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근대거리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입구에 있는 김광석 동상.  
 
   
 
  ▲ 김광석 벽화  
 
   
 
  ▲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서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지역주민들의 힘으로 다시 되살아난 대구 근대골목  
 
   
 
  ▲ 대구 근대 골목투어 코스 중 이상화 고택. 항일문학가로 잘 알려진 이상화(李相和, 1901 ~1943) 시인이 1939년부터 작고하던 1943년까지 거하던 곳  
 
   
 
  ▲ 민관협력 첫 리노베이션. 삼덕상회  
 

여름이 살짝 지난 9월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방문했다. 대구는 여전히 뜨거웠지만 김광석 거리를 찾은 사람들은 여유롭게 노래를 듣고, 벽화를 보며 골목을 즐기고 있었다.
가수 故김광석이 어린 시절 살았던 대구 방천 시장 근처에 조성된 김광석 거리에는 그의 노래와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350m 남짓한 골목에는 노래와 시가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은 기타를 치는 김광석 동상 앞에서 인증사진을 남기기 바쁘다. 골목을 따라 ‘서른 즈음에’, ‘거리에서’, ‘이등병의 편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김광석의 대표곡을 주제로 한 벽화가 이어져 있다.
거리에선 즉석 공연이 펼쳐지고 기타 모양으로 만들어진 쉼터 곳곳에 사람들이 들어앉아 노래를 흥얼 거린다.
김광석 거리는 ‘대구 근대골목 투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 중 하나다.
김광석 거리 뿐만 아니라 읍성 상징거리 등 도시 재생 지역 간 연계를 통해 ‘대구 근대골목투어’라는 관광 코스가 탄생했고, 주말마다 사람이 붐비는 관광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투어코스를 따라 도심에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잇따라 들어섰고, 도시산책하기·골목투어·골목문화해설사 등 다양한 사업으로 그 뿌리를 넓혀갔다.
단순한 관광투어가 아니라 한국 도심재생사업과 문화가치 확산에 기여하는 사례로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해 지역성장의 대표적 모범사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대구는 우리나라의 가장 성공적인 도심재생 성공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특히 도시재생 추진 과정에서 지역 청년들과 시민들의 역할에 대해 주목할만하다.

◆청년들로부터 탄생한 골목투어
‘대구근대골목’이 위치한 중구는 원도심이자 구도심이다. 과거 번창한 상업, 문화의 중심지였지만 신도시 개발 등으로 도심이 이동하면서 상권이 축소되고 인구가 유출, 도심은 활기를 잃었다.
이 때 구도심의 난제들을 풀기 위해 힘을 모은 것이 지역 청년들이다. 이들은 중구의 근대자산을 바탕으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차곡차곡 모아나갔다.
2001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권상구씨와 친구들은 약전골목에 대한 궁금증을 계기로 그곳의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100일 가량 골목을 돌며 지도를 그려냈다.
그리고 지도에 이야기를 더해 생생한 삶의 기록을 담은 대구문화지도를 만들어 갔다.
이들은 2002년 ‘대구골목문화가이드북’을 발간했고, 2007년에는 이러한 성과를 모두 담은 600 페이지 분량의 ‘대구 新택리지’를 내놨다.
100여년 대구 근대사를 느껴볼 수 있는 근대골목은 동산 선교사 주택을 시작으로 3·1 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이상화·서상돈 고택, 제일교회, 약령시, 진골목을 거쳐 종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골목답사를 바탕으로 근대 역사와 생활, 골목길 이야기에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도심 재개발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됐다.
시민사회에서는 도심 보존 운동을 펼쳐나갔고 상권이 쇠퇴한 공간에는 예술가들이 몰려들면서 골목을 만들어나갔다.
이에 발맞춰 대구 중구청 역시 ‘개발’아닌 ‘보존’에 초점을 맞춰 도심재생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2008년 287명에 불과했던 근대 골목투어 방문객은 지난해에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민·관 협력으로 리노베이션
2011년에는 이곳에서 ‘주민참여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건물을 헐지 않고 개보수해 다시 사용하는 것) 사업이 시작된다.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협력한 것은 국내 첫 사례다. 지역이 지닌 특유의 자원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함께한 도시재생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북성로를 둘러보면 건축물의 절반 가까이 일제강점기에 지어졌기 때문에 전통과 일식, 서양식이 공존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건물주를 설득해 오래된 주택의 옛 멋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총 30여건의 리노베이션을 이뤄냈고, 카페와 책방, 음식점 등이 입주하면서 상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민·관 협력에 시민의 주도적인 참여도 확대됐다.
지역주민단체가 골목 침체를 막기 위해 직접 기획한 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 시작된 ‘대구 워터페스티벌’은 대구시 우수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역 특성을 살려 예술가들과 기술장인들 간 다양한 협업물(조형물, 설치 미술품, 시각디자인물 등)을 내놓는 공모전도 개최했고, 지역 밴드들의 작은 콘서트와 마을 전시회,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침체됐던 구도심이 청년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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