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동동 새콤달콤 속이 뻥… 더위 싹~


푸짐한 횟감에 전복•해삼•개불…
폭염에 집 나간 입맛 돌아오는 맛
천연재료 사용 자연스러운 맛 추구
15년 연구 끝 탄생한 육수에 자부심
‘저렴한 가격•푸짐한 양’ 원칙 고수

‘대통물회&횟집’의 대표 메뉴인 물회에는 푸짐한 횟감과 전복, 해삼, 개불 등 다양한 해산물이 올라간다. 김상우 기자 naksw201@iusm.co.kr

계속되는 찜통더위로 입맛까지 잃어가는 요즘이다. 이럴 때면 살얼음 동동 띄운 물회 한그릇 먹으면 속 까지 시원해진다.

어부들의 ‘패스트푸드’인 물회는 고기를 잡느라 바쁜 어부들이 한끼 해결하기 위해 회와 고추장 양념, 물을 넣고 먹던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가운데 울산에 폭염을 잊게 할만큼 시원한 맛의 물회 전문점이 있어서 찾아가봤다. 남구 신정동에 위치한 ‘김대통의 대통물회&횟집’이 그곳인데, 새콤달콤한 육수에 횟감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 제대로 된 ‘이냉치냉(以冷治冷)’을 즐기기 딱 좋다.

#더위가 ‘싹~’ 날아가는 물회 한 그릇

대통물회 메뉴판을 펼치면 ‘사장님 머리 크기처럼 통크게 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만큼 푸짐한 횟감과 전복, 해삼, 개불 등 다양한 해산물이 올라간다.

소면을 넣어 새콤한 육수와 쫄깃한 면을 함께 맛 볼 수 있다. 김상우 기자 naksw201@iusm.co.kr

가게 곳곳에는 ‘대통물회 맛있게 먹는 법’도 안내 돼 있는데, 먼저 육수를 비빈 후 회부터 맛보길 추천한다. 취향에 따라 고추까지 첨가하면 더욱 맛이 좋다고 한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적당히 얼음을 녹인 후 먹으면 회의 탱글탱글함도 느껴지니 참고하길 바란다.

다음은 소면이다. 알맞게 삶아진 소면을 육수에 풀어 회와 함께 먹으면 ‘집나갔던 입맛’이 돌아오는 맛이랄까. 새콤한 육수에 속이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요즘은 제절 맞은 민어가 듬뿍 들어가 부드러운 식감도 자랑한다.

특히 대통물회에 들어가는 육수는 일반적인 물회와 조금 다르다. 전통물회는 고추장과 물을 섞어 먹는 형식인데, 이곳은 냉면육수처럼 살얼음 띄운 육수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물회를 먹는 내내 진한 육수 맛을 선사한다. 살짝 육수의 비법을 물어보니 사과, 배, 파인애플 등 과일로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게 포인트라고. 인공조미료보다 천연 재료로 자연스러운 맛을 추구한다고 한다.

회와 국수를 다 먹을 때 쯤 그 다음은 공기밥이다. 남은 육수에 식혀뒀던 흰밥을 투척해 ‘슥슥’말아 먹으면 이 또한 별미다. 밑반찬으로 함께 나온 매생이전을 올려 먹어도 꿀맛이다.

다 먹고 나면 ‘여름철 보양식은 물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더위가 싹 날아간다. 겨울에도 가자미, 밀치 등 횟감이 육수와 찰떡궁합이라고 하니 한번 찾아가 볼만 하다.

각종 과일을 갈아 살짝 얼려 속까지 시원한 살얼음 육수. 김상우 기자 naksw201@iusm.co.kr

#대통(大通)물회에 담긴 인생이야기

대통물회&횟집의 김대통(50) 대표의 어업 인생은 25년이다. 반 평생 동안 바다와 함께 걸어온건데, 대통물회에는 그동안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통물회를 만들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수산유통업을 하다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크게 하던 사업을 접어야만 했던, 그때 김대통 대표가 선택했던 것은 ‘초심’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물회맛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15년의 연구 끝에 지금의 육수가 탄생했고, 그만큼 자부심이 가득 담긴 맛을 만들 수 있었다.

제철을 맞은 민어가 듬뿍 올라간 물회. 김상우 기자 naksw201@iusm.co.kr

울산에 물회전문점을 차린지는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포항에서 계속 횟집을 운영했기에 더 맛좋은 물회를 만들었다. 상호에 대통(大通)을 내건 것과 횟감을 아끼지 않은 이유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김대통 대표는 “사업을 그만두고 다시 횟집을 시작할 때 마음먹은 것이 ‘통 크게 손님들에게 배풀자’였다”며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을 원칙으로 장사하다보니, 손님들도 그 마음을 알고 다시 방문해주더라”고 말했다.

식당 내부에 붙은 ‘통 크게 드리겠습니다’ 문구가 눈에 띈다. 김상우 기자 naksw201@iusm.co.kr

그 덕분인지 “물회 비법을 알려달라”는 사람도 많다. 한번은 물회의 본 고장인 포항에서 찾아와 육수 비법을 묻기도 했다. 그때마다 김 대표가 정중히 거절했던 이유도 역시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 때문이다.

그는 “15년 인생이 담긴 육수를 전수해 버리면 처음 결심했던 마음이 흐트러질까봐 일부러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손님들에게 변함없는 물회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기도 하다”고 웃어보였다.

끝으로 “손님들에게 꾸준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더 다양한 메뉴도 개발 중이다”며 “울산지역 시민들에게 바다와 함께 걸어온 인생과 경험을 전해주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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