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일 <붉은 장미>.  
 

일제강점기 초반인 1912년 미국 자연사박물관 소속 학예사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는 울산 장생포 포경 기지를 방문해 귀신고래를 연구 조사한다.

한 달 보름 여간 조사 기간 앤드루스는 일본의 고래 학살과 이를 막으려는 조선인들의 투쟁을 목도하고 일본 제국주의에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다.

점점 조선인에 감정적으로 동화되면서 피식민지 조선인과 귀신고래를 하나의 동일 피해자로 인식한다.

이 책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실제 모델인 앤드루스의 방한을 소재로 한 최초의 역사 소설이다.

고래잡이를 다룬 소설로 한정해 본다 해도 멜빌의 〈백경〉과 견주어 볼 만한데 단순히 고래잡이를 통한 대자연과의 투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세계사와 한국사의 모순을 낱낱이 꿰고 있다. 물론 그 속에서 삶의 주변부로 밀려나거나 주역이 되는 인간 군상들의 삶의 투쟁까지 아우른다.

이방인의 눈으로 세계 문제를, 시대를 초월한 문제를, 한 인간의 성장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작가가 쓴 전작인〈조선남자〉나〈마릴린과 두 남자〉와 궤를 같이 하고 있지만,〈붉은 장미〉는 무엇보다 압축된 형식으로 현실의 리얼리티를 문학으로 확고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더 빛을 발한다.

올해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출판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 작품.

지은이 전경일은 1999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해 '마릴린과 두 남자', '조선 남자' 등 장편소설과 베스트셀러 에세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 등을 펴냈다. 다빈치북스. 314쪽. 1만4000원.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