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정부에 이어 새로 출범한 정부도 대학의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올해에는 작년보다 1.6배정도 많은 2조7,750억원을 국가장학금 기금으로 확충해 수혜 범위 및 금액을 늘렸다. 특히, 소외 계층 학생이 학비 걱정 없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등록금 지원 정책은 타당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엄청난 재원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은 현재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는 미흡한 점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면 현 정부의 등록금 지원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반값 등록금 정책은 대학교육의 질을 희생시키고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대다수의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을 선언해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반값 등록금 구호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동결은 대다수의 대학이 법적 인상율인 4.7% 이하의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더라도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맞서는 이미지를 주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결정이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국가장학금 2유형과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등에서 대학의 등록금 인하율을 필수 지표로 설정해 대학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의하고 있다. 즉, 대부분 대학의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는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잠재적인 행·재정적 불이익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라도 대학들이 재정적 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면 물가상승 등으로 인한 자연적 지출 증가를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언론 등에서 보도된 것과는 달리 충분한 적립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보유한 적립금도 특정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국·공립대학과는 달리 사립대학의 경우는 국가로부터 학교운영 자금을 지원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심각하며, 상대적으로 재정적으로 열악한 지방의 사립대학은 더욱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것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반값 등록금이 교육의 질을 저하시켜 반값 교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대학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교과목을 통폐합하고, 대형 강의를 활성화시켜 교·강사를 줄이고, 교육환경 개선을 미루고, 학생들의 복지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세계적으로 교육 경쟁력이 떨어지고 양질의 인재양성이 불가능하게 되어 결국 국가의 미래가 불확실해 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제재를 통한 획일적 반값 등록금 실현을 지양하고, 미국의 경우처럼 우수한 대학에는 자율권을 부여하되 소외 계층의 입학 및 재정적 지원 등과 같은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 고등교육의 발전 측면에서도 반값 등록금 정책은 우려된다. 현재는 정부의 재정지원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국가장학금이 지급된다. 무상급식 등을 포함하는 보편적 복지가 시대정신이 된 현재 이런 지원 방식은 형평성의 관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고교 졸업생 수에 비해 대학입학 정원이 터무니없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반값 등록금 정책이 부실대학을 양성할 수도 있어 걱정이 된다. 현재 재정적으로 불건전하고 교육적으로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적지 않은 수의 국내 대학들이 있는데, 이 대학들이 편법으로 정부가 제시한 지표를 유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현실에서 반값 등록금을 위한 정부의 국가장학금은 이 대학들의 명맥을 계속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결국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다. 나아가 국내 대학의 내실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학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한 이 때 현재의 반값 등록금 정책은 이 구조조정 속도를 느리게 하는 역효과를 야기 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건전한 대학을 발굴해 지원하는 선별적 지원 방법을 모색하고, 획일화된 대학을 각 지역이나 분야에 알맞은 특성화된 대학 양성에 초점을 두어 대학구조조정에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 교육의 질 저하, 대학 경쟁력 약화, 부실대학 양산 등의 우려 이외에도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은 학력에 대한 집착이 강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하면 대학입학을 부추겨 고학력 실업자를 낳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부실대학의 정리와 대학의 특성화를 먼저 실현시킬 필요가 있으며, 독일과 같은 나라처럼 학력뿐만 아니라 능력과 기능도 중시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각 대학과 재단도 불필요한 등록금 인상 요인이 없는지 또 과도한 적립금 축적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할 것이며, 동시에 기부금이나 외부 장학금 유치를 통해 기금을 확충해 등록금 경감과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노력해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