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48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정유·화학단지를 조성하기로 발표하는 등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 투자 확대가 본격화하고 있어 울산지역 석유화학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아부다비 정부 소유 석유회사 ADNOC은 13일(현지시간) 루와이스 정유·화학단지 신설·확장에 앞으로 5년간 450억달러(약 48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시설이 2025년에 예정대로 완공되면 UAE의 정유 용량은 현재 하루 평균 90만배럴에서 150만배럴로 65% 증가한다.

UAE는 이 사업으로 2025년까지 새로운 일자리 1만5,000개를 창출하고 매년 평균 국내총생산(GDP)을 1% 증가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수주와 협력 사업도 기대되고 있다. UAE 칼둔 알무바라크 행정청장과 알자베르 최고경영자는 지난 3월 UAE를 방문한 문 대통령을 만나 “UAE와 한국 기업의 협력 사업이 250억달러 규모로 추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13∼14일 아부다비로 강성천 통상차관보와 한국석유공사,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현대건설, SK건설, 삼성ENG, 코트라, 플랜트협회 등 업계 관계자 40여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사절단을 파견해 수주를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울산지역 정유·화학업계의 입장으로서는 막강한 경쟁자가 생기는 셈이어서 달갑지 않다.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과 단순 정제를 넘어 석유화학 제품까지 만들면 자신들이 생산한 원유의 가치를 최대한도로 끌어낼 수 있다는 새로운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역 업계 관계자는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는 그동안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 정제하고 석유제품을 만들어 왔는데 이를 원유 산지에서 모두 처리하게 되는 셈”이라며 “이런 제품이 나오게 되면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세계 석유 기업의 화학 사업 투자 확대,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다수의 개도국 석유기업들이 화학설비 수직계열화(Integration)를 적극 추진하고, 석유 메이저들도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한국 석유화학 기업에 글로벌 석유업체들의 진입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기업들이 석유화학 투자를 확대하는 근본 원인은 석유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로 연구원은 보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전기자동차 개발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전기차 보급, 글로벌 환경 규제로 석유 화학원료용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것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 과열이 석유 화학 원료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 석유화학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에서 신제품 개발과 고객 개척으로 시장 지위를 강화해야 하는 한편,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신규 투자에서 파생된 분업 투자를 통해 성장 기회를 공유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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