기 중에서는 삼겹살이 최고 인기다. ‘아는 맛이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은 아는 맛과 함께 정이 넘치는 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삼겹살은 추억의 맛

첫 고기는 역시 고기 본연의 육즙과 풍미를 느끼기 위해 소금에 살짝 찍어 먹어야 한다. 그 다음 부터는 취향대로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파채에 싸먹거나, 깻잎, 상추, 무쌈 등 쌈에 싸 먹어도 좋다. 맛있게 먹으면 그것이 곧 행복이다.  

언젠가부터 삼겹살을 다루는 식당들의 변신이 계속해서 이뤄져 왔다. 기존의 삼겹살에 벌집모양의 칼집을 내 먹는가하면, 고추장 삼겹살, 된장박이 삼겹살, 와인 숙성 삼겹살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벼루 모양의 불판과 신선한 채소와 국산재료로 차린 밑반찬.

제주도와의 왕래가 보편화 되면서 흑돼지 삼겹살이 한창 각광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두툼한 삼겹살을 눈앞에서 직원이 직접 구워 한입에 먹기 좋은 사이즈로 컷팅까지 해주는 음식점도 많이 생겼다.  

삼겹살에 대한 이런저런 추억을 떠 올려 보면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즐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다양한 변신을 하면서도 딱 한가지 공통된 점이 있다. 도란도란 모여 앉아 수다를 떨며 행복해 했던 그 추억. 그리고 그 추억과 가장 많이 동행했던 삼겹살. 그래서 삼겹살은 일상이면서도 추억이다.  

◆추억의 아는 맛 그대로

울산 북구 화봉동 421-2번지에 있는 ‘벼루’는 가장 기본적인 삼겹살을 선보이고 있다. 시대를 따지기 애매할 수 있지만 7080세대들이 즐겨먹던 추억의 생삼겹살이다. 추억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장 기본적이고 질리지 않는 맛이다. 

이 곳의 고기는 전라북도 익산에서 공수해온 암퇘지다. 암퇘지를 조현진(55) 사장님이 직접 손질하고 손으로 직접 썰어 내 손님들의 상위에 올린다. 그렇게 상위에 올라온 신선한 고기를 벼루모양의 불판에 올려 구워 먹는다. 벼루모양의 넉넉한 불판에 선홍빛깔 질 좋은 고기를 올리는 순간 맛있는 냄새와 소리가 퍼지기 시작한다.

깨끗하고 청결함을 보여주는 오픈 주방.

고기와 함께 곁들일 찬들도 알차다. 4계절 내내 맛볼 수 있는 콩나물, 사모님이 직접 담그신 김치 등 각종 채소들이 고기의 맛을 도와준다. 봄이 한껏 다가와서 그런지 상에 올라온 미나리의 향이 일품이다. 고기 외 채소는 전부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가져오는 국산식재료다. 

고기 한점을 입에 넣는 순간 육즙이 입안 가득 자리 한다. 취향의 차이가 있지만 큼직하게 잘라 먹는 것이 더 옛날 맛이 난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사 오셔서 구워주시던 그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삼겹살 외에도 별미로 항정살과 오리불고기가 있다. 삼겹살보다 더 부드러운 식감을 느끼고 싶다면 강추다. 고기를 먹은 뒤 식사로 나오는 된장찌개와 국수를 먹어야 완벽한 한 끼가 해결된다. 깔끔한 된장찌개는 물론 인심가득 국수는 정을 느끼게 한다. 사모님 말씀이 “손이 너무 커서...”라는데, 손이 아니라 정이 크다.   

삼겹살과 미나리, 김치, 콩나물이 함께 익어가고 있다.

◆동네와 희로애락을 함께 한 식당

가게가 다소 쌩뚱맞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보통 인근에 다른 식당들이 밀집해 있거나, 대로변 찾기 쉬운 곳 등에 식당이 자리하기 마련인데, 주변이 아파트와 주택들에 둘러쌓여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이야 주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고 있지만 이곳 식당 주변은 10여년 전만해도 허허벌판이었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일을 그만둔 사장님은 16년 전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것이 식당이었다. 특별한 기술이 없었던 탓에 좋은 재료만 제공할 수 있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고기장사를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인근 주택가의 가족단위 손님들이 주였지만, 일대에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공사 인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때문에 10여년 간은 고기 외에 함바집처럼 정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일에 지친 공사인부들이 밥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기력을 회복했던 곳이었다. 

일부 건설사들이 부도가 나면서 크게는 3,000만원 작게는 100만~200만원씩 밥값을 못 받기도 했다. 공동주택단지가 건설되는 현장에서의 애환을 함께 나누며 장사를 한 셈이다. 그렇게 지켜온 자리에 이제는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찾아와 고기를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삼겹살 전문점 ‘벼루’는 전북 익산에서 공수된 암퇘지를 주 메뉴로 조현진 사장이 직접 손질하고 썰어 손님상에 내 놓는다. 김상우 기자 naksw201@iusm.co.kr

◆고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정을 판다

식당에 자리한 손님들과 사장님의 대화가 전혀 낯설지가 않다. 그만큼 손님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증거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고기장사가 힘들다고 하시더니, 한 테이블에서 가족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는 흐뭇하게 웃으신다.   

촬영을 하는데, 이 테이블 저 테이블에서 서로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다. 사장님은 조용하신데, 손님들이 오히려 관심을 보이고 식당 자랑을 한다. 손님들이 사장님을 믿을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게 정이 많아서 인지 가끔씩 요청이 들어올 때면 경로당 어르신들을 모셔서 식사 대접 봉사활동을 하시곤 한다. 

“해온 것 만큼 계속 해 나가는 게 바램이에요. 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맛있는 고기를 먹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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