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기 악화·단체장 재판 피로감
혁신 없는 모습 민심 이탈 결과 초래
4개 기초단체장·광역의원 전멸 불러
진보, 동구청장 당선 겨우 체면치레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울산 단체장을 독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더불어민주당이 4년 만에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울산지역 유권자들은 지난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심판’하고 민심을 거둬들였다.
민주당은 울산시장을 비롯해 4개 현역 구청장 가운데 단 한 석도 지키지 못했고 17명의 현역 시의원들 역시 한 명도 생환하지 못해 당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됐다.
시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지역구(19명)와 비례대표(3명) 등 22명 가운데 비례대표 몫 1석을 건지는데 그쳤다.
이번 선거가 ‘대선의 연장전’ 성격이 강한 만큼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고 판단하면서도 민주당은 ‘현역 프리미엄’의 이점을 기대하며 울주군과 북구 등의 현역 구청장의 승리에 역점을 기울였지만 결국 참패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조선업 등 지역 주력산업의 침체로 울산 경제의 불황이 계속된 점이 변화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표심을 자극했고, ‘현역 프리미엄’은 되레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 최초로 모든 군민에게 10만원의 긴급 군민지원금을 지급하며 이목을 끈 민주당 이선호 후보의 경우 울주군에서 가장 젊고 많은 유권자가 있는 범서읍에서는 1,539표 차이로 국민의힘 이순걸 당선인 보다 많은 표를 얻었지만, 다른 지역에서 표 차이가 크게 벌어지며 패배했다.
민주당은 노동자 표심이 강한 북구에서도 내심 기대했지만 진보단일 후보를 낸 정의당과의 단일화에 실패, 분산된 표심에 맥없이 주저앉았다.
국민의힘 박천동 당선인이 4만4,062표(50.60%)를 얻어 승리했는데, 다만 민주당 이동권 후보가 3만4,843표(40.02%), 정의당 김진영 후보 8,158표(9.37%)로 단순 수치 상으로는 단일화가 이뤄졌다해도 민주-진보 단일 후보가 이겼을 것이라 예단하긴 어려운 성적표다.
여기에 이제 막 출범한 윤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정권 안정론뿐만 아니라 대선 패배 이후에도 민주당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단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그늘에 숨어 혁신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대한 ‘실망감’이 울산 민심 이탈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이상헌 시당위원장은 선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울산시민들은 저희 민주당을 호되게 질책하셨다. 당에 대한 채찍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선거 패인에 대한 질문에는 그저 “우리가 잘 못했기 때문”이라고만 했다.
아울러 민주당 현역 단체장들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잇따라 법정에 선 점도 시민들의 정치 피로도를 높이는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혐의로 송철호 후보가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북구를 제외한 4개 구·군의 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법정에 섰으며, 남구의 경우 민주당 구청장의 중도 하차로 재선거가 치러지기도 했다.
동구의 경우 재임기간에 선거법 위반으로 2차례 기소돼 재판받은 현역 정천석 구청장이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고, 이에 따라 진보단일 후보로 나선 진보당 김종훈 당선인이 국민의힘 후보와의 맞대결을 벌여 승리, 울산 진보 정치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과거 울산을 ‘진보정치 1번지’라 부르며 지역 정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 왔지만 민주당의 급부상으로 인한 양당 체제 고착화에 존재감까지 희미해지던 ‘노동계 진보’ 진영으로선 동구의 승리가 국민의힘 독주를 막아낸 새로운 희망이 된 셈이다.
하지만 이는 동구청장 출신으로 국회 입성까지 했지만 체급을 한단계 내려 이번 선거에 출마한 김 당선인 개인에 대한 평가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당선인은 54.83%의 표를 얻어 국민의힘 천기옥 후보(45.16%)에게 승리했는데 후보 개인별 지지와 별개로 지역 유권자들의 정당 선호도를 나타내는 ‘정당득표율’을 살펴보면 동구의 경우 진보당 지지율은 10.83%에 그쳤기 때문이다.
동구의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 정당 득표율을 살펴보면 동구청장 선거 결과와 달리 국민의힘이 50.30%로 가장 높았고 민주당이 33.88%로 그 뒤를 이었다. 정의당은 4.03%다.
아울러 울산 진보3당(노동·정의·진보당)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동구와 북구지역 울산시의원 선거에 올인했지만 모두 패배했고, 동구와 북구에 각 1명의 기초의원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선거가 끝난 뒤 김종훈 동구청장 당선인은 “진보정치도 그동안 부족한 것이 많았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진보정치에 대한 기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며 “거대양당을 넘는 새 희망의 진보정치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 지속적인 혁신과 성찰로 부족함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