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귀한손님이 오면 ‘씨암탉’을 잡는다는 말이 있다. 과거부터 우리 삶과 함께한 가축들은 수컷보다는 암컷이 귀한대접을 받는다. 닭 뿐만 아니라 소나 돼지도 암컷이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집 못간 암퇘지’, ‘시집 못간 암소’ 등과 같은 상호를 사용하는 이유 역시 암컷의 귀함을 강조한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 점점 더워지고 있는 여름날 바닷가 근처에서 귀한 암소를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정갈한 차림에 화룡정점 갈비살

울산시 동구 일산동 957-9번지에 위치한 산내암소마을은 점심특선으로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당 1만8,000원에 한우 암소 갈빗살 100g과 주물럭 100g(2인 기준), 식사로는 밥·된장찌개 또는 곰취냉면 중 택1 할 수 있다. 여기에 기본으로 차려지는 상차림도 푸짐하다. 인당 한 마리씩 전복장을 즐길 수 있고, 고가의 한정식 집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새싹삼도 제공된다. 재료의 가격을 떠나서 일단 대접받는다는 기분이 먼저 든다. 그 외에 쌈채소, 잡채, 팽이버섯·부추 무침 등이 상을 가득 채운다. 마지막으로 국내산 참숯과 함께 등장하는 메인메뉴 갈빗살은 잘 차려진 한상 식탁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소고기가 먹고 싶을 때, 손님을 대접할 때, 큰 부담 없이 찾기 좋은 구성이다.

점심특선과 함께 왕갈비탕이 인기메뉴다. 갈비탕은 예부터 서민들의 삶과 함께 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이야 결혼식에 가면 뷔페로 식사대접을 주로 하지만 예전만해도 국수를 먹거나 갈비탕을 먹는 문화가 흔했다. 배고프고 허기질 때 뜨거운 갈비탕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해진다.

# 귀한 한우 암소만 고집합니다

“1+A등급 한우 암소만 사용합니다.”

산내암소마을 박수곤 대표는 가게를 운영한 지난 2년여 동안 한우 암소만을 고집하고 있다. 한우 자체가 귀한데다, 암소는 단가도 높고 공급도 어려운 만큼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단가 문제로 거세소를 전환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의견을 물리고 장사에 임하고 있다. 수컷은 암컷에 비해 지방의 축적이 적고 지육수율이나 육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개선하고, 특히 수컷끼리의 투쟁을 피해 여러 마리를 쉽게 사육관리 하기 위해서 거세를 한다. 실제로 많은 고기집들이 거세소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암소 사용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재료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재료 선택 기준도 명확하다. 한우 등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지방이다. 1++등급부터 3등급까지 육질등급이 나눠지는데, 근육 사이사이에 얼마나 고르게 지방이 퍼져있느냐가 맛을 좌우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블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박대표는 1+등급을 고집한다. 마블링이 너무 많으면 다소 느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한우 암소만을 사용하고 있어 부드러운 육질은 놓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거세소의 경우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향을 위해 7일에서 15일 간의 숙성기간을 거치는데, 산내암소마을에서 나가는 고기는 생육 40개월이 넘지 않은 고기를 최대 3일 정도만 숙성한다. 최대한 신선한 상태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질감이라고 이야기 한다. 고기 부위나 질감 등은 즐기는 사람에 따라 취향에 차이가 있다. 박 대표는 자신이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고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 장사에도 기조와 철학이 있다

박 대표는 ‘도설’이라는 호를 가지고 있으며 울산도설사랑나눔회라는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장사를 통해 얻은 이익을 지역의 어려운 계층과 함께 나누기 위해 7세대에 쌀을 지원한 것이 이제는 지인들과 함께 만원씩 모아서 독거노인,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이 지난 5년 전 봉사단체를 창립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는 200여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새터민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같은 봉사활동은 박 대표가 운영하는 장사와도 연관이 있다. 정직하게 속이지 않고 재료를 준비하고 제공하는 그 곧은 심지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재료값이 폭등하면 그 재료를 상에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대표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손님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 한결같음이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어려움 없이 장사를 하는 이유다.

# 깔끔한 이미지

산내암소마을 옆에는 30년 전 박대표가 처음으로 장사를 시작한 동대구 막창이 있다. 막창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 막창장사를 위한 필요한 것들을 배워 울산에 가게를 열었다. 막창집 하면 떠오르는 것은 왁자지껄, 북적북적 같은 이미지와 장점이 있다. 그러던 중 깔끔하고 고급적인 이미지의 식당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픈한 것이 산내암소마을이다. 봉사단체 회원들과 지인들이 산내암소마을을 보면 외모에 맞춰 가게를 꾸몄다는 이야기를 종종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박 대표는 전했다. 그렇게 깔끔한 이미지로 초심을 잃지 않고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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