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규홍 동아대 대외협력처장

작년 8월 입양아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입양특례법이 개정돼 현재 시행되고 있다. 개정된 법의 주된 골자를 보면 친부모는 출산 후 일 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며, 입양도 출생 후 일 주일이 지나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입양의 전 과정을 심사하고 입양 여부를 허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출산 전부터 생모의 입양 동의서와 친권포기 각서를 받아 입양을 진행시키는 과거신고제 입양의 단점을 보완하고 입양아의 출생에 관한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의의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 이런 좋은 취지와는 달리 입양특례법이 여러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개정된 특례법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지 살펴보고 그 보완책을 모색해 보도록 하자.
입양특례법이 시행 된 후 영아 유기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었듯이 미혼 출산이나 혼외 출산의 경우 친부모들은 입양 보내기를 희망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서를 고려했을 때 대다수가 공식적으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들의 신분 노출과 출산 자체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영아를 유기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례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친부모의 신분 노출 없이 출산 전에 입양 수속이 가능했지만 이 자체가 지금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친부모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태어난 영아는 시설이나 종교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소위 ‘베이비 박스’에 위탁된다.

특히 친부모가 미성년자일 경우 상황은 더 암울하다. 미혼모의 경우는 임신과 출산을 감당하지 못해서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를 흔히 저지른다. 간혹 화장실이나 여관 등에서 미성년 미혼모 혼자서 아기를 출산하고 버리거나, 또는 주위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출산을 했지만 뒷감당을 두려워해 아기를 두고 몰래 떠난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입양특례법 시행 이전에도 있었지만 특례법이 시행된 이후에 더욱 심각해졌다.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이들이 무책임한 것 이외에 과거에 비해 입양이 일률적으로 더 공개화 되었기 때문이다. 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미성년 미혼모들은 출산 자체를 비밀로 할 수 밖에 없고, 출생신고 등을 통해 입양을 희망하더라도 아이의 친부 식별이 불가능하거나 친부의 비협조로 인해 필요한 입양 절차를 성공적으로 밟지 못한다. 또한 특례법에 따르면 친부모가 미성년일 때는 양가 부모의 입양 동의도 필요하다. 그래서 미성년 미혼모들은 자신들이 출산한 아기의 입양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많이 한다.

현재의 입양특례법은 입양을 희망하는 양부모들에게도 과거와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입양에 대해서만 유독 우리나라는 아직 관대하지 않고 사회적 편견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양부모들은 본인들의 혈액형에 부합하고 심지어는 생김새까지 흡사한 아기를 입양하기를 원한다. 또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입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입양 사실을 비밀로 하기 위해 입양 시점에 실제 아기를 출산하는 것처럼 꾸민다. 이런 ‘몰래 입양’이 지배적인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일률적인 입양절차의 공개화와 입양의 허가제를 전제로 하는 현재의 입양특례법은 입양 희망자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위에서 제시한 문제점들을 살펴볼 때 입양아의 권리 보호와 무질서한 해외입양 등을 예방하고자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그 취지와는 달리 영아 유기를 증가시키고 있고, 입양을 간절히 원하는 양부모들에게도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특례법이 시행된 이후에 법원의 허가에 의해 입양이 성사된 경우는 올해 2월 중순을 기준으로 10여건에 불과해 과거 월 평균 200건 이상의 입양 성사 횟수와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비록 좋은 뜻으로 입양특례법이 제정되었지만 입양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면밀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입양특례법이 현실을 반영하도록 개정 및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출생신고가 부담이 되는 미혼모나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친부모들에게는 유연성 있게 입양기관장의 가족관계를 대체해 인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애아에 대해서 출생신고 의무화 조건을 면제하거나 완화해 국내외 입양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서구의 선진국처럼 입양이 보편화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입양에 관한 긍정적인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또한 미성년자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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