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공부하고 밥 먹고… 우리는 다르지 않아요”

동천초, 울산유일 통합교육 시범학교
특수학생 차별없는 ‘1C2T 수업’ 운영
함께 어울려 생활하면서 능력 키워줘

울산 장애인교육 6년 연속 ‘우수’ 등급
일반교사-특수교사 상호 이해도 부족
교사 양성시스템 한계… 통합교육 걸림돌

 

울산 동천초등학교는 울산지역 유일 ‘1C2T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수업에는 담임교사와 특수교사 2명의 교사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지도하고 있다.

흔히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만큼은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나 환경적인 요인들과 무관하게, ‘교육’은 그 무엇보다도 평등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교육의 공간인 ‘학교’는 아이들에게 평등의 출발선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소외의 가장 끝에 서 있는 아이들이 있다. 아프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특수’라는 이름으로 차별에 놓이는 아이들. 장애 학생들이다. 그동안 ‘특별한 관리’라는 명목으로 교실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어야 했던 장애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 변화하고 있다.

# 한 교실에 선생님이 두명

교실에 요리 수업이 한창이다. 둘러앉은 아이들이 찐 고구마와 단호박, 치즈 등을 주사위 모양으로 자르고, 미리 까 둔 메추리알을 차례로 꼬치에 끼웠다. ‘건강한 간식’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창가에 앉은 같은반 10여명의 아이들은 퀴즈를 푸는 데 온 정신을 집중했다. 6가지 식품군을 골고루 갖춘 식판을 완성하는 문제였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고 식판에 들어갈 음식을 외치고, 정답을 맞춘 아이는 음식사진을 식판에 붙이며 빈칸을 채웠다.

지난 4일 울산 동천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진행된 실과 수업이다. 이 수업에는 2명의 교사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지도했다. 담임교사와 특수교사다. 한쪽에서는 실습을, 반대쪽에서는 퀴즈를 맞추고, 지도가 끝나면 자리를 이동해 수업을 이어가는 형식이다.

이 수업은 교실에 있는 한명의 특수교육 대상자를 배려하고, 이 학생이 다른 친구들과 차별 없이 학습을 받도록 진행된다. 한 교실(Class)에 두 교사(Teacher)가 있다고 해서, ‘1C2T’ 수업이라고 한다. 지난해 교육부의 특수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했고, ‘통합교육’이 처음 반영됐다. 이에 전국 학교 50곳에서 1C2T 수업을 시범 시행했고, 울산에서는 동천초가 유일하다.

통합교육 2년차에 접어든 동천초는 연간 20차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미술, 체육, 실과 등 과목도 다양하다. 1C2T의 구체적인 수업 방식은 과목과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매 수업은 담임교사와 특수교사가 함께 고민하고 짜내야 한다.
 


 
# 특수교육,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교육’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지역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올해 4월 1일 기준 2,619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특수교육의 인프라도 늘었다. 현재 특수학급은 265학급, 통합학급도 1,581학급 운영 중이다.

대상 학생은 장애 정도와 특징, 희망 등에 따라 △특수학교 △특수학급 △통합학급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특수학교는 공립인 울산행복학교와 울산혜인학교, 사립인 메아리학교와 태연학교가 있다. 특수학급은 일반 유치원이나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과 수업을 함께 하고, 필요에 따라 별도의 ‘도움반’에서 분리 수업을 받는 방식이다. 통합학급은 다른 학생들과 온전히 같은 수업을 받게 된다.

이는 옳고 그른 의미가 아닌, 학생의 장애 유형과 정도 등에 따라 객관적인 판단으로 선택해야 하는 영역이다. 다만 세계는 일찌감치 장애와 비장애 학생이 함께하는 교육으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교육 정책은 ‘특수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초점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학업 성취나, 학급 운영에 효율적인 방식에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처음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이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 셈이다.

울산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최용재 장학사는 오랫동안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그는 “상당수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 특수학급에 있는 학생들도 일부 수업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원래 소속된 학급”이라며 “이 아이들은 커서 ‘분리’돼 살아갈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그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교사 양성체제 등 근본적 변화 필요

울산의 장애인교육은 전국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매년 전국의 장애인교육을 평가하고 있는데, 울산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우수’ 등급을 받았다.

