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국회의원.FIFA부회장

차분한 마음으로 한 해를 정리해야하는 연말연시에 빡빡한 일정으로 동남아 국가들을 돌고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자리에 중동의 요르단 축구협회 회장이 도전을 해와 이를 막기 위해 표밭을 다지는 중이다. 선거는 다음달 6일 중동의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총회에서 실시된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국가들을 돌아다니려니 눈코 뜰 새가 없다. 만나고 짐싸고 떠나고, 또 만나고 짐싸고 떠나고를 반복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우디와 UAE, 오만을 돌고 잠시 귀국해 며칠정도 머물다 다시 짐 싸고 집을 나섰다.
제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여러 번 해봤고, 모든 선거는 쉬운 선거가 없고 다 어렵지만, 이번 FIFA 부회장 선거를 보면 ‘이런 선거가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시아가 어떤 대륙인가? 우리나라가 있는 동북아에서부터 아세안(ASEAN)과 인도와 파키스탄의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에 이르기까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문화적, 종교적, 인종적으로 가장 다양한 대륙이다. 저는 FIFA 부회장으로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선거구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
원래는 단독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중동의 요르단 왕자가 도전장을 던졌다.

아시아에서 FIFA를 대표하는 중요한 두 자리가 바로 FIFA 부회장과 AFC회장 자리다. 무함마드 빈 함만 현 AFC회장은 카타르 출신으로 AFC 회장 자리에 단독후보로 출마했다. 이런 마당에 FIFA부회장 자리마저 중동 국가가 가져가는 것은 아시아 전체의 균형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AFC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제게 도전장을 던진 요르단 알리 왕자는 저의 오랜 지인인 요르단 압둘라 국왕의 동생이다. 나이는 30대 중반쯤 됐다. 짐작은 가지만, 그가 갑작스럽게 FIFA 부회장에 출마한 배경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블라터 FIFA회장과 쿠웨이트의 아흐메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회장이 배후에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걱정스러운 일로, 사실이 아니길 빈다.

이번 FIFA 부회장 선거는 저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겠지만 국가적으로 볼 때도 그렇고, 앞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 이유로 제가 방어전에 나선 것이다.
FIFA의 여러 동료들은 저보고 FIFA 회장 선거에 나가라는 권유들을 하는데, 내년 2011년 6월1일에 있을 FIFA 회장 선거에 나가려면 지금 당장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당선된 후에는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 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국내의 모든 책임 있는 자리에서 사퇴를 해야 한다.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요즘 저의 일정은 대개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려면 우선 건강해야하고, 스트레스도 해소하기 위해 틈틈이 운동을 하고 있다.

매일 매일 국내의 언론기사들도 꼼꼼하게 읽어 보고있다. 이러다 보니 해외에 나와 있더라도 마음은 항상 국내에 있다.
구제역만 하더라도 사실상 전국으로 번졌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구제역 중 기간이 가장 길었던 사례가 지난 2002년 52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런 속도로 확산될 경우 최장기록을 깰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전염경로조차 정확히 파악이 안 되고 백신 접종의 유효성 여부나 매몰지의 확보도 여의치 않은 상태라고 한다. 그런데도 구제역 대책을 담은 가축전염병예방법(가축법)의 연내 국회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라고 하니 이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속이 타들어가는 피해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가축법은 시급히 처리해야만 한다.

여러 대선 후보들은 요즘 서로 경쟁하듯 복지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생산적 복지’ ‘한국형 복지’ ‘선택적 복지’ ‘그물망 복지’ ‘무한 돌봄 사업’ ‘평화적 복지국가론’ 등 온갖 미사여구가 난무하고 있다. 이런 복지논쟁을 보면 서로가 뒤늦게 ‘말짓기 대회’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사실 복지는 서유럽 국가들이 근간으로 삼았던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 1789년 프랑스혁명의 구호였던 ‘자유, 평등, 박애’ 중 박애정신을 통해서도 복지의 해답이 제시돼 있다. 시대가 바뀌어 사람들의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면 시대에 맞게 머리를 맞대고 보완해 나가면 되는 것이지, 자기 것만 좋고 상대방은 잘못됐다고 헐뜯을 일이 아니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지나친 포퓰리즘은 경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 어느 왕이 현명한 신하에게 “백성들이 행복하게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한 마디로 줄여오라”고 했더니 그 신하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고 한다. 배고프다고 물고기를 직접 주는 소득보장도 있고, 요리까지 제공하는 생활보장도 있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자립보장이다. 사람이 밥만 먹어서는 만족할 수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성취욕이 있기 때문에 자립동기를 만들어주어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꿈을 실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가난한 집 자녀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복지’와 ‘일자리 창출’이 바로 자립보장의 복지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2010년의 끝자락인 30일 귀국하면 사흘 후 또 다시 중동으로 출국한다. “연말연시에 이게 뭐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FIFA 부회장의 연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아시아와 세계 축구를 위해 앞장서 온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더욱 분발해서 아시아 국가들의 유대와 우호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정몽준 국회의원.FIFA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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