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는 연인 로테에게 실연당한 뒤 권총으로 자살한다. 베르테르의 자살을 모방한 자살이 전 유럽으로 확산되자 이를 ‘베르테르 효과’라고 이름 지었다. 독일의 문호 괴테(1749~1832)가 1774년에 펴낸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면서 소설속 베르테르의 장신구가 크게 유행하더니 결국엔 자살까지 뒤따른 것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박목월의 시 ‘4월의 노래’ 앞부분이다. 작곡가 김순애가 곡을 붙인 가곡으로도 많이 불리고 있다. 이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를 ‘베르터의 편질 읽노라’로 바꿔 부를수도 있다. ‘베르테르’의 진짜 독일어 발음은 ‘베르터’이기 때문이다.

새로나온 세계문학전집(창비세계문학) 1호는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익숙한 제목과는 다르다. 이 전집의 기획위원이자 번역자인 임홍배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1940년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일본어 발음 ‘베루테루’에 영향을 받아 독일어(werthers) 발음은 ‘베르터’인데도 한글판 주인공 이름이 ‘베르테르’로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로 ‘Leiden’은 영어권에서는 ‘sorrow’로 번역됐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향을 받아 ‘슬픔’으로 번역됐다. 하지만 ‘Leiden’이 단순한 슬픔이 아닌 베르터의 고통과 괴로움을 복합적으로 그린 단어이기 때문에 우리말로 옮기면 ‘고뇌’로 번역하는 게 맥락에 맞다. 늦었지만 <젊은 베르터의 고뇌>로 바로 잡아 알리고 쓰는것이 맞다. 과거 세계문학전집중엔 일본어판을 한글로 중역(重譯)하면서 일본어 번역을 그대로 따른 것이 많았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중국 작가 모옌(莫言)으로 발표되자 일부 미국 언론은 “번역가 하워드 골드블랫에게 영광을 돌려야 한다”고 썼다. 미국 노터데임대 중문과 교수인 골드블랫은 1970년대 부터 모옌 등 중국 현대작가의 작품을 번역해 서방에 소개해온 독보적 존재다. 그는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영어표현”이라고 했다. 그가 강조한 ‘좋은 영어표현’은 정확한 표현이란 뜻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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