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맛집] 생고기 전문 ‘맛있는 고기집’

암퇘지 삼겹․항정․가브리살 ‘돼지한판’
화악산 자연수․암반 지하수로 재배한
청도 한재미나리와 환상의 궁합 자랑
처가서 직접 농사지은 채소․식재료 공수
육류 도매업 경력 살려 질좋은 고기 선별
생고기 본연의 맛으로 손님 입맛 사로잡아

‘맛있는 고기집’의 고기와 미나리의 조합은 몇번을 먹어도 쉽사리 물리지 않을만큼 맛이 깔끔해 굳이 다른 반찬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고태헌 기자 koh@iusm.co.kr

봄이 오면 생각나는 조합이 있다. 대한민국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삼겹살과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이겨낸 생명력 가득한 미나리의 만남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김치 삼겹살이 전통의 조합이었다면 미나리 삼겹살은 새로운 조합의 카테고리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봄이 되면 ‘굳이’ 미나리의 고장 청도까지 가서 삼겹살을 먹고 온다.

그런데 때 아닌 가을에 무슨 미나리냐고? 모르는 소리다. 취향에 따라 가을 미나리를 더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봄 미나리가 연하고 부드럽다면, 가을 미나리는 특유의 싱그러운 향이 더 강하다고 한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 미나리향과 어우러진 고기 한 점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곳을 가보자.

# 질 좋은 생고기 구이와 미나리 향의 콜라보

울산 남구 옥동 264-4번지에 위치한 ‘맛있는 고기집’은 암퇘지의 삼겹살, 항정살, 가브리살과 한우갈비살을 주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또 돼지한판 메뉴를 주문하면 삼겹살과 항정살, 가브리살을 한번에 맛 볼 수 있다. 그리고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 줄 청도 한재미나리도 주문하면 함께 먹을 수 있다.

잘 달궈진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렸을 때 나는 소리는 일상생활에서 쌓였던 피로를 다 씻어 내려주는 힘이 있다. 그리고 빨리 익기만을 기다리는 함께 모여 앉은 사람들을 초조하게 만든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어갈 때 쯤 수북이 올라가는 미나리는 푸짐함을 더해 고기를 더욱 먹음직스럽게 한다.

반찬 및 음식 재료는 박영수 대표의 처가가 있는 영천에서 직접 농사지은 작물을 공수해 사용하고 있다. 고태헌 기자 koh@iusm.co.kr

고기를 씹을 때 치아가 베어들어가며 느끼는 적당히 탱글한 저항감과 미나리의 아삭한 식감, 그리고 향은 행복을 선사한다. 미나리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돼지한판을 두 접시 째 먹는 동안에도 물리거나 김치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맛이 깔끔했다.

대한민국 평균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가장들에게는 영롱한 선홍빛깔의 삼겹살이 인기다. 적당히 기름지고 고소한 육향의 맛도 맛이거니와 70~80년대부터 대중화되면서 언제나 가장들의 고민과 한숨을 받아냈던 소울푸드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부드럽고 고소한 항정살을, 여성들은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 가브리살을 많이 찾는다.

고기를 먹고 나서는 입안을 시원하고 깔끔하게 해주는 김치말이 국수와 약간 칼칼하게 입맛을 살려 배가 부름에도 밥을 먹게 만드는 된장찌개가 사랑을 받고 있다.

고기와 함께 먹을 한상차림으로 올라와 있는 반찬과 양파 고추 등의 각종 식재료는 박영수 대표의 처가인 영천에서 직접 농사지은 작물을 공수해 사용하고 있는 만큼 믿고 먹을 수 있다.

