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발전소는 한번 사고가 나면 커다란 재앙을 불러일으킨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가 그것을 보여 주고 있다. 원전은 안전하다고 늘 선전을 한다. 사고 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사람의 실수, 혹은 지진 쓰나미같은 자연 재해로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런 가능성에 대비해서 이중 삼중으로 안전 장치를 한다. 그래서 사고 날 확률이 지극히 작다는 것이다.
과연 그 말을 믿어야 하는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현재 반경 30km 이내는 대부분 소개되었고, 50km까지 소개 범위가 부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 원전에서 큰 사고가 나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피해야 하는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이 원전으로부터 30km를 기준으로 해서 보면, <고리 원전 322만명 / 월성 원전 109만명 / 영광 원전 14만명 / 울진 원전 6만명> 이나 된다.
고리의 경우는 부산과 울산 시민 대부분이 해당된다. 월성은 울산과 경주 시민이 대상이다. 322만! 정말 끔찍이도 많은 인구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대체 어디로 대피를 하라는 말인가? 대피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면 모든 길은 다 막힐 것이다. 설사 대피를 한다 해도 322만명이 어디 가서 먹고 잔다는 것인가? 그것도 하루 이틀 대피하는 것도 아니다. 길면 몇 십년을 대피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정부와 한수원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대책을 충분히 세워 놓았을 것이다. 반경 30km 이내 사람들이 대피해야 하는 커다란 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원전의 사고는 ‘확률’로 말한다는 것이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하지 않는다. 단지 일어날 확률이 희박하다, 몇 천년에 한번 일어날 지진에도 대비한다 - 이런 식이다.
그러나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에서 최고 등급의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후쿠시마의 경우 진도 9.0의 지진은 몇 천년만에 일어날 확률이라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지진이 일어났고, 쓰나미가 덮치기 전에 발전소가 지진으로 손상을 입었다.
한반도는 6.0 이상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어서 고리 원전은 진도 6.5를, 신고리 3-4호기는 7.5를 기준으로 설계했다 한다. 그러나 만약 진도 7.0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고리 원전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8.0이 넘으면 신고리도 무사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그런 강진이 일어날 확률은 누구 말처럼 “홀인원 하고 공 주우러 갔다가 벼락맞아 죽을 확률”에 해당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률은 확률이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지진이 일어난다면, 고리 주변 30km의 주민들이 어떻게 대피하라는 것인가? 결국 앉아서 당하라는 말일 것이다. 현재 정부도 한수원도 322만을 대피시킬 도상 연습이라도 한 것이 없다.
결국 확률상의 안전과 322만의 생명, 양자 택일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과연 확률상의 안전에 322만의 목숨을 맡겨도 되는가? 안전을 믿는 나머지, 어느 누구도 322만의 대피를 꿈에라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만약 사고가 난다면, 322만은 아무런 보호 대책도 없이 방사선에 그대로 맡겨지게 된다.
고리 1호기는 수명을 연장해서 가동하고 있다. 연장한만큼 위험도가 높아진 것이다. 1호기의 수명 연장으로 얻는 이익(낮은 전기세 등)과 322만의 안전을 맞바꾸어도 되는가? 단지 희박한 확률이라는 믿음 속에, 사고가 날 경우 어떻게 한다는 대책 하나 없이?
서울은 블랙홀이다. 돈·권력·학문·의료·예술 등등 다 빨아들인다. 그러나 서울 시민을 위한 화장장, 쓰레기 처리장, 구치소 등 혐오 시설은 모조리 서울시 바깥으로 보낸다. 서울시 주변에는 원전이 없다. 왜 그런가? 이 나라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 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의 목숨을 희박한 확률이라는 믿음에 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과 울산 시민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라는 예언을 믿고 핵 발전소를 겨드랑이에 끼고 살아야 한다. 발전소 수명이 다하면 연장을 한다. 고리든 월성이든 연장한다. 게다가 울산은 위 아래로 원전을 붙이고 살고 있다.
이제 우리도 확률이 아니라 322만의 목숨을 생각해야 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후보들은 확률을 선택할지, 322만의 생명을 고를지 밝혀야 할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확률에 맡기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