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웃고 도시 살아나는 ‘THE 스마트 U’ 
“그래도 버티겠지” “도저히 안 되겠는데” “견딜 만큼 견뎠다”. 지난해 발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울산지역 소상공인들이 길거리에 나앉고 있다.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 앞에 이들의 희망고문 그라데이션은 탁해져만 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소상공인 개개인 몰락은 불 보듯 훤한 일이고, 지역사회 기반마저 폭삭 가라앉을 수 있다. 이들에게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발맞춘 변화와 혁신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가운데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코로나19 예방책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비대면’이 핵심인 디지털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장 형태가 떠오르고 있다. 바로 비대면과 디지털 기술 집합체인 ‘스마트 상점’. 이는 현재 상황에서 소상공인 위기를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해 갈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울산도 스마트 상점을 필두로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타 시·도 사례를 참고해야 할 때다. 전통시장과 삼산동, 성남동 등 주요 상점가 중심으로 이른바 울산형 스마트 상점 관련 정책인 ‘THE 스마트 U’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 성장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노려볼 만하다. 국내에서 스마트 상점 구축 등을 적극 도입한 사례를 살펴보고, 울산에 접목할 점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대구 중구 동성로는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중심상권이자 쇼핑관광 거리로, 지능형 쇼핑관광 시스템을 구축하며 코로나19와 비대면 대안으로 떠오른 스마트 상점의 출발지로 나서고 있다. 사진은 스파크랜드와 동성로 일대.

(1) 스마트 상점가의 출발, 대구(상)

# 사고 싶은 옷과 액세서리를 가상으로 걸쳐보다
지난 6월 26일 오후 도착한 동대구역. 역 정문 앞 택시 승강장에 부착된 ‘스마트 도시로 가는 길’이라는 안내문구가 눈에 띄었다. 대구에 체류하는 동안 스마트함을 어디서,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 벌써 기대됐다.
사전 조사에 따라 지능형 쇼핑관광을 경험하고자 동성로로 발길을 재촉했다. 대구 중구 동성로는 폭 12m, 길이 1.2km로 1907년 대구읍성 동쪽 성곽이 철거되면서 생긴 거리다. 1914년 동성정이라 했다가 1946년 동성로로 바뀌었다고 한다. 현재는 대구의 명동이라고 할 정도로 중심상권으로 국내는 물론 대만 등 해외관광객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취재기자가 동성로 관광안내소 내 설치된 의류 AR·VR 단말기를 통해 빨간 원피스를 가상으로 입어보고 있다.

우선 동성로 관광안내소로 향했다. 관광안내소에서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무인단말기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를 통해 동성로 입점된 상점에서 파는 의류 등을 가상으로 착용 가능했다. 실제로 단말기 앞에 서보니 화면을 누르지 않고 손바닥만 앞으로 뻗으면 저절로 인식되며 화면이 넘겨졌다. 매장에 방문해서 직접 입어보지 않고도 옷 쇼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그대로 사진 촬영해서 스마트폰으로 보내면 저장도 가능했다.

의류뿐만 아니라 주얼리도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었는데, 주얼리 AR·VR 단말기는 동성로 내 스파크랜드 1층에 설치돼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쇼핑할 때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거나 물건을 집어들 때 꺼려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를 대처하는데 도움이 돼보였다.
이들 단말기는 단순히 쇼핑만을 위한 게 아니라 동성로를 방문한 관광객 이색체험으로도 충분했다. 코로나19로 관광서비스도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변화하고 있는 흐름에 걸맞은 콘텐츠였다.

가상으로 옷을 착용한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모습.

 

# 맛집 미리 둘러보고 길 찾기도 한번에
동성로에서는 이것만 스마트폰에 갖고 있으면 쇼핑관광은 물론 먹거리 해결까지 한 번에 가능했다. 바로 웹 기반 쇼핑관광 서비스 플랫폼(www.kshopass.com)이다.
플랫폼에 접속해보니 4개 국어(한·영·일·중)로 현재 위치와 주변 상점, 맛집, 관광지 등을 상세하게 안내됐다. 점심시간에 동성로 맛집 한 곳을 골라봤는데, 매장 내·외부와 메뉴 사진, 가격, 인기 있는 메뉴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플랫폼에서 매장을 미리 체험한 후에 원하는 상품이 있으면 바로 결제도 가능했다. 생소한 곳에 와서 관광하는 이들에게는 식당 앞에서 서성이거나 무작정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덜어줄 만했다.

동성로 지능형 쇼핑관광 구축을 담당하고 있는 김규동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기업 넥스트스토리 영남지역 본부장.

무엇보다 일부 매장에서 벌어지는 바가지 장사도 예방 가능해보였다. 티셔츠 한 벌은 얼마고, 커피 한잔은 얼마인지 소비자 가격이 모두 기입돼 있어 상대적으로 외국인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였다.
동성로 지능형 쇼핑관광은 이뿐만 아니었다. 각 상점 입구에 부착된 QR코드(정보무늬)로 상품 결제부터 배송까지 한 번에 가능했다. 실제로 동성로를 걷다보니 QR코드를 제공하고 있는 매장들이 눈에 띄었고, 이들 매장은 다른 곳보다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밖에 주요 상점들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미션 완수하고 경품까지 받아갈 수 있는 투어도 마련돼 있었다. 관광이용권 투어패스를 구매하면 쇼핑과 체험 등을 묶어놓은 20여종 할인권이 제공됐다. 동성로에 놀러오는 관광객은 이 패스 하나만 들고 있으면 대구 전체를 맛보고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대구역 택시승강장에 붙여진 안내문구.

취재진과 동행한 김규동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기업 넥스트스토리 영남지역 본부장은 “현재 동성로 내 100여개 상점에 지능형 쇼핑관광 시스템을 도입했고, 연내 200곳 이상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이나 뒷골목 상점을 우선 타깃으로 정해서 지능형 쇼핑관광 생태계를 넓혀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동성로 지능형 쇼핑관광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지능형 쇼핑관광이라는 큰 틀 안에 동성로를 시작으로 인근 교동까지 확대시켜 체험 상품을 개발해 젊은 고객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며 “쇼핑이 스마트화되니 업주들 반응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실제로 매장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fantastig@iusm.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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