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일자리가 넘쳐났던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지역 ‘고용 쇼크’가 본격화하고 있다. 제조업 불황이 유통이나 외식·숙박 분야로 번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16일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4월 울산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의 실업률은 5.9%로 전년 대비 2.3%p, 전월 대비 1.4%p 상승했다.

울산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전국의 실업률은 4.1%로 1년 전보다 오히려 0.1%p 하락해 대비된다.

과거 제조업의 호황기가 쉬지 않고 계속지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일하기 위해 오던 산업도시, 울산이어서 충격은 더 크다.

1999년 고용 통계 작성 방법을 변경 후,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6년 12월 딱 한번이다. 그 때 역시 지역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상황이었다.

다만, 당시 실업률은 4.3%여서 이번보다 체감이 덜했다.

지난달의 5.9%란 실업률은 IMF 여파가 이어진 1999년 8월 6.3%를 기록한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실업자 수도 3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5,000명이나 증가했다. 이 역시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다시 안정화되던 실업률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2.3%였던 울산의 실업률은 올해 1월 3.3%, 2월 3.7%, 3월 4.5%, 4월 5.9%로 4개월 만에 무려 3.6%p나 올랐다.

그 이유로는 제조업 불황이 유통분야로 본격 전이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지역 제조업의 취업자 수는 24개월째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도 4.2% 줄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조선업을 비롯해 울산 3대 산업의 대표 기업 모두 지난 1분기에 줄줄이 실적 쇼크를 겪었다.

여기에다 지난달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취업자 수도 8.4%나 줄었다.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제조업 불황에도 유통이나 외식·숙박 분야의 취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4월 약 10만8,000명이던 도소매·음식숙박업은 지난해 7월 12만1,000명까지 늘었다가 지난달 11만1,000명까지 갑자기 1만명이나 급감했다.

자영업자도 1만6,000명(16.2%)나 크게 감소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제조업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유통이나 외식 분야로 진출했지만, 제조업이 갈수록 악화되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종업원을 줄이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최저임금 상승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남지방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 내부에서도 울산의 실업률이 급상승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제조업 경기악화가 장기화되고 다른 분야로까지 악영향이 퍼져나가면서 지역 고용이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고용 분야의 한 관계자도 “앞으로 획기적인 제조업 경기 전환이 없다면 지역 고용이 쉽사리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며 “단기 일자리 만들기 같은 정책보다는 지역 제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고용률은 58.6%로 전년 대비 1.1%p, 전월 대비 0.5%p 하락했다. 취업자 수도 57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2,000명 감소했다.

울산의 15세 이상 인구(생산가능인구)는 97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3,000명 감소했고, 경제활동인구는 60만7,000명으로 2,000명 증가했다. 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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