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에게 ‘정치의 길’을 묻다] ■ 최병국 전 국회의원

 

보수진영 최근 잇단 선거 패배 시대의 흐름 따라가지 못한 결과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몰라

보수는 `온고지신(溫故知新)' 과거의 좋은 가치‧공동체 질서 바탕으로 미래설계할 수 있어야

정치도 경제도 어려운 울산 지도자들 민심 제대로 읽고 지역 발전위한 날갯짓 하길…
 

 

“보수 궤멸할 수밖에 없어.”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최병국 전 의원은 손수 커피를 타 기자에게 건네며 거침없이 말들을 쏟아냈다.  

최 전 의원은 대검 중수부장 출신으로 울산 남구 갑에서 3선(16·17·18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오랜 기간 울산지역 맹주로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금은 중도와 보수의 단합을 위해 보수 인사들이 주축이 된 재야 시민단체 ‘국민통합연대’ 공동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16년 총선으로 시작해 최근까지 전국 선거에서 4연패를 당하며 몰락과 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는 보수 세력을 향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모두 보수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모르는 게 문제”라며 철저한 자기성찰을 요구하기도 했다.

42년생으로 올해 78살.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준비한 대본 없이도 유창하고 거침없는 입담의 연속이었다. 그에게 대한민국 보수가 가야할 길, 울산 정치가 가야할 길에 대해 물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생활이 끝나고 나니 시간이 많아졌다. 책도 읽고 친구들도 만나고 한다. 또 지난해 12월 발족한 국민통합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앞서 2016년에는 늘푸른정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국회를 떠난 뒤에도 정도를 지향하는 중도 개념의, 국민 우선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올바르고 정도를 지향하는 중도정책, 이것은 바른 삶을 이끄는 종교나 건강을 주관하는 우리의 신체와 흡사하다. 종교도 광신도가 되면 문제가 발생하고, 우리의 건강한 신체도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칠 때 병이 발생한다. 

내가 지금 정치적으로 큰일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현재의 국가 시스템으로는 나라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한 여러 가지들을 토대로 후진들에게 바른 정치판을 물려주고 싶을 뿐이다. 부족한 힘이나마 적극적으로 보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총선 결과를 어떻게 보나?

▲총선에서 보수 진영은 지역구 의석 84개를 간신히 지켰고, 비례대표 의석수 19석을 포함해 겨우 103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총 180석을 차지했다. 보수 진영으로서는 정말이지 초라한 성적표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과 계기를 만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설계가 부족했다. 총체적 국가경제 위기와 조국사태에서 비롯된 공정성 논란에 빠진 시점에서 치러진 지난 총선은 보수 진영에 굉장히 좋은 찬스였다. 근데 전혀 그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울산의 선거 결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독식했지만, 이번 총선에선 통합당이 5석을 가지고 왔다. 울산, 부산, 경남, 대구, 경북 같은 곳은 사실 보수 세력이 의석을 가져오기 쉬운 곳이다. 어느 누가 가더라도 괜찮은 사람이라면 물갈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해관계가 결부됐다. 울산도 경선을 했는데 경선이라는 것이 결국 당내 싸움이다. 그런데 당내 유권자 중 30%는 기존 사람들이 가지고 간다고 보면 된다. 또 코로나 같은 것이 터지면 신인들은 나올 수가 없다.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자기 명망으로 된 것이 아니다. 바꾼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것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 보수의 패착 중 하나다. 

내가 정치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울산에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정치하자고 많이 이야기 했다. 내가 책임지고 도와주겠다고 해도 하지 않겠다고 들 했다. 돈도 없고, 추잡하게 그런 거 안 한다고 말하더라. 

 

-보수 진영의 총선 패배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옛말에 ‘운명은 안내하는 자는 모시고 가고 거역한 자는 끌고 간다.’는 말이 있다. 고집스럽게 옛날 체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다. 

또 오늘날 이 사태의 근원 중 하나는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그동안 국민 앞에서 자중지란을 일삼는 모습을 보였는데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전쟁에 나서 패한 장군들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지역 민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일방적인 내리꽂기 공천 논란, 청년 인사들의 기회 부족 등 ‘공천 기준’도 문제다. 공천 기준이 신뢰성을 잃었기 때문에 후폭풍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보수진영의 가야할 길은?

▲보수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요새 사람들 보수하면 ‘고리타분하다’ ‘꼰대’이런 것들을 떠올리는데 이것들은 보수가 아니다. 

보수란 것은 ‘온고지신’이다. 과거의 좋은 가치, 가족과 공동체의 질서 그리고 유익한 관습이나 법 제도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보수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보수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역주의와 학연, 지연 등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철저히 새로 시작해야 한다. 황교안 대표만 해도 얼마나 좋은 이미지였나. 사람들이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뭐라도 할 것이라 기대했다. 장관하고 총리하고 똑똑하고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데 실제 정치판에서는 실망만 안겨줬다. 가지고 있는 것을 던져버려야 하는데 이걸 못한다.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날로 새로워지지 않으면 도태뿐이다. 

지금 보수들 다 바꿔야 한다. 그런데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 

그게 화두다. 사람을 몇 명 바꾸고, 당명을 바꾸고, 이 책을 읽어보자 이런 개념이 아니다. 꽉 막힌상태에서 잔재주를 부리면 근본적인 대세를 읽지 못한다. 정치는 국민과 함께 바른 길로 가는 것이다. 변화된 국민들의 생각에 맞게 모든 것을 바꿔야 산다. 

 

-대선 어떻게 전망하나

▲다음 선거(대선)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기회는 이번뿐이지만 사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 자격이 충분치 않다고 본다.

옛날부터 이어오던 보수의 튼튼한 뿌리가 이제 없다. 보수의 뿌리가 변질됐기 때문에 재기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사람이 수명이 다하면 자식이 생기고 손자가 생기듯, 다음 정권쯤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존의 보수는 없어지고 새로운 보수가 나타날 것이다. 기회는 온다.

민주당 내에도 순수 운동권이 있고 파가 나뉜다. 분명히 분파가 된다. 그렇게 해서 민주당에서 분파된 조금 더 보수적인 쪽과 현재 보수 세력이 합쳐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선 주자의 조건이 있다면?

▲전쟁을 치를 때 우리는 ‘돌격’이라고 한다. 장군이 뒤에서 앞으로 가라고 소리치는 건데 서구에선 책임자가 ‘나를 따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도 ‘나를 따르라’고 말하는 앞장서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대통령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포용력이 없었다. 

이들은 예를 들면 자기 기분 나쁘게 했다고 철저히 갚는 그런 사람들이다.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무조건 사람이 제일 우선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덕성을 갖추고 소위 말하는 인간으로 가져야 할 자질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가진 자의 의무, 보수의 의무를 지켜야 하고 희생정신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치겠다는 정도의 사람이 필요하다. 

 

-울산 정치는 어떤 길을 가야하나? 

▲과거에는 울산도 경제적인 발전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울산 경제도, 정치도 어려운 시기다. 변화해야하는 과도기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울산의 정치 세력이라는 것이 없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청산이 되지 않았다. 

번데기가 고치를 뚫고 나비가 되기 위해선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번데기는 눈이 보이지 않기에 사방이 막힌 장벽, 고치를 뚫고 나갈 수 있다고들 한다. 먹물 좀 먹었다 하는 기득권들은 고치를 뚫고 나가질 못한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안 되는 것들이 너무 잘 보이기 때문이다. 울산 정치가 고치를 뚫고 나가 날개 짓을 하기 위해선 눈을 감고 시민들과 미래만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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