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호 울산과학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대통령직속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
서정호 울산과학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대통령직속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

 오늘날 우리 사회는 ‘복지’와 ‘환경’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새로운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전통적 복지국가는 소득 보장, 의료·교육 서비스 확대를 통해 국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 중심의 복지 모델은 자원 고갈과 대기·수질 오염, 기후 위기 등의 심각한 환경 문제를 뒤로 미루고 성장만을 강조했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와 안전의 근간이 되는 것은 결국 건강한 자연환경이며, 깨끗한 공기와 안전한 물, 넉넉한 녹지공간은 국민의 신체적·정신적 복지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광받는 개념이 바로 ‘생태복지(ecological welfare)’이다.

 생태복지는 전통적 복지의 ‘인간 중심’ 틀을 넘어, 사람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복지의 수준을 의미한다.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깨끗한 물, 맑은 공기, 토양 정화, 수분 조절, 생물다양성 유지) 모두를 복지 정책의 대상이자 자원으로 포함시킨다. 즉, 숲과 습지, 해양 생태계가 제공하는 혜택을 단순한 환경 인프라가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한 축으로 본다는 것이다. 도시숲은 시민에게 휴식과 여가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도시 열섬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흡수하며, 빗물 저류 시설은 홍수 위험을 낮추면서도 지하수 함양을 돕는다. 이처럼 생태계 서비스가 복지 자원으로 전환될 때, 복지정책은 더욱 지속가능하고 깊이 있는 가치를 획득한다.

 최근 필자는 울산의 한 환경관련 센터에서 진행한 자연환경해설사 교육의 프로그램을 맡아 ‘생태복지’에 관해 강의할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진행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교육에서도 여러 차례 생태계 서비스의 개념과 측정 방법, 정책 적용 방안을 설명했다. 교육에 참가한 시민들은 숲이 ‘복지 자원’이라는 점에 놀라워했으며, "생태계 서비스를 복지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다니 새로운 관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경험을 통해 확신한 것은, 생태복지는 개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도시의 체질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의 복지 수준마저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실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를 보면, 경제 규모와 복지 지출 비율이 모두 높은 국가가 진정한 ‘복지국가(welfare state)’로 평가받는다. 2022년 기준 OECD 평균 사회복지 지출 비율(GDP 대비)은 약 21%지만, 대한민국은 약 12% 수준이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 국가인데도 복지지출이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복지체계가 전통적 소득·의료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더욱이 OECD ‘삶의 질 지표’(Better Life Index)에서 대한민국의 환경 요소 점수(대기·수질·녹지 접근성 등)는 하위 30%권에 머물러 있어, 경제 수준에 비해 환경복지 수준이 낮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진정한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생태복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울산의 생태복지 수준은 어떨까. 생태복지 지표를 모두 수치화 해서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는 없고, 간단히 몇가지 주요 지표로 살펴보자. 첫째, 1인당 녹지면적에 대해 보면, 2024년 울산광역시 환경백서에 따르면, 울산 1인당 결정(公園) 녹지 면적은 13.04㎡로, 통계청의 전국 도시공원 지표에서 나타난 2023년 전국 평균 1인당 도시공원 면적 12.6㎡ 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산림청이 발표한 ‘생활권 도시림’(도시 내 접근 가능한 녹지) 지표를 더하면, 울산은 2019년 19.12㎡에서 2021년 26.29㎡로 크게 증가했다. 두 번째로, 녹지율을 보면, 한국지방자치단체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울산의 도시지역 내 녹지율(토지면적 대비 녹지 비율)은 76.03%로, 다른 광역시(부산 57.76%, 대구 77.40%)와 견주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숲·습지·공원·완충녹지 등이 도심 전역에 잘 분포돼 있음을 보여 준다. 세 번째로, 대기질 지수(AQI) 및 미세먼지 수준을 보자. 실시간 공기질 정보에 따르면, 울산의 PM2.5 기준 일평균 AQI는 30~40(‘보통’ 수준)을 오가며 대체로 ‘양호’한 편이지만, 장기간 노출 시 민감군(노약자·어린이)은 주의가 필요한 수준이다. 넷째로, 주민 삶의 만족도를 보자. 통계청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울산은 40.6점(배점 0~100)으로 전국 평균(약 41.5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복지 만족도, 교육·의료 접근성, 환경 질 등이 종합 반영된 결과로, 녹지·공해 지표는 양호하지만 사회복지·문화 서비스 측면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전반적으로 울산은 우리나라 다른 도시에 비해 생태복지 측면에서는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울산이 진정한 ‘생태복지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과제를 해결하고, 전략적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첫째, 녹지연결망(Green Corridor) 구축이다. 현재 울산은 공원과 숲이 점처럼 분포한 형태다. 이들을 잇는 녹지축을 조성해 도심 전역에 걸친 "녹색 회랑"을 완성해야 한다. 도시 내 주요 간선도로변과 하천 주변, 단절된 산책로 구간을 녹화·복원해 생물종 이동로를 확보하고, 시민들이 안전하게 녹지를 이용할 수 있는 보행·자전거 전용 경로를 설치하면 도시 전체의 생태복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둘째, 생태계 서비스 가치회계 도입 및 예산화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도 중인 바 있지만, 울산은 습지 복원, 도시숲 조성, 빗물저류시설 설치 등 생태정책의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해 ‘생태복지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 예컨대 태화강 국가정원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가치를 탄소배출권 가격으로 환산하고, 그 비용만큼 도시 정원·습지 관리비 예산에 반영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생태정책이 정책 당위성 차원을 넘어 재정적 근거를 갖춰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셋째, 시민 주도형 생태교육 및 참여 프로그램 강화다. 자연환경해설사 교육처럼, 학교·마을·기업 단위로 ‘생태복지 아카데미’를 운영해 생태계 서비스의 기능을 시민 스스로 체험하고 학습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와 연계해 ‘우리 동네 녹지 돌보미’나 ‘습지 모니터링 봉사단’과 같은 활동을 활성화하면, 주민들의 지역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이 강화되고, 결과적으로 도시의 사회적 복지망도 탄탄해진다.

 넷째, 자연기반 재해대응(Nature-Based Resilience) 시스템 구축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강우·홍수는 반복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불러온다. 울산은 태화강·언양천 주변 습지 복원, 빗물저류정(레인가든) 설치 등을 통해 자연적 완충 능력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재해 발생 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그린 대피소’를 마련해, 자연 속에서 안전하게 대피하고 휴식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면 재난 상황에서도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 계획과 산업정책의 통합이 필요하다. 울산은 한국 산업화의 심장부이지만, 그 폐해로 대기·수질 오염이 지역 주민 건강을 위협해 왔다. 앞으로는 산업단지 완충녹지를 의무화하고, 공장·제조시설 내 ‘생태닥터십(Eco-Doctorship)’ 제도를 도입해 기업 스스로 녹지 복원·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실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울산은 첨단 제조업과 생태복지가 상생하는 ‘그린 인더스트리 시티(Green Industry City)’로 도약할 수 있다.

 울산이 이 네 가지 전략을 실행에 옮길 때, 단순히 물리적 녹지면적이나 대기질 수치뿐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과 사회적 포용성, 도시 회복력이 함께 높아질 것이다. 이는 곧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태안전망이 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오늘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생태복지 도시 울산’을 완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미래 세대까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울산, 바로 그날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 서정호 울산과학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대통령직속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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