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근로복지공단 직원 네 명이 산재보험료나 고용보험료를 실제보다 덜 내게 해주는 대가로 지역 업체들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아 챙기다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10년 전 비리를 저지르다 해고된 울산근로복지공단 출신 고참급 직원이 브로커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13억원에 달하는 돈을 업체들로부터 거둬들여 공단 직원들의 호주머니에 로비자금으로 찔러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울산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8일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 직원 3명과 부산동부지사 직원 1명 등 모두 4명을 이들이 일하던 사무실에서 긴급 체포했다. 혐의는 금품수수.

울산지방법원도 이틀 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해줬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9일 남구 소재 H노무법인 운영자 박모(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 전직 차장)씨를 변호사법 위반 및 공인노무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우선, 공단 직원 4명은 지난 2007년부터 작년까지 박씨로부터 한 사람당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7,000만원의 돈을 한 두 차례에 걸쳐 나눠 받았다. 박씨가 청탁한 특정업체의 고용보험료와 산재보험료를 깎아주거나, 아예 보험료 징수 대상에서 빼주는 조건이었다. 또 보험료를 연체한 채 폐업신청을 낸 사업주의 경우, 다른 상호로 업체를 신설해도 이전에 연체한 보험료를 내지 않도록 해달라는 박씨의 청탁을 들어주기도 했다.

브로커인 박씨 역시 “고용보험료와 산재보험료를 내지 않도록 공단에 줄을 대주겠다”며 같은 기간 업체 10곳으로부터 12억5,000여만원의 돈을 거둬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해왔다.

과거 박씨는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의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비리에 연루돼 지난 2001년 해고됐다. 이후 모 노무법인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2009년에는 아예 H노무법인 사무실을 차려 공인노무사를 고용한 뒤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노무활동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퇴직한 공단 직원 두 명도 직원으로 뽑아 같이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공단 직원에게 부탁해서 보험료 정산 조사를 아예 받지 않도록 해주고, 설사 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보험료가 징수되지 않도록 힘을 써주겠다’는 식으로 업체의 불법행위를 부추겼다”며 “또 신설 업체의 사업주에게는 ‘보험료를 의무·신고하는 단계서부터 공단 직원에게 부탁해 보험료율을 낮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직원 수 등을 축소신고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고도 약속해 로비자금을 받아챙겼다”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은 근로복지공단에 칼끝을 겨누고 이번 비리사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측은 “직원 개개인의 비리일 뿐, 보험료 징수와 관련한 공단 내부 시스템에는 아무 문제 없다”며 공단의 관행적 비리로 확대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도 사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울산의 다른 노무법인들은 전직 공단 직원인 박씨와 공단 직원들간의 밀착 관계에 대한 의혹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모 노무법인 대표는 “박씨는 고참급인 차장으로 있다 옷을 벗었고 공단을 나온 뒤에도 공단 직원들의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면서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왔다”며 “소문으로는 공단 직원들이 박씨에게 보험료 징수에 관한 내부 자료를 슬쩍 건네줬고, 박씨는 몰래 빼낸 자료에서 대상 업체를 골라 불법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울산지검은 지난달 25일 박씨를 기소했으며 울산지법은 다음달 5일 박씨에 대한 1심 공판을 진행한다. 이런 가운데 박씨가 운영해 온 H노무법인은 지난주 울산고용노동지청에 폐업신청을 내고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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