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기니의 파푸아인들은 네덜란드 탐험가들이 상륙하자 처음보는 서양 침입자들이라며 공포에 떨었다. 그러나 침입자들이 똥누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놓였다. “저들의 피부색은 우리와 달라, 하지만 저들의 똥은 우리 것만큼이나 지독하게 구리더라구. 저 백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더군.” 숨어서 네덜란드인들을 관찰한 마을의 현자가 달려와 동족들에게 말했다.
1894년 초봄 서울을 처음 방문한 영국인 비숍 여사의 눈에 비친 서울거리는 “똥·오즘 천지였다. 겨우 내 쌓인 온갖 쓰레기, 발목까지 빠지는 진흙탕, 냄새투성이”였다고 《조선과 그 이웃나라》라는 책에다 썼다. 비숍이 떠난지 10년 후에도 서울거리의 위생상태는 마찬가지였다. 길거리는 용변으로 인해 하수구나 다름 없는 시궁창 투성이였다.

그 시절 조선인들에게는 똥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의 비료로 인식되기도 했다. 충주의 한 자린고비가 걸인을 내쫓기 위해 대문앞에 똥 한 사발을 뿌리자 며느리가 대경실색을 했다. 며느리 왈 “똥 한 사발은 내년에 보리가 몇 섬이 될 터인데 차라리 쌀 한 되 줄걸.” 자린고비 시아버지가 그 말을 듣고 오래도록 뉘우쳤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화장실은 당당히 주거공간의 연장이 됐다. 화장실에서 먹고 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뉴욕의 빌리 네임이라는 사람은 1963년부터 1967년까지 4년간 3㎡의 화장실에서 살았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약 40%인 25억명은 아직도 위생적인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배설물에 오염된 물과 음식으로 사망하는 5세 이하 어린이가 연간 1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창업자 빌 게이츠는 “서구의 수세식 화장실은 물과 하수구, 전기와 오물처리 시설이 없는 가난한 국가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시애틀에서 ‘화장실 재발명 박람회’를 열었다. 세계의 발명가들과 디자이너들이 대거 출품한 공모전에서 선정된 극초단파 에너지로 배설물을 전기로 바꾸는 화장실, 오줌을 모았다가 물 대신 변기를 씻어 내리는 화장실 등도 전시됐다.
괴테는 “똥을 누면서 나는 내 안에 있는 불쾌하고 고약한 모든 것을 쓸어 내 버린다”고 했다. 빌 게이츠의 ‘화장실 재발명’ 뉴스가 빈곤국 화장실 걱정을 쓸어 내 버릴 수있는 해우소(解憂所)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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