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흐린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상기온으로 꿀 생산량이 크게 감소해 양봉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꿀 생산량이 평년의 50%로 뚝 떨어진데다 양봉기구와 자재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2일 오전 11시께 동대산 자락에 위치한 북구 연암동의 한 양봉 농가를 찾았을 때 꿀 뜨는 작업을 막 마친 참이었다. 보통 2개의 꿀통에서 한말(18ℓ)정도의 꿀을 뜰 수 있지만 이날 벌꿀통 30여개에서 채취한 꿀은 6말이 채 되지 않았다.
40여년째 양봉을 하고 있는 배봉호(69)씨는 “보통 때는 드럼통으로 10~15통이 나와야 하는데 올해는 영 생산량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10여일동안 오락가락 비가 오며 기온이 낮았던 것이 치명타였다.
배씨는 “아카시아 꽃이 필 무렵인 지난달 15일을 전후해서는 날씨가 더워 꿀이 많이 나 올해는 생산량이 좋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3~4일간만 날씨가 좋다가 오늘까지 날이 흐리다”고 말했다.
배씨는 “추우면 벌들이 움직이질 않는데다 추워서 아카시아 꿀 자체도 적었다”며 꽃이 거의 져가는 아카시아 나무를 가리켰다. 그의 손끝을 따라 바라본 아카시아 나무는 추위에 다 져가는 꽃이 누렇게 떠 있었다.
양봉농가가 체감하는 이상기온은 일반인보다 훨씬 심각했다. 벌은 태풍이 오기 일주일 전부터 벌통 단속을 하는 등 기후변화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양봉농민들이 꿀을 따기 위해 아카시아 꽃을 따라 남부지역에서 중부지역으로 옮겨갔지만 요즘은 남부와 중부의 개화시기가 거의 비슷해져 한 자리에 정착하는 농가가 많아졌다.
생산량은 줄어가지만 꿀 가격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농가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한 양봉농민은 “보통 2㎏에 5만원은 받아야 하는 꿀을 중간상인들은 2만5,000~3만원만 주고 있어 다른 농사를 짓지 않고 양봉만 해서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울산지역은 정직하게 꿀을 채집하는 양봉농가가 많지만 다른 지역에선 중간업자들에 넘기는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설탕을 타는 농가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양봉협회 울산지부 이성배 회장은 “한창 아카시아철에 울산지역 기온이 낮아 생산량이 50%정도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날씨가 추워 아카시아 꿀도 묽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생산량은 줄었지만 가격은 오르지 않고 양봉기구와 자재값은 올라가 양봉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