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복에 내린 비는 충청도 보은 청산 처녀의 눈물’이라는 속담이 있다. 대추는 삼복 중에 익는데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직 대추를 팔아 혼수를 마련하는 보은 청산 처녀들이 대추 흉년으로 시집을 못가 운다는 얘기다.
과일값이 폭등하는데는 세가지 요인이 있다. 수확을 앞두고 날씨가 나쁘거나 성수기 과일에 낙과(落菓)를 몰아붙이는 태풍도 값을 폭등시킨다. 지난 추석전 우리 과일값이 그렇게 폭등해 ‘금사과’ ‘금배’로 불렸다. 그런데 수확철에 우리보다도 태풍이 잦은 일본에서는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버티고 있는 사과를 따로 모아 ‘합격사과’라 이름붙여 수험생들에게 일본돈 5만엔에 팔았다. 낙과피해를 스스로 보상하는 기발한 일본 과수농가들이다. 우리나라 과수농가에서는 이를 흉내내 미리 ‘합격’이라는 글씨가 박혀 나오게 재배한 사과를 수험생들에게 비싸게 팔고있다.
그 다음 역사적으로 연고가 있는 명산지 과일은 프리미엄이 크게 붙게 마련이다. 양귀비 때문에 값이 뛴 과일로 이원(梨園)배가 있다. 시안(西安)에 사는 누군가가 그 옛날 이원터를 찾아내어 이원배를 특화, 보통배 값의 곱절로 팔았다고 한다.
또 다른 값 폭등 요인으로 매점매석을 들 수 있다. <허생전>의 허생은 남도에서 올라오는 밤·대추를 모조리 매점해 버렸다. 제사를 존재가치로 여겼던 전통사회인지라 품귀가 된 제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허생은 매점 과일을 풀어 치부했다. 또 옛날 관리들의 가렴주구가 혹심할 수록 과일값이 뛰었다는 얘기도 있다. 제주도의 귤나무를 가진 백성들은 관리들의 수탈을 감당할 수 없어 울면서 귤나무 뿌리에 독을 부어 고사시키기 까지 했다. 이렇게 되니 귤나무가 줄어들었고 생산량이 격감해 값이 뛸 수밖에 없었다.
“설에는 배추선물세트가 등장하겠구나.” 얼마전 ‘고기로 상추를 싸먹을 판’이라던 ‘상추파동’에 이어 폭등한 배추값이 물가를 뒤흔들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따른 경작지 감소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정부가 태풍 등 이상기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태풍이 올해만 온 것도 아니고 기후변화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보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친(親)서민’정책은 ‘널뛰는 채소값’에 밀려 이미 저잣거리에서 약발이 다한 느낌이다. 채소파동은 과거에도 수없이 있었다. 그런데도 매번 이렇게 당해야 하니 정부의 무능을 탓하지 않을수 없다. 김병길 주필·편집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