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공론화의 첫발을 뗐지만, 3시간의 난상토론과 위원들 간의 고성으로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민선 7기 송철호 울산시장이 취임하면서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절차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입장을 밝힌 가운데 7일 울산시청에서 첫 전문가 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시립미술관 건립 추진현황, MI및 운영방안 보고, 실시설계 현황보고에 이어 전문가 위원들의 제안과 토론으로 진행됐다.

먼저 운영방안과 관련, 그동안 거론돼 온 ‘레플리카’(Replica·복제품)전시는 대부분의 위원들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영순 위원(전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은 “카피가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는 없다. 미술관은 끊임없이 가치를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원 위원(전 대구미술관 학예실장)과 정준모 위원(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도 각각 “오리지널리티가 아니면 감동은 덜하다”, “레플리카는 논의의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김정걸 위원(전 울산미협 회장)과 나원찬 위원(전 울산미협 회장), 윤승현 위원(새건축협의회 회장) 등 많은 위원들은 관장 선임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다만 김영순 위원은 “미술관의 아이덴티부터 명확히 설정해 이에 부합하는 관장을 뽑아야 울산시립미술관의 경쟁력이 된다”고 조언했다.

건축설계안과 관련해 심상철, 나원찬, 김정걸 위원 등 현업작가들은 울산작가들을 위한 공간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공론화’를 두고도 많은 위원들의 의견이 나왔다. 김한태 (사)문화도시 울산포럼 이사장은 “미술관 건립에 시정철학을 담자는 것은 숙의 민주주의의 개념”이라며 “그동안 미술관 건립과정 공개나 여론수렴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최고의 선사유적을 보유한 울산만의 차별성을 담은 건축설계안, 문화재와 미술관이 공존하도록 문화재청과 협의의 폭을 넓힐 것, 공사 착공 전 건축물에 세울 상징적인 작품을 선정할 것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허언욱 울산시 행정부시장(전문가 위원회 위원장)은 “민선 7기의 미술관 공론화 문제로 시간과 예산의 낭비라는 우려도 많지만 시립미술관의 중요성을 감안해 볼 때 의미있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위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을 도출, 시민토론회에 제시해 시민 의견을 최종 수렴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공론화 이유’와 ‘운영방안 및 정체성 확립 시기’와 관련,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일부 위원들은 '공론화의 이유가 정치적 원인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고, 또다른 위원들은 '운영방안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건축설계 공모가 진행된 것은 잘못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1차 전문가회의에 이은 2, 3차 회의는 이달 16일과 22일에 각각 진행되며, 29일에는 시민대토론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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