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탑 로터리를 지키는 사람들’을 취재하다보니 공업탑 로터리 길이 흙길 일 때부터 그쪽에서 장사를 한 사람이 있다는 제보를 받게 됐다. 주인공은 현재 복개천 쪽에서 복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황태욱(69) 희락복국 대표다. 1962년 울산공업센터지정 지정 기념식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그에게 공업탑과 함께 한 44년 세월을 들어봤다.

#첫돌지난 딸 업고 시작한 노점 장사

지금으로부터 44년 전 황태욱 대표는 돌 지난 딸을 업고 공업탑 로터리 인근에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때는 울산이 공업센터로 지정된지 5년이 지났고, 공업탑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으로 전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울산으로 공업관광을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서울, 강원도 등 전국에서 공업화된 울산으로 공장견학을 와서 공업탑 로터리 일대는 관광버스 정류소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공업탑 인근에 살던 황 대표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껌, 계란, 과자, 관광기념품 등을 팔았는데, 장사 경험이 없다보니 물건을 얼마나 떼어다 놓아야 할지 몰라 하루에도 몇 번 잡화도매상으로 뛰어갔다고 한다. 이때만 해도 공업탑 로터리 인근에는 건물이 지금의 제일주유소와 재향군인회 건물 단 2개 뿐이었다고 한다.

황 대표는 “그때는 로터리 근처에 물건을 사거나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면서 “그래서 관광객들이 필요한 물건을 노점상들이 팔았는데, 장사가 무척 잘 됐다. 구 방송국쯤에 봉월상회, 성남동 시내 천일상회에서 물건을 가져왔는데, 물건을 가져오면 날개달린 듯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콩밭 길 걸어 공업탑 구경하러 간 시절

황 대표는 처녀시절 공업탑 구경 간 기억도 생생하다고 한다. 현재 옥현주공아파트 단지 주변도 옥동으로 불렸는데, 그곳에서 걸어서 공업탑까지 걸어서 구경을 왔다고 한다. 당시 걸어왔던 길은 모두 비포장 도로였고, 논과 밭 중간 중간에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길을 포장하느라 서 있었다고 한다.

당시 공업센터지정과 더불어 공업탑은 울산이 넘어 전국적인 화젯거리였단다. 황 대표는 공업센터지정 기공식에도 놀러갔는데, 당시에는 귀한 수건을 선물 받기도 했단다.

#원다방 자리에서 시작한 포장마차

당시는 현재 원다방 건물로 불리는 건물도 지어지기 전인 시절. 황 대표는 원다방 건물자리에서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로터리 일대에 식당이 없고 포장마차가 전부인 시절이라 그때는 포장마차에서 밥을 많이 사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70년대 노점상 단속이 심해 하루에도 몇 번 철거반을 피해 달아나기도 했다. 당시 탑 옆에 관광버스주차장이 있었고, 재향군인회 사무실 뒤에 시영아파트가 있었는데, 포장마차를 할 때는 관광객들이 주요 손님이었다. 포장마차를 하는 동안 지금의 원다방 건물이 생겼다.

#26년 전 복국집 시작해

포장마차로 돈을 모아 황 대표는 울산여고 인근에서 고기집, 밥집 등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릴 적 아버지가 가르쳐 주시던 복 다루는 법을 떠올리며 26년전 희락복국을 오픈하게 된다.

당시 남부경찰서가 그곳에 들어오면서 복국집은 유명세를 타게 되고, 시청, 법원, 검찰청 등에서 소문을 듣고 오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복국과 더불어 시골식 시래기국밥도 인기였다.

10년 동안 울산여고 인근에서 복국집을 했지만,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 도저히 장사를 계속할 수 없어 옮긴 곳이 현재 복개천 인근이다. 그때 옮겨서 이곳에서 16년간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울산여고 인근에서 이곳으로 옮겨 올 때 정말 큰 모험을 하고 옮겨와서 이제 좀 맘 편히 있나 했는데, 또 복개천 주차장을 없애고 하천을 만든다고 하니 계속 쫓겨 다니는 신세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복개천 인근에는 가게가 62개 있는데, 그중에는 울산여고 인근에서 옮겨온 가게도 많다. 희락복국 옆 원복국을 비롯해 명동빈대떡, 대공원횟집 등 모두 황 대표와 같은 처지다.

황 대표는 “44년 동안 장사를 했는데, 지금 이 복국집이 공업탑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일 정도로 주변을 맴돌았다”면서 “공업탑의 역사를 빼놓고 울산 역사를 말할 수 없듯이, 내 인생도 공업탑을 빼놓고는 말 할 수가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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