울산지역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의 평균 학생 수는 △유치원 2명·3.7명 △초등학교 3.9명·4.8명 △중학교 3.9명·4.8명 △고등학교 5.1명·5.4명으로 법정 정원인 유치원 4명, 초·중등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을 밑도는 수준이다. 5년 전 정원의 70%밖에 되지 않았던 특수교사도 현재는 525명으로 과원 상태다.

울산지역 특수교육 여건은 어느 시교육청보다도 긍정적이지만, ‘통합교육’은 쉽지 않다. 특수교사의 낮은 지위,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상호 이해도 부족 등을 걸림돌로 꼽는다. 이는 교사 양성체제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진다. 일반교사 자격을 이수한 뒤 석·박사 과정을 통해 ‘특수교육’ 자격을 얻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양성과정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
최용재 장학사는 “해외의 경우 특수교사는 일반교사 중에서도 뛰어난 ‘수석’의 개념을 갖고 있고, 일반 교사가 통합교육의 교수 지도안을 짜면 이를 최종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우리나라 현재 교사 양성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주성미 기자 jsm3864@iusm.co.kr

■한걸음 내딛기도 힘든 길거리… 막내 기자의 시각장애 체험기

안대 쓰는 순간 세상과 단절… 모든 것이 ‘장애물’

집 나서는 즉시 ‘공포’ 한발 떼기 겁나
밥은 절반 이상 입으로 들어가면 다행
편의보다 미관이 우선인 ‘배리어프리’
편의시설 전국 3위지만 “아직 멀었다”

 

‘시각장애 체험’에 나선 기자가 점자블록을 힘겹게 지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 눈에 반창고를 붙이고 안대를 쓰는 순간 세상의 모든 빛과 단절됐다. 손 안의 또 다른 세상 같았던 스마트폰조차도 막막했다. 겨우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전화 한통 하는 것이 전부였다.
 
# 배고픔을 느끼고서야 점심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더듬더듬 손끝에 감각을 겨우 세우고서야 식당에 도착했지만, 직접 식판에 밥을 담는 것은 어려웠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음식 냄새가 가까이 느껴졌을 때 손에는 수저가 쥐여졌다. 옆에 앉은 사람은 음식의 종류와 위치를 알려줬다. 도토리묵에 김치, 가자미조림, 김치찌개…. 수저를 들긴 했지만 굶주린 배를 채우기란 쉽지 않았다. 도토리묵은 자꾸 미끄러졌고, 가자미조림의 가시는 어떻게 발라야 할지 몰랐다. “남기지 말고 다 드셔야 한다”는 말에도 다 먹지 못했다.
 
# 외출을 해야 한단다. 바깥 공기의 상쾌함보다 당황스러움이 먼저 몰려왔다. 평소 잘 다니던 길이었는데도 한걸음도 떼기 힘들었다. 발바닥으로 바닥을 쓸며 점자블록을 느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귀를 기울이고 차가 오는지, 주변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신경을 집중해 겨우 한걸음 나아갈 뿐이었다.
 
# 조금 멀리 나가자며 차에 태워졌다. 방지턱을 지나고 방향을 틀 때마다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첩보영화 속 납치되는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지도를 그리며 위치를 파악하려했지만 실패했다. ‘근처 공원’이라며 내린 공간. 길거리보단 넓으니 안전하겠구나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돌을 가공해 만든 계단과 각종 조형물들에 여러 번 걸려 넘어질 뻔했다. 눈에 보기 좋았던 것들이 모두 장애물로 느껴지는 순간. 화단 경계석을 흰 지팡이로 치면서 거리를 재고 한발 한발 겨우 옮겼다.
 
지난 2일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 체험에 나선 시간 동안 매 순간 절실했고, 모든 것들이 위험했다.

최근 장애인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시설은 물론 법률과 문화, 의식의 ‘장벽을 허물자’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개념이 도입됐다. 울산에서도 현재 공공건물 120곳, 민간건물 19곳 등 총 139곳이 배리어프리 인증을 받았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세종과 서울에 이어 3위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 이병희 팀장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실제 장애인에게 필요한 배려는 강제성 없는 권장사항으로만 그치고 있다”면서 “신축 건물의 배리어프리는 의지의 문제인데, 아직도 장애인 편의 대신 미관상 좋은 것을 따지는 분위기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송재현 기자 wow8147@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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