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에 실린 울산맹호출현 기사 <1913년 7월10일자 매일신보>  
 
   
 
  ▲ 배성동 씨가 발견한 ‘호박범’ ‘칭디미범굴’ 등 반구대 일대 범굴 루트.  
 
   
 
  ▲ 배성동 씨가 발견한 '칭디미 범굴'  
 
   
 
  ▲ 배성동 씨(러시아 시호테알린 타이가에서 )  
 
   
 
  ▲ ‘반구대 범 내려온다’(민속원)  
 
   
 
  ▲ 배성동 씨가 발견한 범바위 '호박범'  
 

“오후 12시경 농민 손진호 집에서 가족들 모두가 잠을 자는데, 뜰 안에 있던 소가 소리를 질러 손 씨가 잠에서 깨어 문을 열고 나가본즉, 그 형태를 분명히 알기 어려우나 등잔만한 안광이 번쩍거리고 작은 소만한 짐승이 소리를 크게 지르며 방안으로 뛰어 들어오려 해서 …“
반구대로부터 12km가량 떨어진 율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1913년 7월 10일자 매일신보 기사다.
율리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4km 떨어진 경주 불국사에서 대덕산호랑이가 포획된 1921년보다 8년이 앞섰다.
조선 후기 반구대를 다녀간 학자 권섭(1671~1759)이 쓴 남행일기에는 지금의 60리 천전리에서 반구대 계곡 길을 유유히 걷다가 바위 위에 앉아 있는 황백색 대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내용이 있다.
탐사기행작가인 배성동 씨는 ‘범’을 찾아 지난 20년간 중국, 러시아, 북한 국경에 접한 시베리아 타이가(호랑이 숲), 그리고 영남알프스, 반구천 야생 세계를 탐사해 반구대 호랑이 표범을 추적했다. 러시아에서는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 속에 호랑이 숲을 헤매고 다녔고, 영남알프스와 반구천은 거의 매일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목숨을 건 탐사였고,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숲에서 죽겠다는 집념 하나였다고 한다. 스스로를 ‘타이거 맨’이라 부르며 범의 눈으로 관찰하고, 여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았다.
1944년 촬영된 신불산표범과 1960년 촬영된 가지산표범 사진을 직접 찾아 울산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반구천에서 범굴을 발견해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암각화 전문가 장석호 박사(동북아역사재단 전 역사연구실장)를 도와 3D 정밀분석을 통해 반구대암각화에 호랑이 표범 그림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23마리나 된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반구천을 헤매고 다니다 천전계곡에서 범바위 ‘호박범’과 범이 살았다는 ‘칭디미범굴’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 ‘반구대 범 내려온다’ (저자 배성동민속원 432쪽)를 세상에 내놨다.
10년간의 집필의 노력, 직접 찍은 현장사진, 수집한 희귀 흑백사진이 실려 20년의 발품이 오롯이 배인 ‘역작’이다.
1부는 반구대 야생세계를 관찰한 ‘나는 숲이다’, 2부는 영남 지역에 서식했던 호랑이 표범을 다룬 ‘출림맹호’, 3부는 반구천이 숨긴 야생 세계를 탐사한 ‘반구천 지오그래피’가 수록됐다. 반구대 회은촌 주민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그는 이토록 범을 찾아다니는 이유에 대해 “친근하면서도 두려운 존재, 범은 우리민족의 영혼이다. 우리 피에는 호랑이 정기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 씨는 오는 2월16일 반구천에서 직접 발견한 ‘호박범’과 ‘칭디미범굴’, ‘공룡터널’을 현장에서 공개, 안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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