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를 돌파했다. 이에따라 국내 기업들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7.1원 오른 1,104.8원에 거래를 마감, 지난해 11월15일(1106.5원)이후 7개월 만에 1,100원 선을 넘어섰다.

이날 환율은 미·중 무역전쟁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큰 영향을 받았다. 통상 원화는 위험통화로 분류된다. 양국 무역마찰이 심해질 경우 글로벌 교역 둔화로 이어질 수 있고, 우리나라도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15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 규모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에 중국도 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 659개 품목에 500억달러 규모의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하며 맞섰다. 양국의 주고 받기식 ‘관세 폭탄’으로 ‘G2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미중 간 무역협상을 통해 잠시 위기가 가라앉는 듯 보였지만 무역전쟁이 양국의 주고 받기식 ‘관세 폭탄’으로 재점화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끼인 한국의 입장은 더 난처하게 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이 0.9%(연간 38억달러)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와 중간재 수요 하락, 중국 성장 둔화로 한국의 총수출이 0.03%(연간 1.9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대미, 대중 수출 의존도가 모두 높은 나라로 두 나라 간 무역 전쟁으로 인해 타격을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

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2 수출 비중은 전체 36.7%에 다하고, 수출 의존도는 13.8%다.

울산의 경우에도 중국과 미국이 수출시장 1, 2위 국가여서 양국간 무역전쟁의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두 나라 간 무역경쟁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은 지난해 1121억달러로 약 79%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의 이번 대중 제재 품목이 ‘중국 제조 2025’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중국의 첨단 기술품목을 대거 포함시킴에 따라 이와 관련된 우리 기업의 간접적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무역협회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기존 발표한 1333개 품목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우리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 656곳 중 6.4%인 42곳이었다. 하지만 제재 품목이 818개 품목으로 줄어들면서 우리에게 민감할 수 있는 가전이나 철강 제품은 제외됐다.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284개 품목에는 우리 기업에 민감할 수 있는 전기전자, 기계, 철강 품목이 포함된 만큼 관련 기업들의 심도 있는 내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진우 과장은 “과거 반도체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 간 통상갈등의 결과를 목격한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강대강 대치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한 고율 관세를 시행하기로 한 시점인 다음달 6일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지난 5월 무역전쟁 발발을 앞두고 두 차례 고위급 무역 담판을 통해 위기를 봉합시킨 바 있다. 당시 중국은 미국산 수입을 크게 늘리기로 하는 등 미국에 대해 한 발 양보하는 조치를 취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