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희빈이 마신 사약의 재료로 쓰인 ‘천남성’이라는 독초가 있다. 천남성은 담이 결릴 때 그 뿌리를 빻아 수제비로 만들어 먹으면 독성이 중화되면서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전통지식을 이용해 특정 외국기업이 신약을 개발했을 경우 그 이익을 그 지역민과 공유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세계 193개국이 가입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총회’에서 채택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에 포함된 내용이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유전자원이 국부(國富)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선진국 기업들은 그동안 개발도상국 등의 동식물·미생물 같은 생물유전자원을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가 1996년 중국의 토착 향료식물인 ‘스타아니스(staranise)’라는 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개발한 조류인플루엔자(AI) 치료제 ‘타미플루’가 대표적인 사례다.
생물유전자원 주권전쟁이 시작됐다.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다른 나라가 이용해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각 나라의 동·식물 등 생물류 유전자원이 석유나 중국의 희귀금속 ‘희토류’처럼 자원무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만종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자생생물 중 3만종 정도만 확인된 상태다. 게다가 이들중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은 1100여종에 불과해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여기다 우리나라 토종 동·식물중 멸종위기에 처한 것이 총221종이나 된다. 또 하천정비가 콘크리트 제방을 쌓고 강을 곧게 만드는 등 수자원 이용과 홍수예방 위주로 이뤄지면서 전국 지방하천의 55%가 생태적으로 훼손된 상태다.
그래서 이제 ‘깃대종(Flagship Species)’ 살리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깃대종’이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90년대 초 제시한 개념으로 어떤 지역의 생태적·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거나 대표하는 동식물을 말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경기도 양주시가 얼룩동사리·참붕어·원앙을, 동두천시는 노랑부리저어새를 깃대종으로 정했다. 강릉시는 경포천·남대천에서, 전주시는 전주천 남천에서 깃대종살리기에 나섰다.
환경부는 전주시 삼천(반딧불이)과 경북 영덕군 송천(칠성장어)을 깃대종살리기 시범사업 대상으로 정하고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울산 태화강 등에서도 ‘깃대종 살리기’ 동·식물을 빨리 정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겠다. 김병길 주필·편집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