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아티스던시 시티’를 꿈꾸다] (2) 몰락한 산업발상지에서 문화허브로 거듭난 도시 영국 런던

영국의 철도와 물류산업을 이끌었던 킹스크로스역과 그 주변 일대는 산업의 변화로 낙후지역으로 전락했으나, 참여와 소통을 통한 도시재생으로 옛 영광을 되찾았다. 사진은 킹스 크로스역 광장. 박수지 기자 suzi0611@iusm.co.kr

영국 런던은 정치·경제·문화·교통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다. 사실상 영국연방의 핵심축인 건데, 특히 런던의 ‘킹스 크로스역’ 일대는 산업혁명 때부터 유럽의 중심 교통지로 번창했다. 하지만 영국의 제조·물류업 쇠퇴로 역은 기능을 상실하며, 역 주변마저 버려진 땅이 됐다. 100년 뒤, 이를 일으켜 세운 건 ‘공공성’을 강조한 도시재생사업이었다. 현재까지도 킹스 크로스역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도시재생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편집자주>

◆ 초대형 공공플레이스 전략으로 도시 경쟁력 확보

1852년에 개업한 킹스 크로스역(King's Cross Station). 현재 런던 북동부와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을 오고가는 기차의 출발·도착역이다. 이곳 지하에 있는 세인트 판크라스역에서 고속철도를 타면 유럽 대륙까지 나갈 수 있다. 지하철 6개 노선도 교차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철도교통의 허브다.

하지만 이 곳은 산업쇠퇴의 영향으로 역 기능을 급속도로 상실, 1970년대는 런던의 대표적인 낙후지 중 하나였다.

킹스 크로스역 일대는 빈민촌에서 관광명소로 재탄생한 곳이다. 사진은 킹스 크로스역. 박수지 기자 suzi0611@iusm.co.kr

이후 킹스 크로스역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1996년,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만든 30년짜리 초대형 도심재생프로젝트. 정부와 토지 소유자, 개발사 컨소시엄 등이 뭉친 이른바 킹스크로스 센트럴 파트너십은 투자비 4조4,000억 원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추진, 2008년부터 본격 시작해 현재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킹스 크로스역 관계자는 “이곳의 도시재생은 친환경개발과 역사문화도시재생의 방식을 도입한 초대형 프로젝트”라며 “이 사업을 통해 50개의 신축 건물, 1,900가구의 주택, 20개의 도로, 10개의 공원이 새롭게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킹스크로스역 안에는 해리포터 샵이 위치해 있는데, 문화관광명소로 유명하다. 박수지 기자 suzi0611@iusm.co.kr

역 인근에 위치한 지상 11층짜리 건물 ‘랜드스크래퍼’에는 구글의 영국 본사가 입주해 이목을 끈 바 있다. 또, 빅토리아 시대의 그래너리 빌딩에는 런던예술대학교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캠퍼스가 이전해 있다.

특히, 3만 명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1~2년 이내가 더욱 기대된다.

이처럼 역사와 그 주변은 옛것과 새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도심의 중심지로 재도약했다. 공공성이 집합된 플레이스로 거듭나며 도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는 거다.

한 전문가는 “한국의 도심에 ?은이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런던 킹스크로스처럼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이라고 단언키도 했다. 교통수단이 다니던 기존의 공간은 그대로 두되, 보행 중심이 되는 거리와 공원을 조성해 주거·상권 모두 살릴 수 있는 공공 프로젝트를 구축해야 한다는 거다.

오늘날 킹스크로스역과 광장은 교통·문화·상업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사진은 킹스크로스역 내부. 박수지 기자 suzi0611@iusm.co.kr

◆ 매일 펼쳐지는 시민문화 행사…관광 명소로 우뚝

취재진이 킹스크로스 역을 찾았던 지난 9월10일. 이곳에 오면 누구나 다 가본다는 명소를 찾았다. 바로, 영화 ‘해리포터’에서 주인공 해리가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카트를 끌고 돌진했던 승강장 벽을 재현한 곳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피터(Peter, 미국 캘리포니아주·47) 씨는 “딸이 해리포터 팬이라서 사진을 찍기 위해 30분째 대기 중”이라며 “영화에서 낯익은 곳이 나오니, 어른들도 신기하긴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킹스 크로스역은 해리포터 포토존과 기념품샵 운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킹스크로스 역세권 재생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박수지 기자 suzi0611@iusm.co.kr

역사 밖에 위치한 그래너리 광장의 거대 분수에서는 주중에도 10여개의 전시와 공연이 펼쳐지고, 볼거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야말로 황폐한 동네에서 시민과 세계인이 함께하는 문화허브의 공간으로 거듭난 모습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 밖은 커다란 크레인이 움직이며 건축자재를 나르고 있었고, 배틀 브릿지 플레이스 공사로 한창 소란스러웠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가림막 너머로 세워진 새 건물들과 역사를 동시에 보니, 산업시대의 찬란했던 과거와 창의적인 현재의 모습이 탁월한 조화를 이뤘다.

영국 런던 글=이다예 기자/사진=박수지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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