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한 1급수에 살며 비린내가 없고 은은한 수박향이 난다는 은어(銀魚)는 ‘수중군자(水中君子)’ 또는 ‘청류(??)의 귀공자’로 불린다. 중국에서는 향기나는 물고기란 뜻의 ‘샹위(香魚)’ 또는 ‘유샹위(有香魚)’라고 부르며 영어권에서는 스위트 피시(sweet fish) 또는 스위트 스멜트(sweet smelt)로 불린다. 예부터 어물전에서도 행세 깨나 하는 생선은 임금님의 수랏상에 오르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여겼다. 은어는 봄철에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 6`~7월에는 성어가 된다. 음력 8월경에는 알을 낳기 위해 떼를 지어 강하구로 내려가 산란과 방정이 끝나면 암수 모두 죽음을 맞이하는 1년산 물고기다. 10월경 부화한 새끼는 바다로 가서 4~6개월 자란후 다시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어는 바다와 가까운 하천으로만 회귀하지만 은어는 700~800리를 거슬러 올라가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 깊숙한 오지 하천에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생선이라곤 간고등어 뿐이었던 경북 안동일대 하천까지 올라가 임금님 진상용이 됐다고도 한다. 옛 안동 관아에서는 진상용 은어를 잡기위해 하천을 흙과 돌로 막은 다음 중간지점에 발을 치는 ‘살둑’이라는 은어잡이 장치를 했으며 마을사람들이 살둑의 은어에 손을 대는 일을 법으로 금지했다. 당시 퇴계선생이 어린손자나 제자들에게 도산서원 근처하천의 살둑에 있는 은어는 절대 잡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최근 울산태화강 중류 삼호교~선바위~반천교 일대에서 길이 15 ~20㎝의 은어떼 2만여 마리가 발견됐다고 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태화강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은어는 여름철 대표어종이었으나 19 80년대 들어 강이 오염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연어와 황어에 이어 은어떼가 떼지어 회귀한 것은 태화강물이 1급수 수준의 생태하천으로 되돌아 왔음을 말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봄 새끼은어 1만여마리, 올 봄 2만여 마리를 방류한 울산시의 개가이기도 하다. 바다먹이 사슬의 기초라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줄어들어 2050년 쯤이면 인류의 식탁에서 생선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연구보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제 바다와 이어져 흐르고 있는 태화강이 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수중군자’가 떼지어 노니는 태화강은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다. 김병길 주필·편집이사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