박영수 대표는 이전 도매업을 경험삼아 육류 유통업자와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까탈스러운 고집 끝에 생고기를 내놓는다. 고태헌 기자 koh@iusm.co.kr

# 까탈스러운 대표의 고집

고기집이라면 역시 고기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는 고기의 질을 조금이라도 더 향상시키고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숙성 및 연육작용을 거쳐 육향을 끌어올리거나 연하게 만드는 등의 노력을 많이들 하고 있다. 그런데 ‘맛있는 고기집’의 박영수 대표는 생고기 본연의 맛으로만 승부하겠다며 이유 있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박 대표는 좋은 고기를 찾기 위해 고기집을 운영하기 전 도매업계에서 고기유통을 해 왔다. 좋은 고기가 어떻게 제공되는지를 알기 위한 그의 연구였다. 또 판매점에서도 1년간 일을 배우며 준비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가게를 열었는데, 생각처럼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수차례 샘플조사를 통해 고기 공급처를 정했고, 웃돈을 주고라도 좋은 고기를 가져왔음에도 손님이 많이 찾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 등이 많아 가족단위의 동네 장사를 이어가던 가게에 6개월이 지난 후부터 단골들이 생겼고 1년이 지나자 인근 관공서, 화학공단 등지의 단체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생고기와 함께 주문 가능한 ‘청도 한재미나리’는 청도읍의 특산물로 봄 미나리와 다르게 특유의 싱그러운 향이 더 강하다. 고태헌 기자 koh@iusm.co.kr

박 대표는 “사실 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숙성시킨 고기보다 부드럽거나 연할 수는 없다. 다만 다소 투박할 수도 있지만 생고기 본연의 맛과 좋은 고기의 질을 손님들이 알게 되면 제 고집을 이해하고 찾아주시리라 믿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박 대표의 고기 부심은 종종 공급처로 고기를 되돌려 보내는 등 유통업자와의 신경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함께 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아내 홍윤희 씨는 “평소에도 진짜 까탈스러워서 피곤한 편인데 고기 납품받을 때도 똑같아요”라며 장난기 섞인 핀잔을 줬다. 이 하소연은 남편 박 대표에 대한 신뢰이자 자부심이다.

# 또 한번의 고집

맛있는 고기집은 청도 한재미나리를 고기와 함께 내면서 또 한번 입소문을 타게 됐다.

한재미나리는 청도읍 한재골의 지역 명칭을 따서 붙여진 이름으로, 청도읍의 특산물이다. 다른 미나리와는 달리 고인물이 아닌 해발 933m의 화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자연수와 깨끗한 암반 지하수를 이용해 재배되는 것이 특징이다.

울산대공원 정문 인근에 있는 ‘맛있는 고기집’은 질 좋은 생고기를 선보이기로 유명해진 곳이다. 고태헌 기자 koh@iusm.co.kr

그런데 박 대표는 미나리를 재배하는 사람과 밭마다 맛의 차이가 나는 것을 느꼈고 고기를 찾을 때와 마찬가지로 청도 지역 미나리를 지속적으로 먹어보며 고기와 함께 먹기 적합한 미나리 선별작업을 1년 동안 벌였다. 그렇게 선택한 농가와 계약을 맺고 지금까지 손님들의 상에 내 놓고 있다.

미나리는 예로부터 계절채소로 이용되어 왔다. 성분은 비타민A와 칼륨·칼슘이 특히 풍부하다. 한방에서는 고열 및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심한 증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이뇨 작용을 해 전신이 부었을 때 부기를 빼주는 효과가 있다. 섬유질이 풍부하며 피를 맑게 하는 청혈(淸血) 작용, 독극물의 해독 작용, 신경통·류머티즘·혈압강하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고기에 대한 자부심과 감사함

박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한 단골 손님의 타지역 친구가 국내여행 중 한번 먹은 고기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울산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이 좋은 고기의 맛을 좀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체인을 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만 지금은 찾아주시는 손님들과 질 좋은 고기를 선보이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먼 훗날의 이야기로 남겼다.

그는 “처음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가족단위로 찾아오던 손님들이 이제는 저와 안사람을 ‘언니’, ‘오빠’라고 부르며 찾아오고 있다. 그들과 나눈 귀한 정이 그 어려움을 버티게 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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