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은 울산산단 ‘환골탈태’중
<上>'순환경제'에 진심인 울산 기업
1962년초 우리나라 최초의 특정공업지구 지정과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으로 시작된 울산의 공업화가 환갑(還甲)을 맞았다. 이후 석유화학·조선·자동차 관련 기업이 잇따라 포진하며 울산은 반세기 만인 2011년 지자체 중 처음으로 1,000억 달러 수출시대를 열었고 ‘산업수도’라는 별칭도 얻었다.
하지만 탄소배출이 많은 전통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울산산업계는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기조에 자원채취(take)-대량생산(make)-폐기(dispose)가 중심인 기존 선형경제에서 '생산-소비-관리-재생산'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로의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탈탄소' 시대에도 살아남기 위한 울산 기업들의 생존 방안을 살펴본다.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시장
2026년까지 연평균 7.5% 성장 전망
지역 기업, 관련 기술 확보 적극 투자
폐기물·탄소 저감 등 ESG 경영 박차
폐배터리·알류미늄도 리사이클 각축
# SK지온센트릭, 폐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 중
2021년 9월30일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폐비닐·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만든 열분해유를 SK이노베이션 울산CLX의 정유·석유화학 공정원료로 투입했다. 폐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SK지오센트릭은 이후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3대 핵심 역량'인 △폐비닐에 열을 가해 나프타 등 원료를 얻어내는 '열분해유' 기술 △오염된 페트병과 의류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활용하는 '해중합' 기술 △고순도 폴리프로필렌 추출 기술 등을 발 빠르게 확보했다.
SK지오센트릭은 오는 2025년까지 울산에 모두 1조1,000억원을 투자, 21만 5,000㎡ 부지(약 6만5,000평)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2024년 상업생산에 나설 열분해유 공장은 20만t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약 108만 배럴의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도시 유전'이 된다.
아시아 최초의 고순도 재생 폴리프로필렌(PP) 공장 건설도 조만간 합작법인(Joint Venture) 설립을 공식화하고 연내 인·허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은 이를통해 2027년까지 자사 플라스틱 생산량 전량에 해당하는 250만t 규모를 직·간접적으로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은 폐식용유 등으로 만든 친환경 원료 '리뉴어블 납사'(Renewable Naphtha)를 도입, 이를 활용한 '리뉴어블 벤젠'을 생산에도 나서고 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재생PP 공장, PET공장, 열분해유 공장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기존 설비들에서 버려지는 재활용하고 남은 플라스틱을 재활용 클러스터에서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적용한 코폴리에스터 '에코트리아 CR' 상업 생산에 나선데 이어 최근 559억원을 투자, 원료물질인 고분자 폴리에스터에 CHDM(사이클로헥산디메탄올) 설비를 증설해 생산량을 25% 늘리기로 했다. 에코트리아 CR 증설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이 업체는 올해초에는 '화학적 재활용 페트(Chemical Recycle, CR-PET)'인 스카이펫(SKYPET) CR 양산도 울산에서 시작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 상반기까지 770억원을 투자해 울산2공장에 5만t 규모의 PET 해중합(BHET) 시설과 11만t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설비를 구축해 순환경제의 전초기지로 바꾼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울산 1공장 PET 설비 모두를 C-rPET으로 전환하는 등 C-rPET 생산량을 연 34만t 규모로 늘려 글로벌 1위 PET 재활용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재생 원료서 섬유 추출·탄소 저감 '일석이조'
효성티앤씨는 다양한 기업이나 지자체 등과 폐페트병 조각을 가공해 액체로 만든 뒤 뽑아낸 폴리에스테르 원사 '리젠'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적인데 올해 말께는 울산공장에서 바닷속 폐어망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나일론 섬유 '마이판 리젠오션'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도 플라스틱 재활용 원사인 '에이스포라 에코'를 개발해 자사 작업복으로 만들어 입는 가 하면 지역 기업인 우시산 등과도 협력해 의류와 에코백을 비롯한 친환경 상품으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재활용 원료 사용에 적극 나서는 것은 비용이 몇배 더 들어가지만 원유 값 상승 등 외부요인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폐기물 문제 해결, 탄소저감 등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울산항만공사와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에너지공단, 울산대학교 등 울산지역 6개 공공기관·대학도 ESG 경영 공동 실천 협약서를 체결하는 등 페트병 자원순환에 동참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시장은 2021년 455억달러(약 55조원)에서 오는 2026년 650억달러(약 79조원)로 연평균 7.5%씩 성장할 전망이다.


# 급성장 폐배터리 재활용사업도 앞다퉈 나서
2030년께 국내에서만 연간 10만 개 이상의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는 급부상중인 순환경제의 차세대 주자다.
코스모화학은 지난해 300억원을 온산공장에 투자해 폐배터리에서 니켈(4000t)·코발트(800t)를 회수한 후 재활용하는 사업에 뛰어든데 이어 최근 159억원 규모의 탄산 리튬(1,000톤) 회수 설비 투자도 2023년 9월말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울산사업장의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불량품이나 스크랩(파쇄 폐기물)을 수거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고려아연도 비철금속 제련 기술력을 활용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LG에너지솔루션과 연내 울산에 폐배터리 합작법인JV를 만들어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불량품과 폐배터리에서 고려아연이 원료를 추출하는 방식의 협력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폐배터리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 관련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도시광산'으로 불리는 폐배터리 시장은 2040년 66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에 본사가 있는 엔에스텍은 225억원을 들여 울산에 '자원재활용 자동차 부품공장'을 만든다. 차량 카펫 스크랩과 폐카펫로부터 재생 폴리프로필렌을 추출해 자동차 엔진언더커버 등 차량 내·외장재를 만드는 사업이다.

# 무한 재활용 가능 알루미늄도 '재생 또 재생'
노벨리스는 올해초 5,300만달러(약 640억원) 투자 결정을 통해 울산에 알루미늄 리사이클(재활용) 센터 구축에 나섰다.
연간 생산 능력은 40만t 규모인 이 리사이클 센터는 오는 10월 착공해 2024년 초 가동에 들어간다. 센터에서는 연간 10만t에 달하는 시트 잉곳을 생산하며 울산알루미늄에 공급해 자동차, 건축, 캔 등에 들어가는 소재로 재탄생한다.
알루미늄은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데 재활용 알루미늄은 광석인 보크사이트로부터 알루미늄을 생산할 때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각각 95%씩 줄일 수 있다.
사친 사푸테 노벨리스 아시아 사장은 "울산 센터 건립은 세계 제일의 지속가능한 저탄소 알루미늄 솔루션 공급업체가 되겠다는 노벨리스의 목표 달성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강태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