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말테 스터커' 연구위원.  
 

유독 빠른 북극 지역 온난화 원인이 북극의 지역적 메커니즘(기후 특성)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대학교(총장 전호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의 ‘말테 스터커’ 연구위원이 한국, 미국, 호주, 중국 등 국제 공동연구진과 함께 온난화가 유독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상인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을 찾아내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IF 19.181) 지난달 20일자에 실렸다. 지난 100여 년간 지구는 꾸준히 달궈졌지만, 지구 전체의 온도가 균일하게 상승한 것은 아니다. 북극해(Arctic Ocean)를 둘러싼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의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뜨거워졌다.
최근 북극 증폭의 직접적인 피해를 여실히 드러내는 연구결과들이 연이어 발표됐다. 북극 증폭이란 개념은 오래전에 제시됐지만, 주요 유발 요인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초기(1970년대)에는 증폭의 원인을 북극 지역 내부에서 찾은 ‘지역적 메커니즘(local mechanism)’이 등장했다.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열을 잡아둬 지표면의 온난화를 유발한다.
특히 북극지역에서는 더 치명적이다. 눈과 빙하는 본래 햇빛을 반사시키지만 온도 상승과 함께 녹아내릴 경우, 햇빛이 그대로 토양과 바다의 표면에 도달하며 온난화를 가속시키기 때문이다.더욱이 극지방은 지표면의 대기와 상층부 대기 사이 열에너지 교환이 적어, 냉각 효율이 떨어진다. 지역적 메커니즘은 이 같은 극지방의 특성으로 인해 북극 증폭이 유발된다는 모델로, 특히 표면 반사율의 하락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정설로 여겨지던 이 메커니즘은 2000년대에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기후 모델이 등장하며 ‘원거리 메커니즘(remote mechanism)’이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시됐다. 원거리 메커니즘은 온실가스가 열대, 중위도 지역의 온도를 상승시키고, 멕시코 만류와 북대서양 해류가 따뜻한 해수를 북극해까지 운반하면서 북극 근처의 해빙을 녹인다는 모델이다. 기후변화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학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요인을 찾아 기후변화를 명백하게 이해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스터커 연구위원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이 논란을 잠재울 새로운 실험을 설계했다. 우선 표면 반사율 감소, 대기 순환, 열대 및 중위도 지역의 온난화, 해류 변화 등 북극권 온난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인을 규명하고, 각 요인을 모두 적용해 1951년부터 2017년에 걸친 장기간의 기후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이후 개별 요인에 대한 민감도 실험을 진행하며 현재의 기후 상황과 비교했다. 그 결과 북극 지역 내부의 요인만 적용한 경우에도 북극해 지역의 온난화가 강화된 실제 기후 상황과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북극 증폭에 있어 원거리 메커니즘은 제한적인 역할만 할뿐, 지역적 메커니즘만으로도 북극 증폭이 야기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극지방의 빙하와 생태계가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말테 스터커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북극 증폭에 기여하는 지역적인 요인과 더불어 열대지역, 중위도지역 등 원거리 요인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진행됐다”며 “그 결과 최근 떠오른 원거리 메커니즘을 반증하는 결과를 얻었으며, 북극 온난화에 대한 명백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IBS 기후물리연구단은 향후 현장 실험과 장기간에 걸친 인공위성 관측 결과를 토대로 북극뿐 아니라 범지구적 온난화를 유발하는 요인을 검증해나갈 계획이다.
부산 /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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