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성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해마다 12월이 되면 사람들은 가벼운 흥분을 느끼게 된다.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12월 내내 고조되어 크리스마스 이브에 정점을 이룬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빠지지 않는다.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이유 중의 하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닐까.

크리스마스 선물은 주고 받는 사람들마다 그 의미가 천차만별이다. 연인들에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증표 역할을 할 것이고, 아이들에겐 평소 갖고 싶었으나 쉽사리 얻을 수 없었던 장난감들을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이다. 사회인들 사이에서는 한 해 감사했던 마음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주는 사람에게는 늘 고민이 따른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생필품이나 학용품 또는 과자와 같이 반드시 소박하지만 필요한 선물을 주고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로 인해 더 이상 선물은 긴요하게 필요한 것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더 있으면 좋은 것을 주고 받는 것이 되버렸다. 그러다보니 선물 고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어려움과는 반대로 지구 반대편, 아니 우리의 이웃들 중에도 아직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채워지지 않아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전세계 사람들 중 50%는 영양실조이고 1%는 기아로 죽어간다. 67%는 문맹이고 대학 교육은 오직 1%에게만 주어진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많은 희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커피 한 잔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천원이라는 돈으로 아프리카의 어린 아이에게 40일 동안 마실 물, 설사로 죽어가는 어린이 1명의 생명을 살리는 링거액, 5명의 어린이에게 소아마비 예방접종과 홍역 예방접종, 매년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을 잃는 50만명의 어린이를 위해 80개의 캡슐을 제공하거나, 아이 한 명이 이틀 동안 식사를 거르지 않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조금만 희생해도 세상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이러한 현실에도 가방, 옷, MP3 플레이어, 게임기 등의 선물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들의 무관심은 욕구충족우선의 원초적 본능에서 비롯된다.
칸트는 인간이 행하는 선은 이러한 본능적인 욕구에서 벗어나 보다 더 높은 차원의 덕을 실행하는 것이라 하였다. 사회가 정의롭고 바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덕을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으니, 이러한 덕의 추구가 권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우리 사회를 이끌 리더들에게 어려운 타인들에 대한 자기 희생은 권장사항이 아니라 의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UNIST 학생들이 최근 ‘천사의 이름’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 돈으로 선물 받을 사람의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고 그 증표와 증서를 선물 대신 주고 받는 캠페인이다. 자선단체의 종류는 선물을 받을 사람의 평소 관심사를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선물을 받을 사람은 간접적으로 기부를 하게 되어, 기부에 대한 거리감을 없앨 수 있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작은 선행에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부에 관심이 있었지만 선뜻 시작이 어려웠던 사람들은 이러한 기회를 통해 작은 기부라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선물을 하는 사람 역시 물질적인 선물보다 더 큰 보람을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운동이 물질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며,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이끌 미래 엘리트들에게, 세상의 어두운 곳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을 희생해서 불을 밝힐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더 멀리 본다면 우리 학생들이, 그리고 이 운동에 참여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따뜻한 마음을 키우고 오래도록 간직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데 앞장서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UNIST 천사의 이름 홈페이지
 http://idnsm.un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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